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경기 3승16패. kt에게 7월은 악몽이었다. 하지만 kt는 8월의 첫 날을 기분 좋은 승리로 장식했다. 이 1승이 kt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까?
kt는 1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전을 15-7로 승리했다. 1회 상대 선발 정용운의 난조와 내야진의 아쉬운 수비를 틈타 대거 8점을 뽑으며 초반부터 승기를 잡았다. 이날 승리로 kt는 선두 KIA와 상대 전적을 4승4패, 동률로 맞췄다. 비록 두 팀의 리그 순위는 1위와 10위로 격차가 크지만, kt로서는 팀 분위기를 바꿀 귀중한 1승이었다.
▲ 무의미했던 '7월 총력전'
kt는 5월까지 52경기서 22승30패, 승률 4할2푼3리을 기록했다. 비록 순위는 9위에 처져있었지만 '가을 야구' 가능권인 5위 SK와 승차가 5경기에 불과했다. 3위 두산과도 6경기차. 순위 경쟁에서 뒤처진 것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6월을 지나며 격차가 훌쩍 벌어졌다. kt는 6월 25경기서 5승20패, 승률 2할을 기록했다. 순위는 최하위로 떨어졌으며 5강권과 12경기 차로 벌어졌다. 두 배 이상으로 벌어진 셈이다.
김진욱 kt 감독은 포기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7월을 앞두고 '총력전'을 선포했다. 김진욱 감독은 "분명 좋게 가는 건 아니다. 너무 빠르게 떨어졌다"라면서도 "격차가 많이 벌어지는 것은 좋지 않다. 전반기까지 희망이 있어야 한다"라며 총력전 선포 배경을 설명했다.
팀도 7월초 투수 정대현과 서의태를 넥센에 내주는 대신 윤석민을 받아오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김진욱 감독은 "7월까지 전력질주다. 필승조와 추격조의 구분이 무의미하다. 구위가 가장 좋은 선수를 상황에 맞춰 내보낼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뚜껑을 열자 7월은 6월보다 더욱 시렸다. kt는 7월 19경기서 3승16패, 승률 1할5푼8리를 기록했다. 6월을 2연패로 마친 kt는 7월 첫 6경기를 내리 패하며 8연패. 총력전의 동력을 잃었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13일 수원 삼성전서 정현의 끝내기 안타로 9-8 진땀승을 거뒀지만, 분위기를 바꾸지 못했다. 후반기 2승10패로 부진이 거듭됐다. 7월까지 kt는 30승66패, 승률 3할1푼3리에 머물렀다. 5위 넥센과 20.5경기, 9위 한화와도 9.5경기까지 벌어졌다. 현실적으로 가을야구는 올해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 '빌딩'의 kt. 유달리 큰 1승의 가치
하지만 8월 첫 경기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따낸 건 분명 고무적이다. 단순히 순위표에서 어떤 변동을 바라긴 힘들다. 대신 분위기만큼은 확실히 영향을 받을 것이다. 포수 이해창은 "주위에서 팀 분위기 걱정을 많이 한다. 하지만 빈말이 아니라, 정말 분위기 좋다"라면서도 "패가 많은 상황에서도 이렇게 분위기가 좋은데, 성적이 좋았다면 어땠겠나"라고 반문했다.
이기는 상황이 현저히 적어 사실상 '개점휴업 클로저'였던 김재윤 역시 남은 경기 각오를 다졌다. 김재윤은 3연투로 팀의 연패를 끊었던 지난달 29일 NC전 종료 후 "그동안 쉴 만큼 쉬면서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했다"라며 "남은 시즌 등판 상황, 보직 가리지 않고 열심히 던지겠다"라고 밝혔다.
이해창과 김재윤의 말에는 kt가 남은 시즌 목표로 삼아야 할 가치가 숨어있다. 단순히 고춧가루를 뿌리며 리그 순위표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치는 게 문제가 아니다. kt는 냉정히 말해 아직 '빌딩' 중인 팀이다. 순위 싸움에서 멀어진 다른 팀들이 '리빌딩'을 외치며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과 비슷하면서도 엄연히 다른 실정이다. 아직 자리 잡지 못한 유망주들이 즐비하다. 이들에게 '이기는 맛'을 알려주는 것은, 다른 팀의 1승보다 어쩌면 더 큰 가치가 있다.
실제로 김진욱 감독은 올 시즌 19경기서 1승10패, 평균자책점 9.55를 기록 중인 정성곤에게도 큰 변수가 없는 이상 잔여 경기 선발등판을 약속했다. 김진욱 감독이 '팀의 미래 에이스감'이라고 극찬한 류희운 역시 최근 4차례 선발등판에서 20⅔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3.48로 순항 중이다. 6월 한때 고전했던 고영표 역시 최근 살아나는 기미를 띄고 있다. 김진욱 감독은 "젊은 선발투수는 손쉽게 '빅 이닝'을 내주기 쉽다. (고)영표 역시 부진할 때는 그랬지만, 최근 빅 이닝이 사라지고 있다"라고 칭찬했다. 이들이 어떻게든 1승을 거둔다면 그 다음 등판부터 분명 달라질 것이라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야수진도 윤석민의 트레이드 영입 이후 중심이 잡히는 모양새다. 특히 고민이던 내야진에 새 얼굴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김진욱 감독은 7월말 "사실 외야 자원은 양적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내야가 고민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유격수로 자리매김 중인 정현이나 신인의 패기를 보이고 있는 안치영 모두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김 감독은 "젊은 선수들은 어떻게든 1군 경기 한 번 내보내는 게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라는 철학을 늘 강조한다. 지금의 경험은 단순히 올 시즌을 넘어 다음 시즌, 그 다음 시즌의 밑바탕이 될 것이다.
고작 1승이다. 하지만 그 '고작 1승'이 kt에게는 너무도 힘들었다. 첫 단추를 잘 뀄으니 이제 흐름을 이어갈 차례다. /kt 담당 기자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