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요즘 예능계 원톱이다. 당할 자가 없다. '윤식당'에 이어 '알뜰신잡'까지, 그의 손을 거치면 뜬다. 시청률은 고공비행이고 시청자는 환호한다. 그래서 '예능神' 애칭까지 얻었다.
사람 위에 있선다는 '신'이건만 나영석은 겸손하다. 수준 높은 인문학 예능 '알뜰신잡'을 성공시킨 그에게 물었다. 비결이 뭐냐고. 뒷머리부터 긁적인다. "뭐 그런게 따로 있겠냐"라며 환하게 웃는다.
"상반기에 새 예능을 3개 하자고 했어요. 이우형 PD와 '신혼일기'를 만들었고 이진주 PD와 '윤식당'을 했죠. 마지막 주자가 양정우 PD였어요. 지식과 인문학을 하나로 모아봤죠. 웃길까 재밌을까 당연히 우려했죠. 하지만 시청자분들이 진짜 웃기는 것만 찾는 건 아닐 거라고 봤어요."
'알뜰신잡'은 줄임말이다. 원 제목은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다. '해리포터의 신비한 사전' 느낌이다. 킬링타임용 아닐까 하는 의심이 절로 든다. 실제로도 MC 유희열에 유시민, 김영하, 정재승, 황교익 등 각 방면은 숨은 고수이 식탁에 둘러앉아 수다를 떠는 내용이다. 귀가 솔깃할 처녀들의 수다도 아니고 고리타분한 중년남들 얘기가 뭐 어떻다고. 그런데 재미있다. 듣다보년 유익하다. 밖에 나가 써먹고픈 대사들이 연신 튀어나온다. '알뜰신잡'은 예상과 달리 두 마리 토끼 다 잡았다. 시청률과 호평.
"'어쩌다 어른' 같은 강의 프로그램도 주제에 따라서 시청률이 확 뛰기도 해요. 요즘 시청자들이 원하는 부분은 이거 구나 싶죠. 위에서 아래로 지식을 전수하는 강의가 아니라 우리는 인문학을 좀 더 자연스럽게 수다로 풀어보자 했어요. 학문을 수다의 영역으로 끌어내린 거죠."
뭐든 쉽게 풀어주고 재미있게 그리는 게 예능의 기본이다. 나영석은 바로 그 기본에 충실하다. KBS 2TV에서 실패한 예능으로 첫 출발할 당시부터 기본기를 강조했던 인물이다. 인생역전은 '1박2일'에서 시작됐다. 야생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1박2일'이야말로 온 몸으로 웃겨준다는 예능의 기본에 가장 충실한 예능 아닌가. 인생 뭐 있겠어? 복불복이지. 나영석의 미션에 시청자는 배꼽을 잡고 웃었다.
이제 나영석의 히트 프로그램을 열거하기는 힘들다. 너무 많아져서 그렇다. 거기에 매년 한 두 개씩은 꼭꼭 추가한다. 벌써 5년째다. 마치 지금 하는 일이 너무 즐겁고 신나서 도저히 멈출수가 없다는 식이다. OSEN 박소영 기자와의 인터뷰가 이어진다.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면 나름 시청자들의 반응이 예상됐어요. 하지만 '알쓸신잡'은 전혀 모르겠더라고요. 시청자분들이 따라올 수 있을까 너무너무 걱정했죠. 그럼에도 첫 방송 시청률이 5%를 넘었던 걸 보면 시청자들도 이런 예능을 바라고 있었구나 싶었죠. 오랜만에 시청률 보고 기뻐했어요. '아싸'라고 외쳤다니까요(웃음)."
첫 회 시청률은 5.4%. 케이블 tVN 기준으로는 중상위권이다. 나영석 기준으로는 범작. 7회에 접어들자 7.2%로 올랐다. 최고 시청률은 8.9%까지 치솟았다. 히트작 추가요!
"제작발표회 때 재밌을 거라고 자신한 건 그렇게라도 해야 시청자분들이 처음에 봐 주실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촬영 때 다섯 분의 이야기만 듣고 있어도 재밌는 걸 느꼈기 때문에 우리만 최선을 다해 잘 만들면 되겠구나 싶었어요. 잡학박사분들도 시청률이 잘 나와서 무척 좋아하셨죠 하하."
안 될 것같던 소재와 구성을 갖고도 흥행작을 만드는 나영석, 그야말로 뭐든 되는 '예능신(神)'이 아닐까 싶다. / mcgwire@osen.co.kr
[사진]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