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익래의 위즈랜드] 수원구장 적신 승리의 물세례, 그 첫 단추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7.30 10: 00

"물을 뿌릴 기회가 많아야 할 텐데요". kt를 대표하는 이벤트 '워터 페스티벌'을 앞둔 관계자의 이야기였다. kt가 염려를 기우로 바꾸며 5연패에서 벗어났다.
kt는 29일 수원 kt위즈파크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NC전을 4-3으로 승리했다. 팽팽하던 8회 2사 만루에서 나온 남태혁의 밀어내기 볼넷이 결승점이었다.
kt는 이 경기를 몇 달 전부터 손꼽아 기다렸다. kt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워터 페스티벌이 예정됐기 때문이다. kt는 1군 진입 첫 해인 2015시즌 워터 페스티벌을 10개 구단 최초로 도입했다. 득점이 나오면 경기장 곳곳에 설치한 워터 캐논에서 물대포가 쏟아졌다.

팬들의 호응은 열광적이었다. kt를 벤치마킹한 몇몇 구단들도 여름이 되면 워터 페스티벌 행사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kt는 '원조부심'을 표하기라도 하듯 워터 슬라이드 설치, 드론을 통한 인공 강우 분사 등 다양한 아이템을 추가했다.
kt는 29~30일 NC전을 시작으로 8월 5~6일 SK전, 19~20일 두산전까지 행사를 기획했다. 워터 페스티벌 행사날 성적도 좋았다. kt는 앞선 두 시즌 8번의 워터 페스티벌 경기에서 6승2패 호성적을 거뒀다. 팀 타율은 3할1푼에 달했다. 기대해봄직한 결과였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kt의 최근 성적이다. kt는 최근 39경기서 5승34패, 승률 1할2푼8리를 기록 중이었다. 두 달 가까이 한 번의 연승도 없는 흐름이었다. 때문에 "선수들의 잘해줘서 물 뿌릴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kt 관계자의 염려가 허투루 다가오지 않았다.
포수 이해창은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워터 페스티벌 때 팬들과 물총 싸움하는 걸 손꼽아 기다린 선수가 있다. 오늘 경기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선수가 바로 그 선수일 것이다"라며 "뭘 해도 좋으니 이겼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김진욱 kt 감독도 염려는 마찬가지였다. 김진욱 감독은 "우리 팀이 이런 마케팅이 참 좋다. 하지만 성적이 나지 않아 팬들께 죄송한 마음뿐이다"라며 "좋은 경기로 워터 페스티벌을 찾아주시는 팬들께 기쁨을 드리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초반 흐름은 좋았다. kt는 1회 선취점을 빼앗겼으나 2회 곧장 2-1 역전에 성공했다. 상대 내야진의 허술한 수비가 이어지자 차곡차곡 점수를 따낸 것. 1루 측 응원석에는 시작부터 물세례가 쏟아졌다.
이후는 엎치락뒤치락의 흐름이었다. kt 타선이 침묵한 사이 NC는 6회 2-2 균형을 맞췄다. 피어밴드 상대로 무사 1·3루 기회를 만들었고 모창민이 연이틀 희생플라이 타점을 올렸다.
kt는 7회 대타 이진영의 적시타로 다시 3-2 리드를 잡았으나 8회 곧장 나성범에게 솔로포를 얻어맞아 3-3 균형을 내줬다. 그러나 kt는 8회 다시 2사 만루 기회를 만들었고 기어코 경기를 뒤집었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대만족을 드러냈다. 이번 주 내내 kt위즈파크를 찾았다는 김별(25) 씨는 "개인적으로 심재민의 팬이다"라고 운을 뗀 뒤 "다른 팀들이 kt의 워터 페스티벌 행사를 따라하는데 분명히 kt가 원조다"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kt 원년 팬이라고 밝힌 강미경(33) 씨는 "워터 슬라이드를 직접 타고 내려왔는데 생각보다 높아서 무섭고 짜릿했다"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그는 "최근 팀 성적이 좋지 않은데 조금 더 열심히 해서 지난해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선수들 역시 만족했다. 경기 후 만난 김재윤은 "평소보다 훨씬 더 큰 응원 소리가 들렸다. 그 기운을 전달받았기 때문에 우리가 5연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라며 "마음 같아서는 나도 물을 맞으러 관중석에 올라가고 싶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힘겨웠던 5연패 탈출기. 승리의 물세례가 원동력이었다. / kt 담당 기자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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