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지상파, '프듀101' 따라잡기? 모방 or 추격
OSEN 엄동진 기자
발행 2017.07.19 16: 44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고 했다.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도 새로운 것 없다는 전제하에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이 바탕이 됐다.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이 론칭되고 인기를 끌고, 다른 채널에서 이를 모방하는 과정도 이와 같다. 하지만 새로운 것 없다고 고민 없이 막 가져다 쓰면 필연적으로 살아남기 힘들다. 똑같은 기능이라면 오리지널을 쓰지 모방품에 관심 갖지 않는다.  
2009년 엠넷 '슈퍼스타K'의 성공 이후 2010년 MBC에서 론칭한 '위대한 탄생'이 세 번째 시즌만에 종영한 것이 그 예다. 후속 주자라면 차별화를 넘어 업그레이드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후퇴한 느낌까지 줬다. 

엠넷 '프로듀스101'이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지상파 KBS는 다시 한 번 모방에 나섰다. 바람직한 빠른 추격자가 될지, '짝퉁' 생산자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차별화 넘어, 업그레이드가 관건
다시 한 번 지상파가 케이블 따라잡기에 나섰다. '슈퍼스타K'의 성공 이후 MBC는 '위대한 탄생'을, SBS는 'K팝스타'를 KBS는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을 각각 내놨다. 
결과적으로 'K팝스타'만 살아남았다. 오히려 오리지널인 '슈퍼스타K'를 넘어서는 인기를 끌며 장수했다. 차별화를 넘어 업그레이드한 덕분이다. 
가요 3대 기획사가 론칭부터 함께해 힘을 실었고, 수준 높은 교육 과정으로 차별화했다. 우승자 등 많은 출신 가수들이 3사와 계약에 성공했고, 결국 스타는 꾸준히 배출됐다. 실력있는 가수 지망생들이 'K팝스타'로 몰려들었고 상대적으로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양질의 참가자 확보에 실패하며 위축됐다.
KBS는 ‘더 파이널 99매치’(가제)라는 초대형 아이돌 프로젝트를 실시한다. 이미 아이돌 그룹 빅스타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KBS의 경우 엠넷 등 타사 오디션 출신들의 방송 출연에 극히 배타적으로 제한을 가했기 때문에 가요계 눈총이 따가운 상황이다. KBS의 오디션에서 입상한 신인들이 다른 방송국에서 똑같은 대접을 받을 경우 타격은 더 심해진다. 
MBC 역시 데뷔한 아이돌을 다시 오디션 방식으로 끌어내는 프로그램을 기획 중으로 알려졌다. 
한 번 실패한 아이돌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다. 뉴이스트, 핫샷, 김 사무엘 등 데뷔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던 아이돌을 심폐소생했던 '프로듀스101' 시즌2가 자극이 됐음이 분명하다.
엠넷과 차별화는 했다. 데뷔하지 않은 연습생은 참여 할 수 없으며, 모집인원은 남녀 각각 200명에서 250명으로 대폭 확대됐다. 
결국은 업그레이드가 문제다. '프로듀스101'이 사랑받았던 이유는 다양하다. 연습생 인권을 무시하고 차별화를 조장한다는 등의 노이즈 속에서도 시청자 참여를 확대하고 무한 경쟁으로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긴장감을 유지했다. 그렇게 철저히 '재미'에 포커스를 맞춤점이 주효했다. 표현의 폭이 넓은 케이블이라 가능했던 지점이 있는데, 점잖은 지상파에서 10대들의 감성을 폭발시킬 표현이 가능할 지 의구심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아이돌 오디션의 경우 제작자들에게는 분명 기회다. 뉴이스트의 성공을 지켜보면서 많은 제작자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성공하지 못한 중고 아이돌이라는 자원은 한정돼 있다. 결국은 모든 프로그램이 같이 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프로듀스101'을 포함해 '센 놈' 하나만 살아남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다른 기획자는 "지상파 특히 MBC는 끝내 아이오아이의 음악 방송 출연을 허락하지 않았다. 케이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 그들의 성공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모방은 쉽게 하는 태도는 이중적으로 보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방송사의 자체 스타 만들기
지상파가 오디션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또 있다. 최근 방송사가 스타를 직접 발굴해 자체 프로그램에 활용하고, 2차 3차 콘텐트를 생산해 재미를 보는 흐름에 기인한다.
엠넷은 아이오아이를 론칭해 1년 동안 활동시키며 재미를 톡톡히 봤다. '프로듀스101' 시즌2로 결성된 워너원의 경우 활동기간이 1년 반으로 확대됐다. 벌써부터 매출 200억 등의 이야기를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덩치 큰 기획사들이 스타 PD들을 영입해 자체 콘텐트를 제작하고, 방송사 섭외 등에서도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상황과도 직결된다. 스타 섭외가 전처럼 쉽지 않고, 기획사에서 자체 프로그램까지 만들어가며 위협 아닌 위협을 해오는 상황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한 스타 발굴은 또 다른 활로 모색이라는 이유다.
하지만 이를 두고도 비판의 목소리는 적지 않다. 한 중소 기획사 대표는 "큰 회사의 경우는 어떨지 모르지만 일련의 오디션들이 직접 소속 연예인을 뽑아 그들을 밀어주는 과정으로까지 진행되면 작은 회사들이야 말로 오갈데 없어진다. 당장 워너원의 성공으로 방탄소년단, 엑소 빼고는 모두 타격을 받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KBS, MBC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실패한 아이돌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고, 중소 기획사에도 활력이 되는 선한 역할에 그치길 기대한다"고 소개했다. / kjseven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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