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이 '군함도'에 대한 허심탄회한 속내를 밝혔다.
류승완 감독이 야심차게 선보인 '군함도'는 거침없는 흥행 질주로 2017년 최고 기대작다운 위용을 과시했다. 개봉 당일 97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사에 신기록을 쓰는가 하면, 박스오피스 최고 흥행작인 '명량'과 동일한 흥행 속도를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고 있지만, 스크린 독과점, 역사 왜곡 등 일부 관객들이 제기한 논란도 있었다.
1일 취재진과 만난 류승완 감독은 스크린 독과점과 역사왜곡 등 논란에 관한 솔직한 입장부터 오래 호흡을 맞춘 배우 황정민에 대한 애정까지 가감없이 밝혔다. '군함도'에 대한 A부터 Z까지 속시원히 털어놓은 류승완 감독의 이야기를 정리해봤다.
#스크린 독과점
'군함도'는 개봉 첫 날부터 2천개가 넘는 스크린에서 1만 회 이상 상영되며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류승완 감독은 앞서 YTN '뉴스와이드'에 출연해, 이에 대한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류승완 감독은 "굉장히 마음이 무겁다. 여름 시즌이면 반복되는 논란의 중심에 제가 만든 영화가 서게 돼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영화인들이 계속 이 문제를 지적하고 있고, 영화 단체들과 영화인들이 논의와 대책을 세우고 있다. 이렇게 관이 잡힐 줄은 몰랐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자 류승완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 번 입장을 밝혔다. 류 감독은 "제가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뜨뜻미지근하다는 분들이 계실 것 같다.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매 시즌마다 반복되고 있다. 이 시즌에 제가 만든 영화가 그 중심에 있다는 것이 민망한데, 시원하게 말씀드리자면 과도한 시장경쟁체제 속에서도 세상에 만들어진 모든 영화들이 가치가 있고, 관객들도 다양한 영화를 봐야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정책적으로 제한을 뒀으면 좋겠다. ‘군함도’가 방점을 찍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며 "영화계에 불필요한 논쟁이 언제까지 반복될지 우려스럽다. 저희 영화의 배급팀, 제작진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제 영화가 몇 개의 스크린에 걸리는지, 개봉 날짜까지 몰랐었다. 이 영화를 만든 책임자로서 이런 논란을 대표해 말씀을 드리는 건데, 건강한 문화 생태계에도 좋은 현상은 아닌 것 같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불거진 것에 대해 안타깝고 송구하다고 거듭 강조한 류승완 감독은 "안타깝고 당혹스럽고 마음이 무겁다. 영화를 만든 나조차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제발, 정책적으로 제한선이 정해졌으면 좋겠다"고 거듭 당부했다.
#역사 왜곡
일부 네티즌들은 조선인들이 하시마 섬을 탈출하는 '군함도'의 내용 속에서 일본인보다는 조선인들이 악하게 그려지는 등 일제강점기의 역사가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류승완 감독은 "역사왜곡 문제에 대해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먼저 왜곡의 의미에 대해 보자면, 사실을 사실이 아니라고 하거나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고 하는 게 왜곡이다"라며 "저는 이 영화에서 어떤 부분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영화에서 만들어진 인물이나 사건 조차도 그 시대적 배경이 아니었다면 나올 수 없는 것들이었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어 그는 "역사 전문가, 군사 전문가까지 초대해서 탈출의 범위까지 고증을 받으면서 촬영했다. 대규모 전투장면에서 기관총이 안 나오는데, 여기에 나오는 무기들은 당시의 무기들과 인력들로 세팅을 했다"며 "이것을 왜곡 논란으로 몰고 가는 것은, 이 영화를 만든 사람으로서 부당한 대우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천만
'군함도'는 제작 단계부터 예비 천만 영화로 꼽혀왔던 올해 최고의 기대작. 뚜껑을 연 '군함도'는 개봉 첫 날부터 한국 영화 사상 최고의 오프닝 기록을 세우며 천만행에 청신호를 켰다.
이에 대해 류승완 감독은 "저는 수치화에 반감이 있는 사람이다. 물론 천만 관객돌파를 한다면 좋겠지만 안되더라도 괜찮다"며 "제가 생각하던 것을 충분히 영화에 반영을 했기 때문"이라고 숫자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황정민
류승완 감독은 '부당거래', '베테랑'에 이어 '군함도'를 통해 황정민과 세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만약 '군함도'가 '베테랑'에 이어 다시 한 번 천만 영화가 된다면 황정민과 류승완 감독은 콤비로 또 한 번 천만이라는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류승완 감독은 "황정민 선배와 세 작품 째인데, 저는 정말 황 선배가 없었으면 이 영화를 끝까지 할 수 있었을까 싶다”고 황정민을 향한 두터운 믿음을 드러냈다.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부터 황정민과 작품에 대한 논의를 꾸준히 해왔다는 류승완 감독은 "황정민 선배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이건 당연히 해야지’라고 했었다. 그 선배가 우려했던 것은 하려면 제대로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군함도’를 먼저 들어간 게 아니라 영화 ‘베테랑’을 먼저 했다"며 "단순히 '이강옥=황정민'이 아니라 제작자 황정민이다. 감독과 배우가 아니라 같이 분노하고 기뻐하면서 작품을 만든 것 같다”고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 mar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