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 동안 롯데 자이언츠가 간절히 꿨던 꿈은 가을야구다. 후반기, 롯데의 가을야구 희망은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골머리를 앓았던 투수진에서 기막힌 반전을 이루면서 꿈을 이루기 위한 기본 요건을 충족했다. 그러나 롯데의 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롯데는 7월 들어서 10승6패1무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승률로 따지면 전체 4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지난 21~23일 광주 KIA 3연전을 스윕으로 장식하면서 상승세의 절정을 찍었다. KIA 3연전을 기점으로 45승45패2무로 5할 승률을 맞췄다. 여러모로 롯데는 분위기를 탔다.
믿었던 타선은 기복이 심하다. 7월 팀 타율 2할5푼5리,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후반기 기준으로 한다면 2할2푼으로 뚝 떨어진다. 하지만 타선의 침체를 짠물 마운드로 버텨내고 있다. 7월 이후 팀 평균자책점은 2.95다. 유일한 2점대 평균자책점 팀이다. 여름에 접어들면서 타고투저 현상이 심해지고 있지만, 롯데는 시류를 역행하고 있다. 후반기로 범위를 좁힐 경우 평균자책점은 1.74로 더더욱 낮아진다.
'에이스 카드'가 아쉬웠던 롯데는 새 외국인 투수로 조쉬 린드블럼을 재영입했다. 지난 22일 복귀전에서 4이닝 무실점으로 건재를 알렸다. 여기에 브룩스 레일리도 지난 23일 KIA전 완투승 포함해 최근 6경기 연속 7이닝 이상 투구를 펼치며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베테랑 송승준과 신예 김원중의 활약도 준수하다. 박세웅이 시즌 초중반보다 힘이 부치는 경향이 있지만, 그래도 이제는 버티는 힘이 생겼다. 린드블럼-레일리-박세웅-송승준-김원중으로 이어지는 선발 로테이션을 완벽하게 구축했다.
불펜진의 경우, 재편된 필승조가 위력을 떨치고 있다. 마무리 손승락은 어느덧 ‘언터쳐블’ 마무리 투수로 부활했고, 7년 만에 1군에 복귀한 조정훈은 1이닝 셋업맨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여기에 전천후 출격하는 배장호는 불펜진에 숨통을 틔워주고 있는 산소 같은 존재다. 이들 3명은 7월 한 달 간 4승1패 3홀드 6세이브를 합작했고 평균자책점은 1.32(27⅓이닝 4자책점)이다. 승계주자 실점률은 11.8%(17명 중 2명)에 불과하다.
달콤한 꿈에 빠질 수밖에 없는 투수진의 기적적인 반등이다. 그러나, 과연 현재의 투수진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해선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린드블럼은 메이저리그에서 불펜 투수로 대다수 이닝을 소화했기에, 이닝 소화력을 늘려야 하는 것이 급선무다. 복귀전에서도 4이닝 62구를 던졌지만 이닝 막판 힘이 조금은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린드블럼에게 기대하는 것은 이닝 소화력이다. 그리고 박세웅의 경우, 최근 거듭된 110구 가량의 투구로 힘이 빠진 기색이 역력하다. 체력 보충이 필요하지만 팀이 현재 처한 현실상 관리가 쉽지 않다. 어린 나이에 에이스의 부담감을 짊어지게 한 것이 시즌 후반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송승준과 김원중은 하위 선발이지만 특급성적 보다는 꾸준한 활약이 필요하다.
불펜진의 화두는 ‘관리’다. 평균자책점 ‘0’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조정훈은 3번의 팔꿈치 수술 전력으로 인해 연투는 힘들다. 필승조로서 응당 감수해야 하지만 조정훈에 대해선 특별 관리가 필요하다. 7년이라는 세월의 무게를 순간의 승부욕으로 무너뜨리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손승락의 어깨 상태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올스타전에도 불참했지만 최근 주사를 맞으며 투구를 하고 있는 상태다. 손승락은 롯데 불펜진의 최후의 보루이기에 역시 관리가 필수다. 배장호는 투수진 최다 출장 2위(47경기)에 올라 있을 만큼 무수히 많은 경기에 올랐다. 마당쇠 역할이었지만, 많은 경기와 이닝이 누적되면 결국 배장호가 거둔 성과를 무너뜨리게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필승조들이 잠시 숨통을 틔울 수 있도록 타선의 보좌도 있어야 한다. 7월 들어 치른 17경기 중 3경기를 제외하면 모두 3점 이내의 초접전이었다. 1점 차 승부도 5번 있었다. 필승조들을 쏟아 붓는 것이 당연시 되는 상황들이었다. 쉽게 점수를 내지 못하고 격차를 벌리지 못하는 타선이기에 필승조들에게 정신적, 체력적인 부담이 가해질 수밖에 없었다.
모든 지표가 희망을 가리키고 있지만, 희망의 이면에는 서서히 먹구름도 드리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롯데의 꿈과 희망을 지켜내고 이를 현실로 만들어내기 위해 롯데는 다가오는 먹구름을 걷어낼 필요가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