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이승엽(41·삼성)의 4천루타는 얼마나 깨기 힘든 대기록일까.
이승엽은 29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벌어진 ‘2017시즌 타이어뱅크 KBO리그’ 넥센전에서 프로야구 최초 통산 4천루타의 대기록을 세웠다. 이승엽은 삼성이 0-5로 뒤진 6회 넥센 선발 김성민의 슬라이더를 깨끗하게 밀어쳐 2루를 밟았다. 이승엽이 통산 4천루타를 달성하는 역사적 장면이었다. 이승엽은 8회 2루타 하나를 추가하며 4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경기 후 이승엽은 대기록을 축하하기보다 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삼성이 11안타를 때리고도 단 1점에 그쳐 1-14로 대패를 당했기 때문이었다. 반면 넥센은 홈런 네 방 포함, 장단 15안타로 14점을 몰아쳤다. 장영석은 생애 첫 만루포로 삼성을 침몰시켰다.
이승엽은 “경기에 졌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며 대기록 달성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팀 승리보다 중요한 개인기록은 있을 수 없다. 이승엽이 활약한 경기서 삼성이 패한 것은 유감이다. 다만 대기록의 가치를 제대로 모르고 그냥 넘어가는 것도 분명 아쉬운 일이다. 이승엽이 세운 기록은 한 동안 깨지지 힘든 프로야구 역사 자체이기 때문이다. 4천루타가 얼마나 깨기 힘든 기록인지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 양과 질에서 최고가 아니면 불가능한 4천루타
이승엽의 대기록이 위대한 이유는 ‘양과 질’에서 모두 최고라는 점이다. 이승엽은 불과 1862경기만 뛰고 4천루타를 넘어섰다. 이승엽보다 훨씬 많은 경기에 출전하고도 4천 고지를 넘지 못한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이승엽은 전성기였던 2004년부터 8년 동안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했다. 통산기록을 쌓기에 상대적으로 매우 불리한 조건이다. 그럼에도 이승엽이 최고 자리에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적은 경기를 뛰고 활약이 좋았다는 뜻이다.
이승엽의 경기당루타는 2.15다. 이는 프로야구 최다루타 30위 안에 있는 선수 중 단연 최고다. 타격천재로 불렸던 왕년의 전설들도 1.7개를 넘기가 힘들다. 경기당루타가 2.0이 넘는 선수는 이승엽과 함께 최형우뿐이다.
단일시즌 최다루타 기록은 2015시즌 박병호가 세운 377루타다. 2015시즌 테임즈가 373루타로 뒤를 잇고 있다. 이승엽은 1999년 356루타(3위), 2002년 352루타(4위), 2003년 335루타(8위)로 유일하게 역대 10위 중 세 번이나 이름을 올린 선수다. 그만큼 이승엽이 엄청난 임팩트를 낸 시즌이 많았던 셈이다. 현역 KBO선수 중 이승엽 외 최형우가 2016시즌 338루타를 쳐 1999년의 마해영과 함께 공동 6위에 올라 있다.
이승엽은 2012년 일본에서 돌아온 후에도 꾸준한 몸 관리로 마흔을 넘어서도 주전으로 뛰고 있다. 몇 년 만 반짝 잘해서는 결코 4천루타를 깰 수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 4천루타 깰 수 있는 후배는 누구?
현역선수 중 이승엽의 뒤를 이어 이호준(41, NC)과 박용택(38, LG)이 뒤를 따르고 있다. 두 선수 모두 480경기 이상을 뛰어야 한다. 두 선수의 나이를 감안할 때 4천루타 달성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재 가장 근접한 선수는 김태균(35, 한화)이다. 그가 부상 없이 지금의 타격감을 유지한다면 457경기를 더 뛰면 4천루타 경신이 가능하다. 지금의 페이스라면 2020시즌 말미쯤이 될 것이다. 동갑인 이대호(35, 롯데)는 이승엽처럼 전성기에 일본과 미국에서 뛰어 경기수가 부족하다. 이대호는 898경기가 더 필요해 2023년까지는 뛰어야 한다.
이승엽은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 46경기가 남았다. 이승엽은 산술적으로 4100안타까지 달성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후배들 중 이승엽의 기록을 깰 수 있는 선수는 누가 있을까.
선두주자는 최형우(34, KIA)와 최정(30, SK)이다. 최형우는 경기당루타가 2.05로 이승엽에 이어 2위다. 최형우가 지금처럼 잘 친다면 5년 뒤 이승엽의 기록을 경신하는 것도 가능하다. 최정은 나이가 어린데다 홈런으로 단숨에 4루타를 더하기 때문에 유리한 입장이다. 산술적으로는 4천루타에 6년 반 정도 걸린다. 다만 최정은 해외진출 가능성이 있어 변수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