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선수기용에 특별한 편견이 없는 감독이다. 매 경기 바뀌는 라인업이 이를 상징한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베테랑의 경험은 중시한다. 리빌딩을 추진하고 있는 SK지만, 베테랑 선수들을 마냥 배제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실제 SK에서 30대 초·중반의 베테랑 선수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보다 적지는 않다. 꽤 많은 선수들이 1군을 지키고 있다. 최근 연패가 길어지자 베테랑 선수들의 출전 비중을 더 높이기도 했다. 이럴 때는 경험이 힘을 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전후해 2군에 있던 김강민과 이대수를 1군에 올리며 팀 분위기 다잡기에 나선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하지만 성적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SK는 27일 광주 KIA전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지난 주말 NC 3연전부터 2연속 싹쓸이 패배를 당하며 7연패에 빠졌다. 전반기 종료까지 3위를 달렸던 SK의 순위는 6위까지 떨어졌다. 주말 3연전 파트너인 7위 롯데와의 승차도 1경기다. 주말 3연전 결과에 따라 7위까지 추락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비상사태다.
마운드와 타격 모두 힘이 달리는 총체적 난국이다. 힐만 감독의 돌파구는 베테랑의 중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베테랑 선수들이 앞장 서 팀을 끌어주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광주 KIA전부터 이를 뚜렷하게 시사했다. 베테랑 선수들은 경험이라는 자산을 가지고 있다. 한 시즌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그리고 위기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세포에 녹아있다.
이 상황에서 힘을 발휘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그림이다. 전반기를 이끌어왔던 젊은 선수들, 그리고 베테랑들이 한 곳에 어우러지며 점진적 리빌딩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라면 급진적인 세대교체로 흐를 수밖에 없다. 구단이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이른바 왕조를 이끌었던 몇몇 야수들의 성적은 올해 기대만 못한 형편이다. 마운드도 비슷한 흐름이 보인다. 팀 내 비중과 연봉 등을 생각하면 더 힘을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거센 세대교체 흐름 속에서 베테랑 선수들은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발휘할 필요도 있다. 그렇지 못하면 내년 기회는 장담하기 어렵다. 팀의 내년 구상을 고려하면 전체적 상황이 그렇다.
이미 팀 내 가치가 떨어진 몇몇 선수들은 1군에서 배제되어 있기도 하다. 2군에 있는 선수도 있고, 1군에서 프런트 업무를 돕는 선수도 있다. 30대 초반의 선수들도 이런 흐름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반대로 나주환과 같은 선수들은 선수생활의 위기에서 화려하게 부활하기도 했다. 제한된 기회라고 항변할 수도 있지만, 가치는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