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 커줘라".
한화 이상군 감독대행은 2년차 사이드암 김재영(24)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 듯이 말했다. 이상군 감독대행은 "김재영이나 김범수처럼 젊은 투수들이 커줘야 팀의 미래가 산다"며 "류현진 같은 선수가 아닌 이상 하루아침에 선수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지난해 프로 데뷔한 김재영은 첫 2경기를 선발로 기회를 얻었지만 2경기 모두 2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조기 강판됐다. 남은 시즌 더 이상의 기회를 받지 못했으나 2년차가 된 올해 지난달 중순부터 다시 로테이션에 고정됐다. 외국인 투수 2명이 모두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선발진에 구멍이 난 한화는 김재영에게 '붙박이 선발등판' 기회를 줬다.
그러나 김재영은 6월15일부터 7월19일까지 6차례 선발등판에서 1승3패 평균자책점 7.71로 고전했다. 특히 마지막 3경기는 모두 5이닝 미만 투구로 아쉬움을 삼켰다. '왜 김재영에게 계속 선발 기회를 주느냐'는 이야기가 나와도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28일 대전 LG전에서 김재영은 선발 기회를 받은 이유를 증명했다. 개인 최다 7이닝을 던지며 2피안타(1피홈런) 3볼넷 1사구 4탈삼진 3실점으로 역투한 것이다. 비록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한화의 4-3 승리에 발판을 놓았다. 2회에만 3실점했을뿐, 나머지 6이닝은 실점 없이 LG 타선을 봉쇄했다.
김재영은 "성적으로 따지면 2군에 갔어도 벌써 가야 했다. 지금 성적으로도 계속 기회를 받고 있다. 감독님께서 스스로 뭔가 느끼길 바라신 것 같다. 정말 감사드린다"며 "언제까지 지금처럼 기회가 올 수 있는 게 아니다. 매번 지금 기회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절실하게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달 넘게 선발 로테이션을 돌며 크고 작은 경험을 쌓고 있다. 그는 "선배들에게 선발투수 루틴을 많이 배우고 있다. 매번 5이닝 이상 끌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그게 잘되지 않는다. 제구를 잡아야 한다. 볼넷만 안 주면 결과가 좋다. 기복을 줄여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이상군 감독대행은 "김재영이 3회 이후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보여줬다"며 "볼넷 1개만 더 주면 바꾸려 했는데 볼넷을 주지 않더라"고 웃어보였다. 김재영은 "오늘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앞으로 경기가 남아있다. 팀 연승을 이어가 아쉬움은 없다"고 다음을 기약했다. /waw@osen.co.kr
[사진] 대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