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영광이네요." 두산 베어스의 김명신이 시즌 초 목표 한 가지를 이뤘다.
2017년 2차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전체 20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김명신은 올해 초 스프링캠프를 마칠 당시 가장 붙어보고 싶은 타자에 대해 "이승엽"을 들었다.
통산 460홈런을 때려낸 이승엽은 모든 투수들이 한 번쯤 상대해보고 싶은 '국민타자'다. 더욱이 경북고를 졸업한 김명신에게 이승엽은 고등학교 대선배이기도 했다.
그러나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았다. 지난 4월 말 공에 맞는 부상으로 1군 전력에서 이탈했고, 또 복귀한 뒤 선발이 아닌 불펜 투수로 나섰던 만큼, 이승엽과 맞대결이 성사되기는 쉽지 않았다.
간절하면 이뤄진다고 했을까.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1일 삼성과의 주중 3연전에서 김명신은 선발 함덕주에 이어 팀의 두 번째 투수로 6회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선두 타자로 이승엽을 만났다.
올 시즌 은퇴를 선언한 선배와 새롭게 프로 첫 발을 내디딘 후배의 맞대결. 결과는 후배의 승리였다.
김명신이 초구로 던진 공을 볼이 됐지만, 곧바로 스트라이크를 잡아냈다. 2볼-2스트라이크에서 던진 포크볼이 이승엽의 배트에 맞았지만, 좌익수 뜬공으로 됐다.
이후 6회 안타 한 개를 맞았지만 무실점으로 막아낸 이지영은 7회 선두타자 이지영을 안타로 내보냈다. 뒤에 올라온 이현승이 이지영에게 홈을 허용하면서 김명신은 이날 경기를 1이닝 2피안타 1탈삼진 1실점으로 마무리했다.
경기를 마친 뒤 김명신은 "고등학교 선배님이신데, 올해 은퇴한다고 하셔서 언제 상대해볼 기회가 있나 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맞붙게 돼서 영광이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서 그는 "맞는 순간 아웃같긴 했는데, 생각보다 타구가 많이 뻗어 나갔다. 그래도 이렇게 아웃을 잡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23일 1군에 복귀한 뒤 김명신은 5경기에서 3⅓이닝 1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실점이 나오긴 했지만 앞선 4경기에서는 무실점으로 팀 불펜에 힘을 보탰다. 김태형 감독은 "(김)명신이가 잘해주고 있다. 없을 때보다 한결 불펜진을 운영하기 수월하다"며 든든해했다.
김명신은 "감독님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팀에 도움이 된 것 같아서 좋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 것이 많이 없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잘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