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중심타자 김재환(29)이 눈부신 7월을 보냈다. 월간 최우수선수(MVP)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최고 타자 레이스에서 독주하던 최형우(34·KIA)의 행진에도 제동을 걸었다.
10개 팀이 1일 일제히 8월 일정에 들어가는 가운데 7월 월간 최우수선수(MVP)의 향방은 김재환과 브룩스 레일리의 2파전으로 압축되는 양상이다. 레일리는 7월 5경기에서 리그 월간 최다인 37⅓이닝을 던지며 3승을 따내는 동시에 평균자책점 1.93으로 호투했다. 하지만 이런 성적에도 불구하고 레일리는 수상을 장담할 수 없는 형국이다. 두산의 7월 비상을 이끈 김재환이 버티기 때문이다.
김재환은 야수 중에서는, 적어도 ‘기록’적인 부문에서는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김재환은 7월 20경기에서 타율(.434) 1위, 최다안타(33개) 공동 1위에 올랐다. 9개의 홈런도 최정(SK·8개)을 제치는 리그 1위였고 24타점은 최형우 구자욱(삼성)과 함께 공동 1위였다. 출루율(.506), 장타율(.855) 역시 1위.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는 무려 1.361로 팀 동료인 박건우(1.218)을 제치고 여유있게 1위를 차지했다.
7월 한 달 성적만 놓고 보면 도루를 제외한 거의 전 부문에서 리그 1위거나, 극상위권이었다. 이런 김재환의 활약 속에 두산도 7월 14승5패1무(.737)의 높은 성적을 거두며 지난해 통합 우승팀다운 면모를 되찾을 수 있었다. 민병헌 양의지의 연쇄부상으로 타선이 헐거워진 와중에서도 두산이 선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였다. 이제 김재환 없는 두산 타선은 상상하기 어렵다.
2008년 프로에 데뷔한 김재환은 지난해 가능성을 꽃피웠다. 134경기에서 타율 3할2푼5리, 37홈런, 124타점을 올렸다. 롱런으로 이어가느냐, 반짝으로 그치느냐가 달린 올해 성적이 중요했는데 더 발전한 모습도 보인다. 장타력은 여전하고 타율, 출루율, 장타율이 모두 올랐다. 김재환은 7월까지 94경기에서 타율 3할6푼1리, 26홈런, 75타점, OPS 1.086을 기록 중이다. 꾸준함과 화끈함을 모두 갖췄다.
김재환의 7월 분전 속에 최고 타자 경쟁도 다시 불이 붙을 조짐이다. 올 시즌 리그 최고 타자는 최형우라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100억 사나이’의 가치를 하고 있는 최형우는 7월까지 96경기에서 타율 3할6푼2리, 23홈런, 89타점, OPS 1.123이라는 어마어마한 성적을 내고 있다. 그런 최형우를 견제할 만한 이가 마땅치 않았다. 있다면 압도적 홈런 1위라는 상징성이 있는 최정 정도였다.
하지만 김재환이 균형 잡힌 성적으로 치고 올라오며 판도가 흥미로워졌다. 7월이 끝난 지금, 김재환과 최형우의 기록은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다. 최형우가 여전히 전체적인 지표에서 약간씩 앞서가는 양상이지만, 차이는 크지 않다. 당장 8월이 끝난 뒤 두 선수의 순위가 바뀌어도 이상하지 않은,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는 격차다.
절대적인 지표는 아니지만, 직관적이라 많이 애용되는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에서도 김재환이 추격전을 벌인 끝에 오히려 역전했다.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의 집계에 따르면 김재환은 6.37로 최형우(5.99)를 제쳤다.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의 집계에서도 김재환(5.70)이 최형우(5.51)를 근소하게 앞서가고 있다. 양 사이트 집계 기준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wRC+에서도 이제는 김재환이 1위다.
물론 이 지표도 차이가 크지 않다. 역시 언제든지 순위는 뒤바뀔 수 있다. 7월 잠시 주춤한 시기를 보낸 최형우지만 몰아치기에 워낙 강한 선수다. 폭발력은 김재환에 뒤질 것이 없다. 결론적으로 두 선수의 경쟁은 이제 원점에서 다시 시작했다. 두 선수 중 하나가 올 시즌 최고 타자라는 왕관을 쓸 가능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