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톡] "밥 한끼가 부정부패의 시작"..'비밀의 숲' 국보급 어록史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7.07.31 15: 00

모든 대사가 눈부셨다. 현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스토리 전개에 캐릭터들이 내뱉는 대사는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국보급'이었다. tvN '비밀의 숲'이 30일 종영한 가운데 이수연 작가가 만들고 '연기의 신'들이 완성한 명대사 '사이다 어록'들을 모아봤다. 
◆"모든 건 밥 한 번이 시작"

이제야 돌이켜 보니 이창준(유재명 분)은 모든 판을 짠 설계자임을 어느 정도 암시했다. 황시목(조승우 분)이 수습 시절 강직한 검사 선배로 존경까지 받을 정도였는데 무심코 얻어 먹게 된 밥 한 끼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다 
지난 7회에서 차장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한 이창준은 서랍 속 명품 지갑을 꺼내며 "모든 시작은 밥 한 끼다. 아무 것도 아닌 한 번의 식사 자리. 접대가 아닌 선의의 대접. 돌아가면서 낼 수 있지만 다만 그 날따라 내가 안 냈을 뿐인 술값. 바로 그 밥 한 그릇이, 술 한 잔의 신세가 다음 만남을 단칼에 거절하는 걸 거부한다"고 혼잣말했다. 
이어 그는 "인사는 안면이 되고 인맥이 된다. 인맥은 힘이지만 어느 순간 약점이 되고 더 올라서면 치부다. 첫 발에서 빼야 한다. 첫 시작에서. 마지막에서 빼려면 댓가를 치러야 한다"며 명품 지갑을 찢어버렸다.
◆"특검을 지켜주십시오"
이창준은 장인인 한조그룹 이윤범(이경영 분)의 비리를 고발하고자 스스로 변절한 앞잡이가 됐다. 청와대 수석비서관으로 초고속 승진하며 국방부의 묵인 하에 벌어지고 있는 이윤범의 방산 비리를 눈앞에서 지켜봤다. 그리고 이를 모두 증거로 남겨뒀지만 검찰총장(선우재덕 분)에게 전화해 황시목의 특임팀을 해체하라고 지시했다. 자신이 임명한 바로 그 '믿을맨' 황시목을 말이다. 
이에 황시목과 부장검사들은 검찰총장 앞에서 "누구의 명령입니까? 검찰의 본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 달라고 하신 분 누구냐. 저희가 아니라 검찰의 존재 이유를 지켜 주십시오. 죽은 듯 숨만 쉬는 게 무슨 의미겠습니까. 자긍심의 문제입니다. 굴복하면 안 됩니다. 대한민국 검찰은 총장님도 우리의 것도 아닙니다. 특히 어느 한 개인의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우리가 언제부터 수사 기간을 구걸하게 됐습니까"라고 호소했다. 
결국 이들은 특임팀을 지켰고 황시목은 이창준이 투신하며 남긴 증거들을 토대로 이윤범과 관련된 부정부패 세력을 처단하고자 했다. 검사장(박성근 분)은 부장검사들에게 만만치 않은 일임을 알리며 "죽겠지?"라고 물었다. 부장검사들은 "왜 죽습니까. 얘네가 죽어야지"라고 답했고 검사장은 "압살하냐 섣불리 건드렸다가 우리가 죽느냐다"라고 격려했다. 황시목은 선배 검사들에게 "부탁드린다"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무서워서 숨어만 계셨냐"
황시목은 어렸을 적 뇌수술로 감정을 잃은 캐릭터다. 하지만 점차 감정 제어 기능이 회복돼 이로 인한 스트레스나 외부 충격을 받으면 극심한 이명 증세를 보이며 기절하곤 했다. 지난 14회에서 그는 후배 영은수(신혜선 분)가 살해되자 또다시 충격을 받아 쓰러졌다. 
이후 그는 영은수의 빈소를 찾았고 고인의 아버지(이호재 분)는 "내 딸 지켜달라고 했지. 이게 뭐냐"며 황시목을 원망했다. 곧이어 이창준이 등장했고 영일재는 "네가 죽였어. 네가 내 딸 은수를 죽였다"며 화를 냈다. 그러자 황시목이 분노를 표출했다. "왜 보고만 있었습니까"라며 영일재에게 소리친 것. 
그는 "왜 싸우지 않으셨냐. 법을 무기로 싸우지 않았나. 왜 긴 시간을 숨어만 있었냐. 정작 본인은 뭐하고 있었냐. 가족을 위한 게 아니라 본인을 위한 것 아니셨냐"며 이윤범에게 맞서지 못하고 가족 뒤에 숨어 있던 영일재에게 일침을 가했다. 결국 영일재는 자신이 과거 이윤범의 비리를 캐다가 좌천됐고 증거를 영은수가 갖고 있다 살해당한 것임을 황시목에게 알렸다. 
