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2아웃 이후에도 자리를 뜨지 말아달라."
LG 박용택이 지난 주 잠실구장을 찾은 LG팬들에게 한 말이다. 잠실구장에 'LG시네마'가 절찬리에 상영 중이다. 최근 일주일 사이 3차례나 '끝내기 드라마'가 상영됐다. 뒤지고 있는, 패색이 짙은 2사 후 역전 끝내기. 흥행 만점이다.
최근 홈 4경기 중에서 3번을 짜릿한 승리로 안긴 LG 선수들. LG팬들은 이제 9회 2아웃에도 드라마를 기대할 것이다.
# 하늘이 내린 이천웅의 끝내기 2루타
LG는 2일 잠실 롯데전에서 2-2 동점인 연장 10회초 정찬헌이 마운드에 올라 2점을 허용했다. 무사 1,3루에서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준 것은 어쩔 수 없지만 2사 1,3루에서 대수비로 들어온 이우민에게 적시타를 맞은 실점이 커 보였다.
10회말 선두타자 박용택이 안타로 출루했다. 안익훈도 안타로 나가면서 살짝 기대를 갖게 했다. 중심타선 앞에서 무사 1,2루. 그런데 로니의 1루수 땅볼, 양석환의 3루수 땅볼로 한 점을 따라갔으나 2아웃이 됐다.
백창수가 대타로 나서 조정훈 상대로 볼넷을 골랐다. 그래도 여전히 투아웃 1점 차. 이천웅이 조정훈의 직구를 밀어쳐 좌중간 펜스까지 타구가 날아갔다. 1루주자까지 홈을 밟아 순식간에 5-4 끝내기 2루타가 됐다.
한 점 차가 되자 배장호, 이명우가 불펜에서 몸을 풀었으나, 30구 넘게 던진 조정훈을 끝까지 교체하지 않고 밀어부친 롯데 마운드 운영이 결과론으로 패착이 됐다.
*한 줄 평= 6월 27일 사직구장에서 LG가 연장 10회초 10-5로 앞섰다가 10-10 동점 허용, 연장 12회 끝내기 패배를 당한 것을 되갚는 경기가 됐다.
# 황목치승의 역대급 홈 슬라이딩
LG는 7월 26일 잠실 넥센전에서 1-3으로 뒤진 채 9회말 공격을 시작했다. 마운드에는 마무리 김세현(현 KIA)이 있었다.
1사 후 이천웅이 볼넷을 골랐고, 박용택이 한가운데 펜스를 원바운드로 맞히는 1타점 2루타로 2-3으로 추격했다. 박용택은 2루에서 대주자 황목치승으로 교체.
2사 후 이형종의 우전 안타 때 황목치승이 절묘한 홈 슬라이딩으로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다. 원심은 아웃이었으나, 비디오판독을 통해 세이프로 번복됐다. "아웃 타이밍이었으나, 뒤집어보고 싶었다"는 황목치승은 절박한 심정으로 허리를 접어 태그를 피하고 왼손으로 홈플레이트를 찍었다.
3-3 동점 후 넥센은 김세현을 내리고 김상수를 올렸다. 김상수는 뭐에 홀린 듯이 볼넷-사구로 만루에 몰렸고, 정상호가 밀어내기 볼넷으로 끝내기 타점을 올렸다.
*한 줄 평= 비디오판독으로 동점, 마운드를 내려가는 김세현이 넥센 유니폼을 입은 마지막 모습일 줄은 그 때는 몰랐다.
# 박용택의 끝내기 투런포, '1번택의 시발점'
LG는 27일 잠실 넥센전에서도 9회까지 리드 당했다. 2-3으로 전날 보다는 한 점 적었다. 오지환의 삼진, 대타 정성훈의 1루수 뜬공으로 금방 2아웃이 됐다. LG팬은 한현희 상대로 우측 폴을 살짝 벗어나는 정성훈의 파울 홈런이 계속 생각났다. '안쪽으로 들어갔더라면 동점인대...'
경기 종료까지 1아웃 남았다. 그 때 강승호가 좌전 안타로 출루했고, 박용택이 한현희의 초구를 끌어당겨 우측 파울이 됐다. 뭔가 느낌을 받은 박용택은 고개를 끄덕인 후 2구째 밀어쳤고, 타구는 좌측 펜스를 넘어가는 역전 끝내기 투런 홈런이 됐다. 이틀 연속 넥센 마무리는 고개 숙였다.
직구 노림수가 통했다. 박용택은 "한현희가 선발이 아닌 마무리로 올라와 힘(직구)으로 승부할 것 같았다. 원하는 코스로 들어와 좋은 스윙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 줄 평= 연이틀 끝내기 기쁨을 만끽한 박용택의 한 마디. "황목치승의 홈슬라이딩은 10승짜리였다. 내 홈런은 3승 정도 되겠다."
# 신스틸러...정찬헌
LG의 세 차례 끝내기 승리에서 신스틸러는 따로 있다. 3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슬쩍 챙겨간 정찬헌이다. 정찬헌은 7월 26일 넥센전에선 9회 1사 후 2타자를 상대하고 구원승을 올렸다. 27일에는 9회 2사 후 한 타자만 상대하고 승리 투수가 됐다. 공 1개를 던져 최소 투구 승리, 역대 17번째 진기록이었다.
2일 롯데전에서 더욱 쑥스러웠다. 1이닝 동안 3피안타 2실점으로 패전 멍에를 쓰기 직전에 승리 투수로 둔갑했다. 일주일에 3구원승, 시즌 6승째가 됐다. 선발 요원인 임찬규, 김대현보다 승리가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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