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한국영화가 있다. 바로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이다. 이 영화는 1945년 일제 강점기 나라를 잃은 우리 조선인들이 일제의 강압적인 무단 통치에 의해 먼 하시마섬으로 끌려가 노동력을 착취당하며,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았던 애달픈 이야기를 그렸다.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군함도로 끌려온 조선인들은 해저 700~1000m 깊이의 막장에서 가스 폭발의 위험을 감수하며 노역한다. 악단장 이강옥(황정민 분)은 어떻게 해서든 일본인 관리의 비위를 맞춰 딸 소희(김수안 분)만이라도 지키기 위해 온갖 수모를 겪고, 경성의 최고 파이터 출신 최칠성(소지섭 분)과 유곽에서 일하게 된 오말년(이정현 분)은 각자의 방식대로 고통스런 하루하루를 견뎌낸다.
태평양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자, 광복군 소속 OSS 요원 박무영(송중기 분)은 독립운동의 주요인사 구출 작전을 지시 받고 군함도에 잠입한다. 이 캐릭터들은 류 감독이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들이지만, 역사를 바탕으로 실제 있었을 법한 사람들을 만들어낸 것이다.
무영과 강옥의 주도로 400여 명의 조선인들이 대규모 탈출을 감행하는데, 실제로 조선인들이 탈출을 여러 번 시도하긴 했었지만 성공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류 감독은 영화를 통해서만이라도 탈출에 성공해 한 맺힌 그들의 울분을 풀어주고 싶었다고 한다.
‘군함도’는 현장 답사와 철저한 사전 조사를 통해 실제 군함도의 2/3를 세트로 제작하는 전에 없던 시도로, 지옥계단·탄광지대·주거지역·유곽 등 군함도 내 공간을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드라마틱한 전개에 방점을 찍기 위함이었다. 묵직한 감동, 압도적 스케일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는 높은 완성도로 스크린을 가득 채운 것이다. 이에 개봉 8일 만에 500만 관객 돌파에 성공했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부터 ‘아라한 장풍대작전’ ‘주먹이 운다’ ‘짝패’ ‘부당거래’ ‘베를린’ ‘베테랑’ 등 매 작품마다 신선한 스토리와 탄탄한 연출력으로 영화계는 물론 관객들의 호평을 받아온 류승완 감독. 액션과 첩보, 범죄 오락 영화의 흥행 기록을 세운 그가 이번엔 역사를 기반으로 한 드라마로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물했다.
‘군함도’가 뜻하지 않게 역사를 왜곡했다는 논란에 휩싸였지만, 류 감독은 "왜곡이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고 말하고 사실을 사실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라고 정의내리며 "(역사왜곡을 제기하는 분들에게)도대체 이 영화의 어느 부분이 왜곡을 했다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역사를 바탕으로 감독의 상상력을 더한 '팩션 드라마'라는 점에서 의문을 제기한다는 게 억측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터이다.
이 영화는 그동안 우리가 잘 몰랐고, 기억하고 있지 않았던 군함도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지켜볼 문제로 리스트업했다는 점에서 이미 성공한 작품이다.
대중 영화를 대하는 그의 태도와 늘 새로운 이야기를 꺼내는 도전 의식, 영화적 쾌감의 환기,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나갈 인물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은 언제나처럼 열정적이다./purplish@osen.co.kr
[사진] '군함도' 포스터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