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6.16-2군행' 권혁 시련의 해, 안식년 불가피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8.01 05: 50

평균자책점 6.16. 한화 투수 권혁(33)의 기록이다. 입단 첫 해였던 2002년(13.50) 이후 15년을 통틀어 가장 높은 평균자책점. 결국 지난달 31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특별한 부상이 있는 건 아니다. 휴식 차원에서 엔트리 말소가 결정됐다. 
권혁은 지난해 10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지난해 8월말 팔꿈치 염증으로 시즌 아웃됐고, 개인 3번째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3월 시범경기에서 실전경기에 복귀했지만 2경기 만에 허리 통증으로 이탈했다. 4월26일 처음 1군 엔트리에 등록됐지만 구속이 오르지 않아 애먹었다. 
5월 중순부터 어느 정도 회복세를 보였고, 6월에는 최고 구속을 145km까지 끌어올렸다. 6월말 권혁은 "팔 상태가 썩 좋지 않았지만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회복 시기가 늦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래도 조금씩 볼 자체에 힘이 붙는 듯해서 다행이다. 점점 좋아질 것이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7월 권혁은 8⅔이닝 17피안타(3피홈런) 2볼넷 5탈삼진 11실점 평균자책점 11.42로 무너졌다. 최근 5경기 연속 실점, 3경기 연속 피홈런으로 뭇매를 맞았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순식간에 6점대(6.16)로 치솟았다. 올 시즌 36경기 30⅔이닝 투구로 관리를 받고 있지만 지난 2년간의 위력이 사라져버렸다.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 투구트래커에 따르면 권혁의 직구 평균 구속은 지난해 143.20km에서 올해 142.26km로 감소했다. 종속은 131.92km에서 130.66km로 조금 더 떨어졌다. 회전수는 46.35회에서 44.43회로 떨어졌다. 릴리스포인트 높이도 191.83cm에서 186.57cm로 눈에 띄게 낮아진 상태다. 
권혁은 직구 투수다. 변화구로 꼬는 것 없이 힘으로 정면승부하는 유형이다. 이를 위해선 일정한 구속, 회전수, 릴리스포인트를 유지해야 한다. 권혁은 모든 수치가 지난해보다 안 좋아졌다. 한화 이상군 감독대행은 "권혁이 원래 갖고 있는 볼이라면 구속이 147km도 나와야 한다"고 했다. 그게 안 되면 경쟁력이 떨어진다. 올해 9이닝당 탈삼진은 4.99개로 2002년 이후로 가장 적은 반면 9이닝당 피홈런은 1.76개로 최다 수치다. 
한화 이적 첫 해였던 권혁은 풀타임 시즌을 뛰며 구원 최다 78경기 112이닝을 던졌다. 2016년에도 66경기 95⅓이닝을 소화했는데 8월24일 엔트리 제외 전까지 구원 전체 최다였다. 투수의 팔과 어깨는 기계가 아닌 소모품이다. 한 베테랑 구원투수는 "불펜투수는 한 해 무리하면 다음해 피로감이 온다. 팔이 잘 넘어오지 않는다. 권혁은 2년을 그렇게 던졌으니 쉬어가는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5강 가능성이 멀어진 한화는 다음을 기약하는 분위기다. 특별한 부상이 없는 권혁을 1군에서 제외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시련의 해를 보내고 있는 권혁에게도 안식년이 필요하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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