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뭇매를 맞기도 했지만 손승락(35·롯데)은 손승락이다. 관록은 사라지지 않았다. 6년 연속 20세이브 이상이라는 대업을 달성한 손승락의 다음 목표는 이제 구원왕 탈환으로 향할 전망이다.
손승락은 30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3-2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올라 깔끔하게 1이닝을 정리하고 세이브를 따냈다. 시즌 20번째 세이브이자, 개인 통산 217번째 세이브. KBO 리그 역사상 6년 연속 20세이브 이상을 달성한 선수는 손승락 이전에 구대성(7년 연속) 단 한 명뿐이었다. 손승락이 쌓아올린 금자탑의 무게감은 가볍지 않다.
넥센 시절 세 차례나 구원왕에 오른 손승락은 지난해 롯데로 이적한 뒤 세이브 추가 속도가 조금 더뎠다. 이상하게 세이브 상황이 잘 찾아오지 않았다. 동점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경우도 꽤 많았다. 롯데의 팀 성적과도 연관이 있었다. 또한 지난해의 경우는 자신의 성적이 조금 좋지 않은 점도 분명했다. 손승락은 48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이 4.26에 이르렀다. 마무리투수로서는 높은 수치였다.
하지만 올해는 달라진 모습이다. 스프링캠프 당시부터 시즌에 맞춰 천천히 페이스를 끌어올린 손승락은 점차 안정감을 찾고 있다. 4월까지 평균자책점은 3.24였지만, 5월(2.45), 6월(1.74), 7월(1.93)은 모두 성적이 좋다. 4월과 5월은 모두 피안타율이 3할대 중·후반에 이르렀으나 6월은 1할7푼1리, 7월은 2할1푼6리로 정상궤도에 올랐다.
세이브 추가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손승락은 5월 3세이브, 6월 3세이브에 머물렀다. 기회도 잘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7월 14경기에서는 8세이브를 쓸어 담으며 어느덧 2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이제 리그 구원 1위인 임창민(NC·22세이브)과의 차이는 두 개다.
손승락은 2010년(26세이브), 2013년(46세이브), 2014년(32세이브)까지 세 번이나 구원왕에 오른 경력이 있다. 그러나 2015년(23세이브)은 4위, 지난해(20세이브)는 7위에 머물렀다. 올해 구원왕 타이틀은 전체적인 상황상 임창민과 손승락의 ‘2파전’으로 흐를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팀이 얼마나 손승락에 많은 기회를 만들어주느냐도 흥미롭다.
한편 손승락은 구원 부문 역대 순위에서도 서서히 위를 바라보고 있다. 올해 구대성(214세이브)을 제치고 역대 4위로 올라선 손승락은 3위 김용수(227세이브)까지의 격차도 10개로 좁혔다. 현재 페이스라면 올해 안에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위는 아직 현역인 임창용의 254세이브, 1위는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의 277세이브다. 손승락이 KBO 리그의 마무리 계보를 이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