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선동렬 국가대표팀 전임 감독은 2000년부터 3년간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위원으로 활동하며 각 구단을 돌며 순회코치 역할을 맡았다. 삼성의 요청을 받고 2002년 하와이 마무리 캠프를 찾은 선동렬 감독은 배영수의 투구에 매료됐다. 당시 선동렬 감독은 2001년 계약금 5억3000만원을 받고 삼성에 입단한 우완 기대주 이정호(현 대구상원고 투수 코치)의 지도를 부탁받았다.
하지만 선동렬 감독은 배영수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했다. 선동렬 감독은 하와이 캠프를 떠나기 전 자신이 입었던 체육복과 스파이크를 배영수에게 건넸다. 그리고 "넌 무조건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덕담도 건넸다. 배영수는 2004년 정규 시즌 MVP 및 투수 부문 골든 글러브를 동시 석권하는 등 리그 최고의 투수로 우뚝 섰다.
#2. 시드니 올림픽 대표팀 전력분석요원으로 활동했던 선동렬 감독은 당시 동국대 사령탑이었던 한대화 전 한화 감독을 만나기 위해 야구장을 찾았다. 그는 직구 스피드는 130km 안팎에 불과했지만 컨트롤과 경기운영 능력이 뛰어난 정대현을 눈여겨봤다. 이상국 KBO 사무총장과 함께 대표팀 선발 회의에 참석한 선동렬 감독은 "정대현이 아주 괜찮다"는 말을 꺼냈다. "박석진(당시 롯데)보다 뛰어나냐"는 관계자의 물음에 선동렬 감독은 잠시 망설였으나 "정대현이 미국전에서 틀림없이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선동렬 감독의 예상은 적중했다. 당시 대표팀의 유일한 대학생이었던 정대현은 미국과의 예선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완벽투를 뽐낸 뒤 4강전에서 6⅓이닝 2실점으로 잠재웠다. 정대현은 2001년 프로 데뷔 후 통산 46승 29패 106세이브 121홀드(평균 자책점 2.21)를 거두는 등 특급 잠수함으로 명성을 떨쳤다.
#3. KBO리그는 대형 토종 투수에 목마르다. 올해 들어 박세웅(롯데), 임기영(KIA), 최원태(넥센) 등 젊은 투수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지지만 과거에 비하면 투수 자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선동렬 감독은 24일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좋은 성적을 냈는데 한 경기를 책임질 수 있는 투수들이 있었다. 류현진, 김광현, 박찬호와 같은 선수들이다. 지금 국제 대회를 하면 한 게임을 막을 수 없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단기전이라는 것은 선발이 5~7이닝을 던져주면 좋겠지만 선발 투수가 5이닝을 던진 후에 중간과 마무리로 이어지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아무래도 선발 투수가 부족하다보니 상황 상황에 따라 투수진 운영을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아마추어 경기를 보면서도 프로에 지명되는 선수들 중 좋은 선수들이 있다. 그런 투수들이 관리를 잘 한다면 2~3년 후에는 우리를 대표할 수 있는 선수가 두 명 정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4. 선동렬 감독은 삼성 시절 지키는 야구의 토대를 마련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중인 오승환을 비롯해 정현욱, 권오준, 권혁, 안지만, 윤성환, 배영수 등 특급 투수들을 키워냈다. 당시 그는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고 오로지 실력과 잠재 능력으로 평가했고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예정인 선동렬 감독은 "금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다. 군 미필자들을 해주고 싶지만, 금메달을 따기 위해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를 뽑을 생각이다. 과거에는 기술위원회에서 선수들을 선발했지만 전임 감독이 됐기 때문에 1군이나 2군 경기장을 다녀보면서 선수들의 기량 체크를 꾸준하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투수 지도 능력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선동렬 감독. 대형 토종 투수에 목마른 KBO리그를 비출 태양이 될까.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