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군함도' 이정현 "소지섭과 러브라인, 너무 좋았다"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8.08 07: 59

(인터뷰①에 이어)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던 이정현은 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에서 특유의 섬세한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심었다.
한 시대를 살았던 비극적 이야기로 전개되는 영화의 구성에서 이정현은 역경에 빠진 비운의 여인 말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동생들에게 애써 태연하게 이야기하는 등 감정선이 절제된 연기는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말년은 이정현의 맨얼굴을 바탕으로 그려진 인물이다. 어떠한 색조 화장도 덧입지 않은 그의 말간 모습은 여느 때보다 인상적인 자국을 남겼다.

이정현은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귀찮을 정도로 감독님에게 어떻게 해야할지 물어봤다”며 말년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사실 욕도 못하는 이정현이 드세고 강단 있는 말년의 감정을 따라잡기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고 한다. 세지만 마음 깊은 말년이 되기 위해 이정현이 선택한 방법은 그냥 촬영 현장을 믿는 것이었다고 한다.
“너무 너무 괴롭고 힘들었다. 유곽에서 칠성이랑 얘기하는 장면에서는 대사만 놓고 봐도 너무 슬프다. 리딩을 하는데도 눈물이 날 정도였다. 하지만 다큐멘터리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보니 아무렇지 않게 담담하게 얘기를 하시는 걸 보고 더 슬펐다. 그래서 초반 잡았던 연기 톤을 다 바꾸고 중간 중간 욕을 넣었다.”
말년은 서글픈 사연과 그에 따른 깊은 마음의 상처를 지니고 있지만 누구보다 강인하게 스스로를 지켜온 여인이다. 남자들에게도 기죽지 않는 당찬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자신보다 연약한 어린 소년소녀들을 품고 어루만지는 의연한 모습으로 먹먹한 슬픔을 전한다.
말년은 경성 최고의 주먹 최칠성(소지섭 분)과 처음에는 껄끄럽게 얽히지만 징용된 군함도에서 서로의 진심을 알아보고 동료로서 연인으로서 투박한 정과 연민의 감정을 쌓게 된다.
“사실 저는 너무 로맨스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소지섭 오빠와의 러브라인 너무너무 흐뭇했다(웃음). 저 역시 아쉬운 부분도 있고, 더 보고 싶다고 아쉬워하시는 분들도 있다. 말년이는 칠성에 대해 사랑의 감정을 느낀 인물이다. 탈출할 때 칠성이 하지 않겠다고 하자 모든 것을 버리고 그에게 가지 않나. 죽을 위험을 감수하고 갔다는 것은 사랑하기 때문에 같이 나가서 살고 싶다는 의미다.”/purplish@osen.co.kr
[사진] 바나나컬쳐 엔터테인먼트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