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위권을 추격 중인 7위 롯데가 중요한 시점에서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롯데는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원정경기에서 연장 10회 4-5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초반 뒤지던 경기를 중반 2-2 동점을 만들었고, 이후 불펜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연장 10회초 먼저 2점을 내며 승리를 눈 앞에 뒀으나, 조정훈이 10회말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며 고개 숙였다. 47승2무50패, 5할 승률에서 -3이 됐고, 5위 넥센과는 5경기 차이로 벌어졌다.
진 경기에는 아쉬운 장면들이 쌓이게 마련이다. 특히 팽팽한 접전 경기라면 한 타석, 공 하나, 수비 등 작은 것 하나에 희비가 엇갈리기도 하다.
롯데는 2일 경기 후반 선수 기용에서 다소 아쉬움이 드는 장면이 여럿 있었다. 모든 감독은 승리를 위해 최선의 방법을 찾고, 다양한 수를 사용한다. 하지만 제3자가 보기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2일 LG전에서 조정훈이 손승락(손바닥 저림으로 자진 교체)에 이어 9회 2사 2,3루에서 올라왔다. 위기를 잘 막은 조정훈은 연장 10회 무사 1,2루를 허용했고, 이후 내야 땅볼 2개로 4-3 한 점 차로 쫓겼다. 2사 2루. 한 타자만 잡으면 승리였다.
LG가 대타 백창수를 내자, 롯데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했다. 조정훈의 투구 수는 25개. 불펜에는 배장호, 이명우가 몸을 풀고 있었다. 첫 번째 교체 타이밍으로 보였다.
그러나 투수 교체가 아닌 흐름을 한 번 끊고 내려갔다. 오랜 재활 끝에 7년 만에 1군에 복귀한 조정훈은 필승조로 던지고 있다. 벤치는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맡겼다.
하지만 조정훈은 백창수에게 1스트라이크 이후 볼 4개를 연거푸 던졌다. 직구, 커브, 포크가 모두 볼이 됐다. 투구 수는 30개. 복귀 후 지난 7월 22일 KIA전에서 감격의 구원승을 거둘 때 1이닝 30구가 최다 투구 수였다. 두 번째 교체 타이밍.
2사 1,2루가 됐지만 조정훈이 계속 던졌다. 좌타자 이천웅. 직구가 바깥쪽 높게 들어가면서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끝내기 2루타를 맞았다.
또다른 필승조 배장호는 사이드암이라 좌타자 이천웅 상대로 망설였다면, 좌완 이명우가 있었다. 이미 30개를 던진 조정훈의 구위가 두 선수보다 더 낫다고 믿었을까. 조정훈은 복귀 후 1이닝 이상을 던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다른 투수가 올라와 안타를 맞을 수도 있겠지만, 조정훈은 이미 지쳐 보였다.
앞서 9회 선두타자 강민호가 내야 안타로 출루했다. 무사 1루. 대주자를 기용할 타이밍, 그러나 벤치는 움직이지 않았다. 백업 포수 김사훈이 있었지만 강민호를 경기 끝까지 뛰게 할 것으로 보였다.
번즈의 보내기 번트 타구가 강했고, 1루수 로니가 잡아 재빨리 2루로 던졌다. 발이 느린 강민호는 태그 아웃. 작전 실패였다. 벤치에 있던 이우민이나 김사훈을 1루 대주자로 기용했다면 결과는 달랐을 수 있다.
번즈가 희생번트를 성공해 강민호가 2루로 진루했다 하더라도, 이후 안타 하나에 홈으로 들어오기 위해선 강민호 대신 발 빠른 대주자를 기용할 상황이 온다. 미리 1루에서 주자를 바꿨더라면.
롯데는 7월말 선두 KIA 상대로 3연전 스윕을 거두며 중위권을 바짝 추격했다. 올스타 휴식기 후 첫 주에는 4승1무1패. 그러나 후반기 성적은 6승1무6패가 됐다. 최근 5경기에선 1승4패로 상승세가 꺾였다. 전체적인 타격 슬럼프까지 맞물려 다시 위기다.
7월 한 달 동안 평균자책점이 3.39로 1위(선발, 불펜 모두 1위)였지만, 팀 타율이 9위로 엇박자였다. 선발과 불펜이 경기를 이끌어 12승1무9패를 기록했다. 타선이 부진한 탓에 탄탄한 마운드에 비해 승률이 낮았다.
앞서 1일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시즌 중 두 번째로 타격코치를 교체했다. 분위기 쇄신 효과는 단기적으로 나오지 않는 가운데 벤치는 승부처에서 2% 부족한 면을 드러냈다.
/orange@osen.co.kr [사진] 잠실=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