◆"좀 천천히 오지"
30일 마지막 회에서 이창준은 자신이 윤과장(이규형 분)을 시켜 검사 스폰서인 박무성(엄효섭 분)을 죽인 장본인이라고 이윤범에게 알렸다. 그리고는 이를 알아 챈 황시목을 한적한 공사장으로 따로 불렀다. 난간 앞에 서 있던 그는 황시목을 보자 "생각보다 빨리 왔네"라며 허탈해했다. 
황시목의 질문에 이창준은 솔직히 답했다. "하청 한 번 받게 해 달라는 박무성을 내쳤어야 했는데"라며 "한조물류를 소개시켜줘도 큰 여파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불법 증여 작전 중인 걸 몰랐다. 주목 안 받도록 작업 중인 걸 몰랐으니까. 후회 돼. 그 한 번의 판단착오가. 너라면 후회할 일을 만들었을까?"라고 체념한 듯 말했다. 
이어 그는 "날이 참 좋아. 수갑을 차고 수형번호를 가슴에 달고 이리저리 끌려다니겠지. 후배 검사들에게 추궁 받으며. 패잔병이 돼 포로로 끌려다니느냐 전장에서 사라지느냐. 선배님 소리 듣기 참 좋네. 좀 천천히 오지"라는 말을 남긴 채 건물에서 투신 자살을 택했다. 
비리 척결을 위해 내부고발자가 됐고 자신의 죽음으로서 부정부패가 뿌리 뽑히길 바라면서도 자살을 앞둔 복잡미묘한 심경이 "좀 천천히 오지" 마지막 대사에 모두 담겨 있었다. 특히 그는 눈을 감기 전 서동재(이준혁 분)에게 "아직 기회가 있어. 동재야. 이 길로 오지 마"라고 유언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더 이상 침묵해선 안 된다"
이창준은 죽기 전까지 한조그룹과 정치인들, 고위공직자들의 비리 증거를 모아놨다. 이와 함께 자신의 속내를 담은 손편지 한 장을 황시목에게 남겼다. 황시목은 이창준의 아내이자 이윤범의 딸인 이연재(윤세아 분)가 찾아오자 편지를 건넸다. 
유서 편지에서 이창준은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 심리적 마지노선마저 붕괴되고 있다. 검사로서 19년, 이게 무섭게 커가는 걸 지켜봤다. 낮엔 힘없는 이들을 구속하고 밤엔 밀실에 갔다. 난 그들이 법망에 걸리지 않게 지켰다. 그들을 지켜보지 않을 땐 정권마다 던져지는 가이드 라인을 충실히 이행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적당히 오염됐다면 난 외면했을 거다. 내가 가진 걸 누리며 살았을 거다. 하지만 내 몸에서 삐걱 소리가 나더라. 먼지만 먹고 있을 순 없었다. 부정부패가 해악의 단계를 넘어 사람을 죽이고 있다. 처음부터 칼을 빼야 했다. 시작부터. 하지만 마지막조차 칼을 들지 않으면 시스템 자체가 무너진다. 파괴된 시스템을 복구시키는 건 수많은 사람의 피. 역사가 증명해준다고 하고 싶지만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이용해 판을 뒤엎어야 한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치유 시기를 놓쳤다. 더 이상 침묵해선 안 된다. 기다리고 침묵하면 온 사방이 곧 지저분해진다. 이제 입을 열어 말하고 손을 들어 가리키고 장막을 치워 비밀을 공개해야 한다. 이게 시작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안 무너집니다"
내부고발자 이창준이 남긴 증거들을 토대로 황시목은 이윤범을 구속기소했다. 이윤범은 기업인으로서 대한민국을 먹여 살렸다며 "사랑하는 나의 조국이 추락할까 두렵다. 저 이윤범은 검사들이 법리해석상 옭아맬 수 있을지 몰라도 대한민국 역사 앞에서 난 무죄"라고 주장했다. 자신을 체포하려는 황시목에게 "우리가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무너져"라고 맞섰지만 그는 차가운 얼굴로 덤덤하게 "안 무너집니다"라고 응수했다. 
이어 TV에 나간 황시목은 이창준이 증거에 힘을 싣고자 재벌의 앞잡이 노릇을 자처하며 오명을 쓴 진실을 알렸다. 그리고는 "이창준은 괴물이다. 범인을 단죄할 기회가 본인에게 있다고 생각한 괴물"이라고 표현했다. 
검찰을 대표해 국민 앞에 선 그는 "눈 감아주고 침묵하니까 부정을 저지르는 거라더라. 누구 하나 부릅뜨고 짖으면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검찰은 실패했다. 우리 검찰 더 이상 부정한 세력에 휘둘리지 않고 국민에게 헌신하겠다. 더욱 공정할 것이며 더욱 정직할 것이다. 이런 괴물 안 나오도록 검찰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comet568@osen.co.kr
[사진] '비밀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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