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철살인에 재치 있는 입담까지. 김숙이 왜 '여자 유재석'의 자리에 올랐는지 알 수 있던 '뜨거운 사이다' 첫 방송이었다.
3일 첫 방송된 온스타일 '뜨거운 사이다'는 김숙, 박혜진, 이영진, 이지혜, 이여영, 김지예 등 여성 6인이 사회, 문화, 연예, 정치, 예술 분야 중 가장 '핫'한 이슈를 선정해 이야기하는 토크쇼다.
이날 첫 번째 주제는 '씨가 마른 여성 예능. 애초에 뿌릴 씨가 있나?'였다. 현재 남성 중심 예능 프로그램은 26개나 되는데 여성 중심 예능은 3개 뿐이라는 것. 그것도 뷰티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김숙이 고정 출연 중인 '비디오스타'가 유일했다.
김숙은 주제를 듣자마자 분노했다. '씨가 있나?'라는 물음표가 그의 심기를 건든 것. 이는 웃자고 한 반응이었지만 정작 토론이 진행되자 김숙은 진지하게 "방송국에서 여자 예능은 안 만든다. 출연할 예능이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이들 역시 "방송국에서는 여자 예능을 만들 줄 모른다. 만들 능력이 안 된다", "남자 예능의 재밌는 포맷을 여성으로 바꾸기만 해서 실패했다", "10년 전 레파토리 인맥은 버리시라. 세상 바뀌었으니 밖으로 나오시길", "미국 같은 곳에 가서 공부 좀 하고 오시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현역 예능인인 김숙은 좀 더 현실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여자 예능인으로서 잘하고 있다는 말에 그는 "지금 제 쑥크러시 캐릭터를 만드는 데 20년 걸렸다. 여자 예능인이 더 노력해야 한다. 전 개인방송을 통해 캐릭터를 만들었다. 기다리지만 말고 준비된 사람이 기회를 잡는다"고 진심어리게 조언했다.
"정치판 닮아가는 아이돌 팬덤, 아이돌 닮아가는 정치판 팬덤"에 대한 두 번째 토론과 문제적 인물 로타 작가가 출연했을 때에도 김숙은 유쾌한 입담으로 분위기가 까라지지 않게 애썼고 진지해야 할 때엔 또 소신발언을 이어가며 '뜨거운 사이다' 첫 토크를 풍성하게 채웠다.
김숙이 아니었다면 페미니즘으로 뭉친 여자들의 날 선 토론으로만 느껴졌을 터다. 설리 화보 등을 찍으며 논란을 일으켰던 로타 작가를 패널들이 집중 비난하는 사이 김숙은 예능과 교양을 넘나들며 중재 역할을 했는데 그의 품격은 더욱 빛났다.
이제 첫 삽을 뜬 '뜨거운 사이다'에서 김숙은 다시 한번 자신의 이름값을 해냈다. /comet568@osen.co.kr
[사진] '뜨거운 사이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