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우승은 물론 내친 김에 한국시리즈 우승에도 도전하는 KIA가 또 한 번의 트레이드 승부수를 던졌다. 이번에는 약점인 불펜 보강이다. 핵심인 김세현(30)에 모든 시선이 쏠려 있는 가운데 반등 기미를 보인다는 점은 반갑다.
KIA와 넥센은 2017년 트레이드 마감시한인 7월 31일 2대2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KIA는 2017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지명자인 좌완 이승호와 잠재력을 인정받았던 또 하나의 좌완 손동욱을 넥센에 보냈다. 그 대신 김세현과 외야수 유재신을 영입했다. 지난 4월 SK와의 4대4 트레이드에서 짭짤한 재미를 본 KIA가 마지막 날 또 한 번 트레이드 승부를 건 것이다.
KIA의 올 시즌 문제가 불펜이라는 점은 모두가 알고 있다. 최근 반등 기미를 보이고는 있지만, 그 대가로 특정 선수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는 양상은 무시하기 어렵다. 지난해 36세이브를 따내며 구원왕에 오른 김세현의 향후 활약이 주목받는 이유다. 물론 당장 팀의 마무리로 올라선다는 보장은 할 수 없다. 다만 다른 선수들과 적절히 짐을 나눠들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큰 힘이 된다.
김세현은 지난해 마무리로 전업해 혁혁한 성과를 냈다. 62경기에서 62⅓이닝을 던지며 2승36세이브 평균자책점 2.60의 성적을 냈다. 수비무관평균자책점(FIP)도 2.94로 뛰어났다. 그냥 운은 아니었던 셈이다. 그런데 올해는 7월까지 27경기에서 1승3패10세이브7홀드 평균자책점 6.83에 머물고 있다. 큰 폭의 성적 하락이다. 부상과 구위 저하에 세 번이나 1군에서 말소되는 등 넥센도 고민이 컸다.
가장 큰 문제는 빠른 공의 구위 저하였다. 타 팀의 몇몇 선수들은 시즌 초반 “김세현의 빠른 공 구위가 작년 위력은 아니다. 작년에는 빠른 공 하나도 대처가 버거웠는데 올해는 슬라이더도 밋밋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김세현의 빠른 공은 기본적인 구속이 떨어졌다. 지난해 김세현의 빠른 공 평균구속은 148㎞를 상회했다. 하지만 올해는 146㎞ 남짓에 머물고 있다. 공 끝도 지난해에 비하면 떨어진다는 게 상대 타자들의 이야기였다.
김세현은 사실상 패스트볼-슬라이더 투피치 투수다. 칼날 제구보다는 힘으로 윽박지르는 스타일이다. 이런 투수에게 빠른 공 구위 저하는 치명적이다. 슬라이더가 그럭저럭 버틴 것에 비해, 빠른 공 피안타율이 급격히 높아졌다. 다른 방면에서는 해답을 찾지 못했다. 성적 저하는 필연적이었다. 아무래도 스프링캠프부터 몸이 아파 정상적인 일정을 소화하지 못했고, 5월에는 우측 내전근을 다친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렇다면 김세현의 빠른 공은 반등할 수 있을까. 일단 가능성이 보인다는 평가다. 김세현의 빠른 공 구속은 5월 이후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최고 145㎞ 정도에 그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차례 말소됐으나 그 후에도 구속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특히 6월은 심각했다. 6월 11일 KIA전 당시 김세현의 빠른 공 평균 구속은 142.2㎞에 불과했다. 6월 한 달 흐름은 여기에서 확실히 반등하지 못했다. 그 결과는 6월 17.36의 평균자책점이었다.
장정석 감독도 “직구에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니 변화구로만 승부한다”고 김세현의 근본적인 문제가 여기 있음을 지적했다. 하지만 가장 마지막 세이브를 거둔 지난 7월 23일 kt전 당시의 빠른 공 평균구속은 144.5㎞로 많이 올라왔다. 최고 147㎞가 나왔고, 공 하나를 빼면 모두 144㎞ 이상이었다. 가장 근래 등판이었던 7월 26일 LG전은 난타를 당하기는 했으나 빠른 공 평균구속이 7월 들어 최고인 149.4㎞에 이르렀다. 뚜렷한 구속 향상이 눈에 띈다.
김세현은 7월 한 달 동안 10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다. 다만 마지막 경기였던 26일 LG전에서 ⅔이닝 3실점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그럭저럭 괜찮았다. 물론 구속이 투수의 전부는 아니다. 밸런스 등 여러 부분에서 KIA 코칭스태프가 김세현을 면밀히 살필 전망이다. 하지만 만약 지난해의 구위를 되찾는다면, KIA는 대권 도전의 화룡점정을 찍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