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①] 진경 "4년만 무대 복귀, '해야 한다'는 사명감"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7.07.27 15: 30

무려 4년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에서 종횡무진 활약해온 진경의 연극 복귀는 상당히 의외였다. 러브콜을 받고 있는 영화와 드라마만으로도 눈코 뜰새없이 바쁠 것이 뻔하기 때문. 이에 대해 진경은 "대본에 끌렸다"는 근본적인 대답을 전했다. 
진경은 현재 대학로에서 공연되고 있는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에서 연옥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이 연극은 종군기자 연옥이 위암 선고를 받고 한국으로 돌아오며 다시 만나게 된 친구이자 옛 연인 정민과 매주 목요일마다 한 주제로 토론하며 서로의 관계를 다시 논하게 되는 작품. 
최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진경은 이 연극을 선택하게 된 이유에 대해 "'하고 싶다'도 있었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사명감도 있었다. 그리고 이 대본은 보자마자 끌렸다"라고 대답했다. 

"황재헌 연출과는 대학 다닐 때, 또 대학로에서도 함께 작업을 했다. 신뢰를 하는 친구다. 저보다 3살이나 어린데 깊다. 이 연극은 남자와 여자의 본질을 얘기하는데, 극 중 등장하는 샤요궁의 조각상을 보고는 영감을 얻어 이 극을 썼다고 하더라.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남자는 강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솔직하지 않고 숨기려 한다. 황재헌 연출은 어린 나이에도 심리를 포착해내는 통찰력이 있다. 작품을 볼 때마다 감탄이 나올 정도로 훌륭하다. 연기를 할 때마다 새롭게 다가온다. 이 친구와는 계속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뛰어나고 존경한다. 연출에 대한 신뢰가 작품 선택의 이유다."
연옥은 늘 날이 서 있다. 자기 방어를 하기 위해 속으로 모든 것을 감내한다. 솔직하지 못했고, 그래서 정민을 잡지 못했다. 딸 역시 마찬가지. 겨우 극 말미에 가서야 딸에게 "얘기 좀 하자"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진경은 이런 연옥에 대해 "어떤 남자가 이 여자가 감당이 되겠나. 다가가려 해도 곁을 두려하지 않는다. 두 사람의 관계가 잘 되지 않았던 건 둘 다의 문제라고 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연옥에게 있는 것 같다. 가시가 돋힌 선인장 같은 느낌이다. 이 여자가 처한 환경 때문에 방어막이 나오는데, 그 벽이 너무나 공고해져 있기 때문이다. '섬'이라는 수필집에 나오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섬이 있다'는 말처럼, 인간과 인간 사이에 좁혀지지 않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진경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저 자체도 살면서 (사람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다. 그래서 연옥을 이해한다"며 "나이가 들면서 이를 극복하고 벽을 깨부수려고 하는 과정을 겪었고 그래서 조금은 나아지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지 않았다면 연옥이처럼 늙어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연옥을 이해하면서도, 달라지려 했던 자신의 삶을 언급했다. 
이 극 안에서는 토론을 하는 장면이 연이어 나온다. 연옥을 연기하는 진경은 이성적으로 조목조목 자신의 생각을 정민에게 전한다. 하지만 실제 진경은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는 스타일이라고. 진경은 "누구와 얘기를 하다보면 감정이 앞설 때가 많다. 나중에 '이렇게 얘기를 했어야 하는데'라고 생각한다"라고 의외의 대답을 했다. 
"제가 맡은 역할이 이성적인 캐릭터가 많아서 다들 그럴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감정적인 부분이 많다. 연극을 할 때 연출과도 부딪히는 부분이 있었다.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총대를 메고 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황재헌 연출은 제가 안 싸운 최초의 연출가다. 정말 '나이스 가이'다. 감정의 동요가 없다. 디렉션이 굉장히 구체적이고 이해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감탄을 하게 된다. 전혀 이의 제기를 하지 않고 무조건 '예스'를 했다. 이번 작품은 좋고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Oh!커피 한 잔②로 이어집니다.) /parkjy@osen.co.kr
[사진] 스타더스트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