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호성적의 주역들이었던 SK 선발투수들이 후반기 초반 팀 부진의 중심으로 추락했다. 잠시 잊었던 김광현의 이름이 다시 생각난다는 것은 팀에 좋은 징조가 아니다.
SK는 28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한동민의 끝내기 홈런에 힘입어 8-7로 이겼다. 후반기 첫 9경기에서 1승8패로 힘없이 무너졌던 SK는 7연패를 끊었다. 다만 후반기 2승8패의 성적을 따져 보면 투·타의 총체적 난국이다. 그 중에서도 선발의 부진이 가장 눈에 띈다.
SK 선발진은 4월 다소 흔들리다 5월부터 안정감을 찾았다. SK의 4월 팀 선발 평균자책점은 4.87로 리그 9위였다. 하지만 5월에는 3.76으로 리그 3위로 뛰어올랐고, 6월에는 3.78로 리그 1위였다. 6월 리그 팀 선발 평균자책점 2위인 LG가 4.64였으니, SK 선발진의 분투를 실감할 수 있다.
그러나 7월 들어서자 조금씩 균열이 생겼고 28일까지 9.69을 기록 중이다. 이는 리그 평균(5.07)을 훨씬 상회하는 리그 최하위 기록이다.
연패 기간 중은 당연히 더 심각해진다. 7월 20일 인천 두산전부터 시작된 연패를 살펴보면, 이 기간 SK의 선발투수 중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한 선수는 단 하나도 없다. 근접하게 간 선수조차 없었다. 8경기 연속 5실점 이상 행진이다. 6이닝 이상 소화도 27일 광주 KIA전의 문승원(6이닝 6실점) 단 한 번 뿐이었다.
선발이 버티지 못하니 끌려가는 경기가 계속되고 있다. 수건을 일찍 던지는 경기가 많아진다는 것은 팀 분위기에 좋지 못했다. 게다가 타선이 터지는 날도 선발이 리드를 잡아주지 못하니 불펜 소모만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불운한 불펜은 이기는 날도, 근소하게 뒤진 날도 필승조가 소모된다. 동점 내지 1점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를 포기할 수는 없는 법.
이는 지난해 SK가 여름에 겪었던 급격한 마운드 체력 소모와 거의 흡사하다. 이런 흐름이라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성적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도 “팀의 좋은 기운을 가져오는 것도 투수고, 지키는 것도 투수”라면서 애타는 심정을 드러내고는 있으나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팔꿈치 수술로 이탈한 김광현의 이름이 생각나는 시점이다. 연패를 끊을 수 있는 확실한 에이스에 대한 그리움이다. 당초 SK는 김광현이 없는 올해 “선발투수를 키우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했다. 5·6월에는 박종훈 문승원이 가능성을 보여 김광현의 이름이 어렴풋이 잊혔다. 하지만 역시 에이스의 공백을 메우기란 쉽지 않다. 김광현의 이름이 생각난다는 것은, 그만큼 SK가 위기에 몰려 있음을 상징한다.
김광현은 이제 단계별투구프로그램(ITP)을 진행하는 단계로 올해 복귀는 없다. 11월 마무리캠프에서 공을 던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대성공이다. 결국 SK는 지금 멤버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6월 모습까지는 아니더라도, 리그 평균만 가도 SK는 버텨볼 만한 동력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이라면 SK의 포스트시즌 진출 전선은 매우 어둡다. 기존 선수들의 분발은 물론, 새로운 선발감에 대한 다양한 대비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비단 올해 뿐만 아니라 진짜 승부 시점인 내년을 위해서라도 매우 중요하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