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29·필라델피아)가 예상치 못한 트레이드에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필라델피아는 김현수를 벤치 멤버로 쓰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김현수는 도약이냐, 방출이냐의 중대 기로에 섰다.
볼티모어와 필라델피아는 29일(이하 한국시간)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김현수의 이름이 끼어 있었다. 볼티모어는 선발 로테이션 보강을 위해 제레미 헬릭슨을 얻었다. 대신 김현수, 마이너리그의 좌완 투수인 개럿 클레빈저, 그리고 국제계약 지출액 보너스를 보냈다. 김현수는 볼티모어에서의 널뛰기 생활을 정리하고 필라델피아로 향한다.
그러나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다. 필라델피아는 이미 팀이 키우는 젊은 외야수들이 즐비하다. 우익수 애런 알테르를 비롯, 중견수 오두벨 에레라, 좌익수 닉 윌리엄스로 이어지는 외야 라인업이다. 리빌딩을 진행 중인 필라델피아가 이 기조를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리고 이 세 선수는 김현수보다 더 젊고, 또한 올 시즌 성적이 더 좋다.
맷 클렌텍 필라델피아 단장도 마찬가지 생각을 드러냈다. 클렌텍 단장은 트레이드 직후 지역 언론인 ‘CSN 필라델피아’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온 김현수는 더 많은 기회를 얻을 것이다”라면서도 “벤치 멤버와 비슷하게 활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클렌텍 단장은 “구단의 목표는 여전히 젊은 외야수들의 성장”이라고도 말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김현수를 당장 주전으로 쓸 가능성은 적다.
볼티모어 언론에서는 김현수가 좁아진 팀 내 입지는 물론 연봉 때문에 트레이드됐다고 보고 있다. 헬릭슨의 연봉은 1720만 달러에 이른다. 볼티모어로서는 페이롤 문제가 생기니 김현수라도 처리했다고 보는 것이다. 필라델피아 측 언론도 이번 트레이드의 핵심을 국제계약 슬롯 확보, 그리고 좌완 클레빈저로 보고 있다. 김현수를 주목하는 시선은 그렇게 크지 않다.
김현수는 당분간 팀의 ‘네 번째 외야수’로 활약할 전망이다. 지명타자 제도가 없는 내셔널리그이기에 투수 타석 대타 등 다양한 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조만간 원래 팀의 네 번째 외야수였던 베테랑 다니엘 나바가 돌아온다. 올해 연봉이 135만 달러로 저렴한 나바는 최근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부상자 명단에 있다. 하지만 당초 예상보다 장기 결장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르면 열흘을 채우고 돌아올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나바는 올 시즌 180타석에서 타율 3할3리, 출루율 4할, 장타율 0.408을 기록하며 백업 임무를 잘 해냈다. 나바가 돌아오는 시점에서 김현수의 거취도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필라델피아는 네 명의 외야수로 시즌을 치를 가능성이 크다. 주전 외야수들의 입지는 굳건하고, 나바와 김현수의 다툼이다. 나바는 스위치 타자라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수비도 김현수보다 떨어지지 않는다. 카메론 퍼킨스와 로만 퀸 또한 구단이 키워야 할 외야수다. 무시할 수 없다.
김현수는 올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즉, 계약 기간이 많이 남은 선수는 아니다. 필라델피아로서는 나바 혹은 퀸이 부상에서 복귀하는 시점에서 김현수의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 김현수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있고, 필라델피아가 로스터 자리를 비우는 방법은 양도선수지명(DFA) 등의 방출 절차뿐이다. 결국 김현수는 제한된 시간 내에 자신의 가치를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큰 암초와 부딪힐 수밖에 없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