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③] 장훈 감독 “실제로 본 힌츠페터 기자, 존경스러운 분”
OSEN 지민경 기자
발행 2017.07.31 08: 58

영화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광주의 상황을 사실적이면서도 담담하게 풀어냈다.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된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 분)이 통금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큰 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가게 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당시 광주의 참담한 상황은 극 중 서울에서 온 택시기사 만섭이라는 이방인의 시선을 통해 최대한 담백하게 그려진다. 하지만 이는 이미 극 중 인물들에게 감정이입해 있는 관객들의 눈물샘을 더욱 자극한다.

장훈 감독은 최근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 나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실화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된다. 이에 대해 장훈 감독은 “힌츠페터 기자님이 서울의 택시 기사와 함께 20일 날 출발해서 21일에 올라오는 여정은 실제다. 이 이야기는 처음 기자님이 필름을 찍어서 광주 상황들을 내보내는 그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거고 두 분의 1박 2일 동행을 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힌츠페터 기자님 부분은 실제 자료 인터뷰가 많이 남아있고 그 분을 실제 만나기도 했기 때문에 대부분이 리얼이다. 하지만 김만섭이라는 인물은 알려진 바가 없다. ‘기자님보다 나이가 많았었던 것 같다’, ‘사람 좋은 분인 것 같다’, ‘재치와 기지가 있는 분이었던 것 같다’는 등 이정도 정보 외에는 나머지 개인사는 알 수 가 없다. 정보가 없다보니까 대부분이 캐릭터적으로 만들어진 부분이고 극 중 황기사와 광주 시민들도 당시 광주 시민들의 어떤 모습들을 바탕으로 영화적으로 대표성 있게 만든 캐릭터들이다. 실제와 영화적인 구성을 섞어서 만들었다”고 밝혔다.
장 감독은 극 중 힌츠페터 기자의 캐릭터가 다른 인물들의 비해 너무 평면적이라는 평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말했다. “시나리오를 고치면서 당연히 독일 기자 캐릭터를 더 극적으로 바꾸고 싶었다. 어찌 됐든 캐릭터가 변화하는 인물이 되면 아무래도 더 극적인 느낌이 들고 입체적으로 보이니까. 하지만 실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캐릭터에 입체감을 주기에는 실존인물이 가지고 있는 어떤 그런 부분이 없었다. 그런 부분을 떠나서 아예 캐릭터를 영화적으로 바꿔서 입체감을 만들 수도 있었지만 그것은 실존인물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이어 “힌츠페터 기자님은 실제로 만났을 때 너무 점잖고 이미 한결같은 분이었다. 드라마가 없는 한결같은 분. 그냥 좋은 분. 영화 캐릭터로 하기 너무 힘든 분. 그런데 영화에서 보면 입체감 없고 단선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현실에서 뵀을 때는 너무 존경스러운 분이다. 그 분이 하셨던 상식적인 이야기들이 제가 기대한 특별한 대답보다 제게 더 크고 특별한 충격을 줬다. 영화를 만드는 내내 그 분이 하셨던 얘기를 생각하면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장훈 감독은 ‘의형제’, ‘고지전’에 이어 ‘택시운전사’까지 대한민국의 아픈 현대사를 스크린에 담아냈다. 이에 대해 그는 “과거가 있으니까 현재가 있는 거다. 역사에 관심이 많다기 보다 시대를 떠나서 그 안에 있던 사람들에 더 관심이 있다. 어떤 시대에 태어나느냐에 따라 개인의 삶은 크게 좌지우지 된다. 하지만 시대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하지 않은 시대에 태어나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간적인 도리를 다하고 자신을 희생하는 분들을 보면 너무 감동적이고 미안하고 고마움을 느낀다. 그런 그분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희망을 발견하게 되는 곳은 사람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 사람의 모습. 그래서 이 영화에서도 광주 기사님들이나 만섭이나 진실을 보도하기 위해 노력했던 기자님이나 그런 분들에게서 많은 분들이 희망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mk3244@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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