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얼'이 가장 성공한 건 좋은 배우들"
OCN이 찬란한 2017년을 보내고 있다. '보이스'를 시작으로 '터널'이 연달아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장르물 명가 타이틀을 다시 한번 확고히 했다. 이 바통을 이어받은 '듀얼'은 시청률 면에서는 전작들에 비해 아쉬울지언정 절대 밀리지 않는 작품성과 화제성을 낳았다.
무엇보다 명배우들의 재발견이 돋보였다. 형사 장득천을 맡아 폭발하는 부성애를 자랑한 정재영부터 괴물 신인 양세종까지. 여기에 믿고 보는 조연들까지 '듀얼'을 풍성하게 채웠다. 이종재 연출 PD와 이승훈 기획 PD는 최근 OSEN과 만난 자리에서 배우들을 향한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휴머니즘 가득한 복제인간 스릴러물"
6월 3일 첫 방송된 '듀얼'은 선과 악으로 나뉜 두 명의 복제인간 이성준 이성훈(이하 양세종 분)과 납치된 딸(이나윤 분)을 찾고자 목숨을 건 형사 장득천(정재영 분)의 이야기를 다뤘다. 복제인간 추적 스릴러로 장르물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두 PD 모두 배우들의 열연이 있었기에 지난달 23일 무사히 종영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듀얼'은 역발상에서 시작된 드라마에요. 복제인간을 다루는데 미래가 아닌 과거와 현재를 이야기했죠. 아날로그적인 장치들로 연출했고요. 기존의 추적물이 아니라 기획하고 편성되기까지 1년이 훨씬 넘게 걸렸어요. 실험적인 작품이라 다들 불안해했죠. 하지만 복제인간 스릴러물을 SF장르가 아닌 휴먼리얼리즘으로 현실적으로 다룬 덕분에 통한 것 같아요(이승훈 PD)."
"맏형 정재영이 드라마를 많이 끌고 갔어요. 고마운데 표현을 잘 못해서 미안하네요. 방송 생황을 오래 했는데 '듀얼' 촬영장 분위기는 1등이었어요. 130명 넘게 배우들 스태프들이 모여서 MT까지 다녀왔다니까요. 제가 '듀얼'로 가장 성공한 건 좋은 배우들을 만났다는 점이죠. 같이 파이팅 할 수 있는 배우들로 캐스팅했는데 엄청난 유대관계가 생겼어요(이종재 PD)."
◆"맏형 정재형 덕분에 '듀얼' 완성"
장득천은 곧 정재영이었다. 1회부터 납치된 딸을 찾아 범인을 쫓고 악을 쓰고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까지, 부성애를 폭발시키는 그의 연기력은 단연 압도적이었다. '딸바보' 아빠와 불의에 맞서는 열혈 형사를 연기하며 정재영은 안방을 장악했다. 덕분에 '듀얼' 시청자들은 극에 200% 몰입했다.
"드라마 전체적으로는 SF적인 느낌이 강하지만 자연스러운 현실 연기를 할 줄 아는 배우를 원했어요. 정재영 선배가 1순위였죠. 장득천이 이상했다면 연출하는 제가 힘들었을 텐데 정재영이 현장에서 의견도 많이 내주고 무엇보다 시청자들이 1회부터 몰입하게 해줬고요. 칭찬할 게 많아서 칭찬이 어려운 배우예요(이종재 PD)."
"경험 많은 배우지만 연출을 믿고 따라와 주는 걸 보고 프로라는 걸 확신했죠. 게다가 인간적인 매력이 많아서 후배들도 잘 챙기고요. 맏형처럼 촬영장을 이끌었어요. 쉴 때는 엄청 농담하고 장난도 치고요(웃음). 하지만 본격 촬영 땐 완전 달라지죠. 터미널과 철창신에서는 리허설인데도 눈물을 흘려서 '뭐 저런 배우가 다 있지' 싶었다니까요(웃음). 상황에 맞는 진실한 연기를 하니까 그걸 담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답니다(이종재 PD)."
◆"김정은, 노력하는 정말 좋은 배우"
하지만 아쉬운 캐릭터도 분명 존재했다. 생애 첫 악역에 도전해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김정은은 검사 최조혜 캐릭터로 불협화음을 냈다. 류미래 역의 서은수도 시청자들의 쓴소리를 듣기도. 그럼에도 두 PD는 어려운 캐릭터를 끝까지 잘 소화해 준 배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최조혜 캐릭터에 대한 시청자들의 혹평은 가슴이 아파요. 김정은은 정말 좋은 배우거든요. 연기를 20년간 했어요. 연기가 부족한 배우였다면 버티지 못했겠죠. 다만 이번 최조혜와는 살짝 안 맞은 거라고 봐요. 연기를 잘했다 못했다가 아니라요. 김정은도 똑똑하고 노력을 많이 하는 배우인 건 확실하거든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캐릭터라 최선을 다해 연기해 준 김정은에게 제가 더 미안해요. '듀얼'이 뭐라고. 마음 다치지 않고 상처 받지 않길 바랄 뿐이죠(이종재 PD)."
"지상파 주연배우가 '듀얼' 속 최조혜를 연기하고 싶어한다는 말에 저희가 놀랐죠. 정재영x양세종에 비해 비중이 큰 캐릭터가 아니었으니까요. 게다가 결혼 후 2년 만의 복귀작으로 '듀얼'을 택했으니 저흰 감사했죠. 20년간 연기하면서 도전하고 변신하고 싶은 걸 '듀얼'로 해 봤다면 본인 스스로에게 후회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저희야 출연만으로도 감사했으니까요(이승훈 PD)."
◆"'듀얼' 10% 비중은 이나윤 몫"
아역 이나윤의 열정도 빼놓을 수 없다. 2015년 MBC '내딸 금사월'에서 금사월(갈소윤 분)을 괴롭히던 어린 오혜상으로 단숨에 눈도장을 찍은 이 꼬마 숙녀는 '듀얼'에서 장득천의 딸 장수연으로 다시 한번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시한부 역할이라 실제로 머리까지 빡빡 미는 연기 열정으로 어른들을 감동하게 만든 준비된 배우다.
"장수연 캐릭터들을 두고 아역 오디션을 봤을 때 다들 불꽃이 엄청나더라고요. 경쟁의식이 대단했는데 그 때에도 나윤이는 돋보였어요. 저희로서는 행복한 고민을 했죠. 합격하고 삭발할 때에도 울지 않았대요. 오히려 어머님이 우니까 '배우면 당연히 머리카락도 잘라야죠'라면서 위로했대요. 대단한 친구예요. 지금 학교에 가발을 쓰고 다니는데 친구들이 놀리지도 않고 즐겁게 잘 지낸대요. 정말 멘탈 갑 이나윤이랍니다(이승훈 PD)."
"정말 예쁜 친구죠. 한 번은 매니저가 전달을 못해서 지문만 있던 신에 갑자기 대사가 생긴 적이 있어요. 나윤이가 15분 만에 완벽하게 외워서 눈물까지 흘리며 소화하더라고요. '듀얼'의 10% 비중은 나윤이 덕분이었죠(웃음). 종방연 때 아역 두 친구한테 5만원씩 용돈을 줬어요. 나윤이랑 어린 성훈 성준을 연기한 송준희요. 준희도 쌍둥이 아역을 쓴 게 아니라 1인 2역을 소화했거든요. 촬영 때 너무 고마웠어요. 잘 성장하면 좋은 배우가 될 것 같아요(이종재 PD)." (인터뷰②에서 계속) /comet568@osen.co.kr
[사진] 곽영래 기자 OC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