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 ‘군함도’ 역사왜곡? 팩션에 왜 이렇게 예민할까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7.29 10: 49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2시간 동안 누릴 즐거움을 위해 만든 영화에 역사왜곡 논란의 불을 지핀다는 것은 ‘이건 조금 아니지 않느냐’라는 얘기가 나오기 충분하다. 올바른 역사를 정주행하고 싶다면 역사서를 보거나, 다큐멘터리를 찾아보면 된다.
‘군함도’의 개봉 3일 차인 어제(28일) 때 아닌 역사논란에 휩싸였다. 극 초반 하시마 섬에 강제로 끌려온 조선인들이 겪는 고초가 세밀하게 묘사됐지만 일제의 탄압과 강제 징용자들의 참상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일각의 지적이다.
‘군함도’의 각본 연출을 맡은 류승완 감독은 여러 차례 영화의 시간적·공간적 배경은 사실이고 이강옥(황정민 분), 최칠성(소지섭 분), 박무영(송중기 분), 말년(이정현 분) 등의 인물과 탈출 사건은 허구임을 밝혀왔다.

역사왜곡 논란이 커지자 류 감독은 이날 “​저는 영화 ‘군함도’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증언과 자료집을 참고했다. 수많은 증언집과 자료집이 무엇인지는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자세히 넣었다”며 “제가 취재한 사실을 기반으로 당시 조선인 강제징용의 참상과 일제의 만행, 일제에 기생했던 친일파들의 반인륜적인 행위를 다루고자 했다. 영화를 통해서라도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피맺힌 한을 대탈출이라는 콘셉트로 풀어보고 싶었다. 대규모는 아니었지만 실제 탈출 시도가 빈번하게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최근 일본 내 일부 매체와 정부 관계자까지 나서서 ‘군함도’가 사실이 아니고 마치 허구로만 이뤄진 창작물인냥 평가받고 있다는 보도를 접했다. ​이와 관련 한,중,일 3국의 정부 기관과 유력 매체들의 날선 공방까지 오가고 있다”면서 “전 일본은 아직도 그들이 저지른 전쟁 범죄와 청산되지 않은 어두운 역사를 마주할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 같아 너무나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류 감독의 말을 통해 ‘군함도’는 가상보다 역사적 사실에 좀 더 충실한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영화 ‘군함도’를 통해 긴 세월 동안 감춰졌던 일제강점기 일제의 만행을 폭로한 군함도를 끄집어내 이슈화했고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만들었다. 2015년 MBC 예능 ‘무한도전-배달의 무도’ 편에 이어 ‘군함도’를 통해 비로소 하시마 섬을 제대로 알게 된 셈이다.
그동안 팩트와 허구를 적절히 섞은 ‘팩션’ 영화는 많았다.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했지만 감독의 상상력을 더했기 때문에 교과서로 공부했던 역사와는 또 다른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가령 ‘암살’ ‘관상’ ‘광해, 왕이 된 남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역린’ ‘군도’ ‘협녀’ 등에는 역사 왜곡에 대한 비난보다 흥미롭다는 반응이 더 많았었는데 유독 ‘군함도’에는 논란이 더 커지고 평가가 박한 듯하다.
팩션극은 역사를 바탕으로 인물·사건 등을 재구성한 것이기 때문에 감독의 관점과 해석이 반영되기 마련이다. 과거에 대한 객관적 진실이라는 것도 새로운 기록들이 등장하면 바뀔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수많은 역사 자료들을 어떻게 선택하고 배열하는지에 따라, 같은 사건과 같은 인물에 대해서도 상반된 평가가 나올 수 있다.
다만 팩션 장르를 접할 때,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고 상상력이 담긴 부분은 오락적 재미로 받아들이면 된다./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