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 탈출기②] 황정민부터 송중기까지…배우들의 피땀눈물 연기 열전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7.07.20 07: 00

영화 ‘군함도’(류승완 감독)를 완성하는 8할은 배우들의 피, 땀, 눈물이다. 아비규환의 섬, 일본의 해상군함 도사를 닮았다는 이유로 군함도라 불리는 하시마, 그 섬에 갇힌 조선인들의 목숨을 건 탈출기를 그린 ‘군함도’ 속 배우들은 혼신의 연기, 그 이상의 열연을 선보인다. 철저한 사전 조사를 통해 처절했던 실제 군함도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탄광 속 개미굴과 막장부터 지옥 계단부터 “역대급 촬영”이라고 표현된 숨 막히는 탈출 시퀀스까지, 배우들의 완벽한 캐릭터 열전은 132분간의 압도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경성 반도호텔의 악단장 이강옥 역을 맡은 황정민은 딸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 눈물겨운 부성애로 스크린을 장식한다. ‘부당거래’, ‘베테랑’에 이어 ‘군함도’로 류승완 감독과 또 한 번 호흡을 맞추게 된 황정민은 “‘군함도’의 진정한 슈퍼 히어로는 단연 황정민”이라는 송중기의 극찬을 이끌어 낼만한 활약을 선보인다. 생존을 위해서라면 뭐든 해야만 했던 이강옥으로 분한 황정민은 영화의 서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묵직하게 이끌어 나가며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특히 이강옥이 목숨보다 아끼는 딸 이소희 역을 맡은 김수안과 함께 하는 장면에서는, 황정민의 진가가 더욱 빛난다.
이강옥의 딸 이소희 역을 맡은 김수안은 충무로의 차세대 미래로 손꼽힐 만한 활약을 펼친다. 아직 시대적 현실을 이해하기에는 너무나도 어린 나이지만, 지옥섬 한가운데로 던져진 소녀 이소희가 된 김수안은 ‘군함도’의 웃음과 눈물을 모두 담당한다. “김수안은 천재다. 이런 배우를 본 적이 없다”는 류승완의 칭찬처럼, 김수안은 ‘군함도’가 만들어낸 최고의 발견이다. 김수안은 영화배급시사회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군함도’가 보석길만 걷게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군함도’ 뿐만 아니라 김수안 역시 ‘군함도’ 이후 보석길만 걸을 배우로 손색이 없다.

조선인 탈출을 이끄는 광복군 소속 OSS 요원 박무영이 된 송중기는 ‘태양의 후예’ 속 유시진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강인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유시진에서 박무영까지, 송중기는 더욱 단단해졌다. 깨끗한 외모에서 풍기는 댄디한 매력은, ‘군함도’에서는 한층 냉철하면서도 남성미 넘치는 향기로 성숙했다. “송중기가 가지고 있는 이목구비에서 밝은 면뿐만 아니라, 뭔가 어두운 면을 포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박무영이라는 역할은 사실 일부러 멋있게 만들려고 했던 건 아닌데, 배우 본인이 갖고 있는 기품이 있었다”는 류승완 감독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단단한 성장이다. 특히 송중기가 이끄는 탈출, 그리고 전투 시퀀스는 ‘군함도’ 최고의 볼거리로 스크린을 압도한다.
종로 일대를 평정한 경성 최고의 주먹 최칠성으로 분한 소지섭은 그간 보여준 남성미와 카리스마에 무심한 듯 다정한 매력까지 겸비한 완벽한 캐릭터로 ‘군함도’의 중심을 잡는다. 매력은 진해지고, 존재감은 더욱 묵직해졌다. 특히 강도 높은 액션까지 완벽하게 소화한 소지섭의 액션 스펙트럼은 시선을 집중시킨다. 거칠고, 주먹깨나 쓰는 캐릭터인 만큼, 맨몸부터 총격까지 다양하게 변주된 소지섭의 액션은 펄떡펄떡 살아 숨 쉬는 날것 그대로인 매력을 관객에게 설득시킨다. 여기에 오말년 역의 이정현과의 호흡은 ‘군함도’의 깊은 울림을 더욱 배가시키는 일등공신이다. ‘군함도’를 보고 나오는 관객이라면, 빨래를 하는 여인 오말년에게 빨랫감과 함께 과일을 던져주고, 죽음을 각오한 채 “조선 사람들 전부 배에 탈 수 있게 우리가 뒤를 봐준다”고 자신만의 신념을 뚝심있게 실천하는 최칠성, 소지섭의 매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갖은 고초를 겪은 강인한 조선 여인 오말년이 된 이정현은 극한의 몸무게 감량까지 불사한 연기 투혼으로 ‘군함도’의 홍일점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이정현이 연기한 오말년은 갖은 고초를 겪은 후 연약해질 대로 연약해진 여인이 아니다. 일본인 위안부로 끌려가 결국 하시마 섬까지 당도하게 된 오말년은 위기 속에서도 들불처럼 일어나 ‘군함도’ 속 여인들의 대들보가 되어주는 강인한 여성이다. 게다가 위험에 빠진 최칠성(소지섭)을 돕고, 조선인들의 탈출을 위해서라면 총까지도 들 수 있다. 이정현은 첫 액션신까지 훌륭하게 소화해내며 영화의 한 축을 담당한다. 한국 영화 속 수동적인 여성상에서 벗어난,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 오말년은 이정현의 대체 불가능한 존재감으로 완성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군함도’의 압도적인 이야기의 결을 완성해내는 것은 주연배우들과 함께 한 80여 명의 조선인 역의 단역 배우들이다. 류승완 감독은 더욱 실감나는 군함도 재현을 위해 필요에 따라 단역배우를 기용하는 방식이 아닌, 연기 전공자 및 배우로 약 80명을 고정 캐스팅했다. 신마다 실감나는 연기로 ‘군함도’의 곳곳을 채우는 이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최고의 연기를 펼치며 생생한 ‘군함도’의 리얼리즘에 정점을 찍는다./mar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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