복덩이를 넘어 금덩이다. KIA 외국인 타자 로저 버나디나(33)의 이야기다. 히트 포 더 사이클의 훈장까지 단 버나디나는 이제 타이거즈 역사상 최고 외국인 타자에도 한걸음 다가섰다.
버나디나는 3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서 KBO 리그 역대 24번째 히트 포 더 사이클을 달성하는 괴력을 뽐냈다. 이날 선발 3번 중견수로 출전한 버나디나는 1회 3루타, 3회 2루타, 5회 단타에 이어 8회에는 우중월 솔로포를 치며 기어이 네 발 자전거 바퀴를 다 그렸다. 외국인 선수로서는 4번째, KIA 프랜차이즈에서는 두 번째 히트 포 더 사이클이다.
초반 부진했던 기억은 완전히 잊혔다. 5월 이후로는 대활약이다. KIA의 가려운 곳을 완벽히 긁었다. 5월 타율 3할1푼2리로 반등한 버나디나는 6월 3할5푼, 7월 3할3푼3리를 기록하며 꾸준히 고타율을 유지 중이다. 베테랑답게 큰 기복 없이 시즌을 잘 풀어가고 있다. 여기에 히트 포 더 사이클까지 덤으로 얹었다. 3일까지 19홈런-20타점을 기록 중인 버나디나는 이변이 없는 이상 올 시즌 첫 20홈런-20도루 클럽 가입도 유력하다.
이런 버나디나는 두 가지 타이틀을 향해 뛴다. 우선 리그 최고 외국인 타자 타이틀이다. 버나디다는 3일까지 95경기에서 타율 3할2푼, 19홈런, 74타점, 21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934를 기록 중이다. 물론 들여다보는 관점에 따라 윌린 로사리오(한화)나 닉 에반스(두산)의 이름도 나올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버나디나가 공·수·주 3박자에서 가장 균형 잡힌 공헌을 하고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KBO 공식기록업체인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버나디나의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는 벌써 4.11이다. 리그 전체로 따져도 7위다. 에반스(3.31·전체 11위), 로사리오(2.89·15위), 재비어 스크럭스(NC·2.52·20위)를 앞서가는 기록이다. 버나디나가 지금의 페이스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면 WAR로 본 최고 외인 타자에 오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타이거즈 역사에도 도전한다. KIA는 전체적으로 외국인 타자들과는 큰 인연이 없었다. 기대를 건 몇몇 선수들이 퇴출의 수모를 맛보기도 했다. 그나마 기억에 남는 선수는 1999년 40홈런과 94타점을 기록한 트레이시 샌더스, 2001년 26홈런-107타점을 수확한 루이스 데 로스 산토스, 그리고 2014년부터 2016년까지 KIA에서 뛴 브렛 필 정도다.
다만 샌더스는 다소 공갈포 이미지가 강했다. 홈런은 많았지만 타율이 2할4푼7리였다. 40홈런 뒤에 약점도 있었다. 산토스는 타율 3할1푼, 26홈런, 107타점의 훌륭한 성적을 냈다. 하지만 주루에서까지 팀에 도움을 주는 선수는 아니었다. 필은 모범적이고 꾸준한 이미지로 사랑을 받았지만 역시 임팩트가 강한 외인 타자는 아니었다.
버나디나는 현재 페이스라면 산술적으로 177안타, 28홈런, 108타점, 31도루 정도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한다. 중견수 수비는 리그 정상급이다. 부상 없이 시즌을 완주하면 최고에 도전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만약 KIA의 가을야구 호성적을 이끈다면 금상첨화다. 종전 최고 후보들이 없는 또 하나의 훈장을 단다. 내친 김에 타이거즈 프랜차이즈의 역사를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