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두 사령탑이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두산과 KIA가 팀간 9차전 맞대결이 열린 28일 잠실구장. 1-1로 맞선 5회초 KIA는 2사 후 김선빈이 좌전 안타로 출루에 성공했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김주찬은 유희관의 실투성 체인지업을 받아쳤고, 타구는 좌익수 키를 넘어 담장을 향해 넘어갔다.
좌익수 정진호가 담장 앞에서 뛰어 올랐다. 그 때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했다. 외야에 있던 한 어린이 관중이 글러브를 공을 향해 내밀었고, 공을 어린이 관중의 글러브에 들어갔다가 흘러나왔다. 그사이 2루주자는 홈을 밟았고, 김주찬은 일단 2루에서 멈춰졌다. 동시에 KIA 김기태 감독과 두산 김태형 감독이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 KIA의 비디오 판독 요청
KIA는 홈런 여부에 대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김주찬의 타구가 워낙 잘 뻗어나갔고, 어린 관중의 글러브 위치도 다소 묘했다.
야구규칙 3.16에 따르면 '타구 또는송구에 대하여 관중의 방해가 있었을 대 방해와 동시에 볼데드가 되며 심판원은 만일 방해가 없었더라면 경기가 어떠한 상태가 되었을지를 판단하여 볼 데드 뒤 조치를 취한다'고 돼있다. 아울러 고의적인 방해로 판단될 경우 '심판원은 방해가 없었더라면 경기가 어떠한 상태가 되었을지를 판단하여 방해에 의한 불이익을 해소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한다'고 명시돼 있다.
KIA의 판독에 대해서 비디오판독 센터에서 판독에 들어갔고, 그 결과 2루타로 나왔다. 현장에 있는 심판원들은 비디오 판독 센터에서 나온 결과에 따라 김주찬에게 2루타를 내렸고, 2루 주자가 충분히 홈에 들어올 수 있다고 판단하며 득점까지 인정을 했다.
▲ 두산의 비디오 판독 요청
심판진에 따르면 두산에서는 정진호가 공 캐치가 됐는지와 동시에 수비 방해가 성립되는지 대해 비디오판독을 요청했다. 그러나 일단 수비 방해 여부는 비디오 판독 대상이 아닌만큼,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비디오판독의 경우 1)홈런에 대한 판정 2)외야 타구의 페어/파울 3)포스/태그 플레이에서의 아웃/세이프 4)야수의 포구(파울팁 포함) 5)몸에 맞는 공 6)타자의 파울/헛스윙 7)홈 플레이트에서의 충돌 여부만 볼 수 있다. 기록지 역시 '김주찬 타구에 대한 포구판정'으로만 돼있다.
심판진은 "수비 방해는 비디오 판독 대상이 아닌만큼, 포구 여부만 확인을 했고, 그 결과 비디오판독 센터에서 포구가 안됐다고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 외야 관중은 왜 퇴장을 당하지 않았을까.
규정 상 경기 방해를 한 관중은 퇴장을 당한다. 이 관중 역시 경기 중 그라운드에 신체 일부가 들어왔고, 경기에 방해가 되는 행동을 한 만큼, 퇴장 사유로는 충분하다. 그러나 이 관중은 이후에 별다른 제재없이 야구 관람을 했다.
심판진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들었다. 이 관중이 공을 잡을 당시 팔이 그라운드로 넘어온 사실을 육안으로 확인하기에는 다소 어려울 수 있다. 심판진은 "판독센터에서 방해가 나왔다는 것이 뒤늦게 나왔다고 해서 관중을 찾아서 퇴장을 시키기에도 무리가 있다"라며 "방해하는 행동이 지속적으로 일어난다거나 초기 판정 명백하게 위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경고 및 퇴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비디오판독 센터에서 결과가 나오는 만큼, 당시에는 심판진은 곧바로 이 부분을 확인할 수 없다. 이야기를 듣고, 다시 화면을 보고 가서 뒤늦게 관중을 찾아 퇴장을 준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 아쉬움 하나
야구장에서 홈런공을 잡는다는 것은 굉장한 행운이다. 어린 야구팬이 이를 잡는다면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게 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 경기에 영향을 주지 않는 부분이어야 한다.
이날 경기는 3-3으로 무승부로 끝났다. 이 타구가 넘어간 것이었다면 KIA로서는 두고두고 아쉬운 순간이 될 수 있다. 혹은 정진호의 글러브에 들어가는 공이었다면 두산으로서 땅을 칠 수 있는 상황이다. 심판진은 "우리나라 펜스의 문제점인 것 같다. 높이를 높여서 팬들이 관중들이 (그라운드에) 접근하지 못 하게 해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어린이 팬이 놓친 공을 잡기 위해서 펜스 밖으로 몸을 내미는 장면이 아찔한 장면도 나왔다. 가까이에서 선수를 볼 수 있어 좋을 지 모르지만, 펜스에 붙어 있을 경우 자칫 추락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성숙한 관중 문화와 안전 의식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장면이다. /bellstop@osen.co.kr
[사진]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