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잃은 검사, 국내 드라마 역사상 전무후무한 캐릭터가 탄생했다. 자칫 매력이 반감될 위험부담이 큰 남자 주인공인데 모든 개연성은 이를 연기한 배우 조승우로 통했다.
조승우는 6월 10일부터 전파를 탄 tvN 토일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검사 황시목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황시목은 어릴 적 뇌수술을 받은 후 감정을 잃고 이성으로만 세상을 보는 차갑고 외로운 검사.
그가 주도적으로 박무성 살인사건을 파헤치며 그 뒤에 숨겨진 거대한 비리 세력과 오랫동안 쌓인 관행과 부패를 추적하고 있다. 검찰 내부, 더 나아가 대한민국 '높은 분들'의 적폐를 청산하려는 것.
조승우는 황시목으로 완벽하게 분해 '연기의 신' 타이틀을 다시 한번 확고히 하고 있다. 감정 없는 캐릭터이기에 어려울 법도 한데 그는 미묘하게 변하는 심경을 소를 돋는 디테일로 소화하며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단정하게 매던 넥타이를 풀었고, 정갈하게 넘겼던 가르마 헤어스타일이 헝클어진 모습으로 후배 검사 영은수(신혜선 분)의 죽음에 분노했던 그다. 초췌한 얼굴과 무거운 발걸음까지 조승우의 디테일한 연기는 나노 단위 급이었다.
100% 사전제작 드라마라 제작진과 배우들은 시청자들의 반응을 그저 결과물로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조승우는 1회부터 16회 마지막까지 단 한번도 시청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의 연기에 시청자들은 그저 감탄할 수밖에.
제작진 역시 초반 '비밀의 숲' 흥행 비결로 배우들의 믿고 보는 연기력을 꼽았던 바다. 안길호 PD는 앞서 OSEN과 인터뷰에서 "조승우는 굉장히 준비를 철저하게 해 오는 연기자다. 연기에 대한 해석과 몰입도가 정말 탁월하다"고 칭찬했다.
조승우가 아니었다면 검사 황시목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을 거라는 게 그의 설명. 시청자들 역시 동감하는 대목이다. 조승우가 황시목이기에 '비밀의 숲'의 완성도가 더 높아졌다는 평이 다수다. 대체불가 반박불가 배우라는 찬사다.
조승우는 그동안 드라마보다 영화나 뮤지컬 무대에 집중하며 온 감정을 폭발시켰다. 그러나 안방에 돌아온 그는 180도 달라졌다. 조용한 카리스마로 눈빛, 호흡, 말투, 언행 모두를 아우르며 보는 이들을 매료시켰다.
제작발표회 때 조승우는 "스스로 과잉된 감정을 소모하고 있는 것 같아 계속 연기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런데 감정 없는 캐릭터를 언제 또 연기할 수 있을까 싶더라"며 '비밀의 숲'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그가 황시목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큰일날 뻔했다. 조승우의, 조승우에 의한, 조승우를 위한 드라마가 바로 '비밀의 숲'이다. 벌써 종영이라니, 조승우 표 황시목을 떠나보내야 한다니 시청자들은 아쉬울 따름이다. /comet568@osen.co.kr
[사진]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