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 ‘택시운전사’, 생각보다 담담하게 그린 5월의 광주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7.19 10: 30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는 제목 그대로 주인공인 서울의 택시운전사 김만섭(송강호 분)의 시각에서 본 1980년 5월의 대한민국, 그리고 광주를 담담하게 그려낸다.
아내와 사별한 뒤 혼자서 초등학생 딸을 키우는 만섭은 생활고에 시달리지만 밝고 유쾌한 인물이다. 그의 화통함을 배우 송강호가 제대로 살려내 곳곳에서 웃음을 터뜨린다. 적재적소에 유머와 농담을 풀어낼 줄도 아는 긍정적인 성격을 지녔지만 “시위하려고 대학 갔어?” “우리나라가 얼마나 살기 좋은데”라는 말을 통해 지극히 현실 적응주의자임을 알 수 있다. 물론 광주에 가기 전까지 말이다.
그런 만섭의 앞에 서울-광주 왕복에 10만원을 주겠다는 손님이 나타난다. 독일 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치만)가 향하는 곳은 최루탄으로 덮힌 광주다. 밀린 월세를 내기 위해 10만 원을 벌고 싶었던 만섭은 그렇게 얼떨결에 계엄령이 내려진 광주로 가게되고 그곳에 도착해 그의 시선으로 본 한국의 비극적 현대사를 그린다.

민주화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고 특히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었던 김대중이 체포되자, 5월 18일에 광주에서 대규모 집회와 시회가 벌어졌다. 신군부가 계엄군을 보내 이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하자 시민들이 무기를 탈취해 계엄군에 대항한 것이다.
5월 18일부터 광주는 시민군이 장악해 신군부 세력에 저항했지만 공수부대의 진압으로 518 광주민주화 운동은 수백명의 사망자를 내고 끝이 났다. 이에 신군부는 광주 민주화 운동을 진압한 후 국가 권력을 장악했고, 전두환이 1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이로써 군부독재의 서슬퍼런 탄압정치가 시작된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시위에서 총격을 가하는 장면에서는 분노가 일기도 했지만, 사건에 대한 감정에 호소하는 영화는 아니었다. 인물에 밀착해 감정에 호소하는 대신 언론의 자유, 평등, 민주주의를 담담하게 읊조린다.
언론 통제를 뚫고 유일하게 광주를 취재해 전 세계에 5.18의 실상을 알린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태우고 광주에 들어갔다 온 평범한 택시운전사 김사복을 스크린으로 불러냈다.
이들이 광주까지 가는 길, 광주에서 만난 사람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이 느낀 생각과 감정을 생생하게 풀어내 울림을 선사했다./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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