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최고의 한 주였죠".
지난주 KBO리그 최고의 스타는 단연 LG 내야수 황목치승(32)이었다. 하이라이트 필름으로 길이 남을 신기의 홈 슬라이딩에 이어 묘기에 가까운 동작으로 연일 호수비를 펼쳤다. 여기에 날카로운 타격까지, 공수주 삼박자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뽐냈다.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도 오를 만큼 뜨거운 관심이었다.
시작은 지난 26일 잠실 넥센전. 2-3으로 뒤진 9회말 1사 2루에서 박용택의 대주자로 투입된 황목치승은 이형종의 우전 안타 때 홈으로 쇄도했다. 최초 판정은 아웃이었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세이프로 번복돼 동점 득점을 올렸다. 가속도가 붙은 상황에서 몸을 비틀어 박동원의 태그를 피한 신기의 슬라이딩이었다. 황목치승의 센스에 힘입어 LG는 4-3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28일 대전 한화전에선 4회 오지환 대신 유격수로 교체출장, 7회 정근우의 중전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으로 걷어낸 뒤 몸 중심이 무너진 상태에서 강하고 정확한 1루 송구로 아웃을 잡아냈다. 시즌 첫 선발출장한 29일 한화전은 3안타 맹타를 쳤고, 30일 한화전도 선발로 나와 호수비에 1안타 1사구 2득점으로 활약했다.
황목치승은 지난 한 주를 돌아보며 "한마디로 최고의 한 주였다. 대주자로 나가 운 좋게 득점을 한 뒤 자신감이 생겼다. 기회가 많이 왔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 기뻤다"며 "선발로 나가든 중간에 나가든 똑같이 내가 하던대로 하려 했다. 수비는 어떻게든 (주자를) 죽이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다. 타격도 잘 맞을 때, 그렇지 않을 때가 있는데 지금은 잘 맞을 때인 듯하다"고 말했다.
황목치승은 시즌 전 스프링캠프를 1군이 아닌 2군에서 시작했다. 개막 엔트리에는 들었지만 3연전이 끝난 뒤 2군으로 내려갔다. 거의 3개월 가까운 2군 생활이었지만 황목치승은 좌절하지 않았다. "1군이든 2군이든 야구하는 똑같다.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열심히 준비하면 팀에서 필요로 할 때가 올 것이라 믿었다"는 게 황목치승의 말이다.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출신인 황목치승은 프로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LG 양상문 감독은 "내가 LG에 왔을 때부터 황목치승은 경기에 보낼 때마다 자기 역할을 100% 잘해줬다. 수비도 내야 세 군데를 볼 수 있고, 타격과 주루도 아주 열심히 한다. 투지 있게 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며 "체력이 조금 달리지만 2주 정도는 자기가 갖고 있는 것들을 보여줄 수 있다"고 칭찬했다.
지난겨울 결혼을 한 황목치승은 "한 집안의 가장이 되다 보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된다. 한 주 동안 주변에서 많이 응원하고, 같이 기뻐해 주셨다. 지금처럼 내가 갖고 있는 실력을 앞으로도 변함 없이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때를 기다린 황목치승, 그에겐 지금이 영광의 시절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