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cm 100kg. 거구의 윌린 로사리오(28·한화)가 반전 매력을 뽐내고 있다. 체구는 느림보 같아 보이지만 의외의 스피드를 자랑한다.
로사리오는 28일 대전 LG전에서 8회 결승점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활약을 했다. 이닝 선두타자로 들어선 로사리오는 볼넷으로 1루에 걸어나간 뒤 양성우 타석 때 기습적으로 2루를 향해 스타트를 끊었다. 볼카운트 1-0, LG 투수 신정락의 2구째. 상대 배터리의 허를 찌른 순간이었다.
LG 포수 정상호는 급하게 2루로 던졌지만 송구가 옆으로 빗아나갔다. 로사리오의 시즌 8호 도루가 성공한 순간. 양성우가 중견수 뜬공으로 아웃됐지만, 최진행의 우전 안타 때 2루에서 홈까지 전력질주하며 짜릿한 결승 득점을 올렸다. 로사리오의 발이 만든 깜짝 도루, 결승점이었다.
한화 이상군 감독대행은 "도루 사인은 따로 내지 않았다. 윤재국 1루 베이스코치가 상대 투수 폼이 큰 것을 보고 사인을 낸 것이다"며 "로사리오는 느리지 않다. 마음먹고 뛰면 엄청 빠르다. 경기 후반 승부처에 로사리오가 나가면 굳이 대주자를 쓸 필요가 없다"고 믿음을 나타냈다.
실제 로사리오가 기록하고 있는 8개의 도루는 한화 팀 내 최다 수치. 테이블세터 이용규(7개)와 정근우(5개)보다 많다. 이용규의 경우 팔꿈치·손목 부상으로 두 달 넘게 재활하는 바람에 자리를 비운 기간이 길었고, 정근우는 지난해 무릎 수술 이후로 도루를 자제하고 있다.
그 와중에 거구의 4번타자 로사리오가 팀 내 최다 도루를 기록하고 있으니 반전이 아닐 수 없다. 도루 실패는 3개로 도루 성공률은 72.7%로 괜찬은 편이다. 홈런도 24개로 리그 4위이자 팀 내 1위에 올라있는 로사리오는 18홈런 이상 터뜨린 9명의 타자 중에선 가장 많은 도루를 성공했다. 나머지 8명은 모두 도루가 2개 이하다.
로사리오는 지난달 9일 대전 삼성전에선 한 이닝에 멀티 도루를 성공하기도 했다. 2루에 이어 3루까지 훔치며 깜짝 발야굴를 선보인 바 있다. 로사리오는 "주루코치들의 도움이 아주 크다. 매일 경기 전 주루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폭풍 주루가 가능한 로사리오이지만 무리할 생각은 없다. 로사리오는 "도루 욕심을 내기보단 부상 없이 건강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군 감독대행도 "로사리오가 마음만 먹으면 더 많은 도루를 할 수 있다. 다만 (부상 위험이 높아) 다칠까봐 자제하고 있는 것이다"고 뒷받침했다.
하지만 언제든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상대에 큰 위협이 된다. 로사리오의 발은 한화의 무기가 됐다. /waw@osen.co.kr
[사진] 대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