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가 야심차게 도입한 비디오 판독이 지난주 또 다시 치명상을 입었다. 홈런 오독으로 판독 센터장이 10일 출장정지 징계를 받은 지 열흘도 지나지 않아 오독이 속출했다.
지난 29일 대전 LG-한화전에선 명백한 오독이 나왔다. 2회말 1사 3루에서 한화 양성우가 1루 땅볼을 쳤고, 3루 주자 윌린 로사리오가 홈으로 뛰었다. LG 1루수 정성훈이 홈 승부를 했지만 구심의 판정은 세이프. LG 측에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원심 그대로 세이프 판정이 내려졌다. 그러나 KBSN스포츠 중계 리플레이 화면에는 로사리오의 오른발이 홈을 지나기 전 LG 포수 유강남의 미트가 로사리오의 왼팔에 먼저 닿았다.
같은 날 문학 롯데-SK전에도 8회말 SK 조용호의 2루 도루가 최초 판정 아웃에서 비디오 판독결과 세이프로 정정됐지만 리플레이 화면에선 아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일 울산 삼성-롯데전에서 벌어진 손아섭 홈런 타구를 2루타로 오독한 사건으로 김호인 비디오 판독 센터장이 10일 출장정지 징계를 받은 뒤 열흘도 지나지 않아서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KBO 비디오 판독이 갖고 있는 시스템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KBO 비디오 판독은 기본적으로 중계 방송사에 의존하고 있다. KBO리그 규정 제28조 비디오 판독에 따르면 '중계가 편성돼 있는 경기에 한해 비디오 판독을 실시한다'고 명시돼 있다. 중계가 없을 경우에는 비디오 판독을 실시하지 않는다. KBO 카메라 영상이 각 구장마다 3대 설치됐을 뿐, 방송사로부터 7개의 중계용 화면을 받아 쓴다.
KBO 자체적으로 비디오 판독을 하는데 어려움이 큰 지금으로선 방송사와 협조가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중계 방송사 화면을 적극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방송사도 판독 중에는 느린 화면을 내보내지 않아 답답함을 가중한다. 판독이 끝난 후 기다렸다는 듯 오독 영상을 내보낸다. 야구팬들이나 시청자들을 더 화나게 하는 이유다.
한 방송 관계자는 "판독 중 느린 화면을 내보내지 않는 건 KBO 판독 센터를 존중하는 차원이다. 애매한 그림은 판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본적인 중계 화면은 판독 센터에 전송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심을 잡아낼 수 있는 결정적인 입체 화면은 KBO 판독 센터에 전부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몇 년 전부터 물밑에서 중계권료 문제로 첨예하고 대립 중인 KBO와 3사 방송사들이 비디오 판독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모양새. 한 야구 관계자는 "방송사 입장에선 중계권료 문제로 가뜩이나 KBO에 불만이 많은데 비싼 돈 들인 기술 장비를 공짜로 줄 순 없을 것이다"고 꼬집었다.
방송사와 긴밀한 협조로 오독을 줄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중계권료가 얽혀있는 지금 구조에선 쉽지 않다. 방송사들이 야구팬, 시청자들을 볼모로 삼고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결국 KBO 자체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각 경기장 카메라 확대 설치, 판독 센터의 부족한 인력 보강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그만한 대가를 지불하고 방송사들의 입체 화면을 사용하면 된다.
아울러 현장 선수들은 비디오 판독에 걸리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29일 대전 경기 비디오 판독에는 무려 7분이 걸렸다. 3분 이내로 판독 시간제한을 설정해야 경기 진행에 있어 차질이 없다. 또한 판독 영상을 구장 전광판에도 띄워 현장 관중들이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5분 넘도록 영문도 모른 채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지금의 KBO 비디오 판독은 신뢰성도, 효율성도, 예의도 없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