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테마] 타고투저 부채질하는 불펜야구 약세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7.19 10: 20

리그 평균자책점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5점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선발투수와 불펜투수 사이의 간극은 5점대 평균자책점에 불을 지피고 있다.
올 시즌 KBO리그의 평균자책점은 4.96. 정확히 430경기서 7623⅔이닝을 던졌고 4205점을 내줬다. 팀 평균자책점이 가장 낮은 LG도 4.02로 3점대 유지에 실패 중이며, 최하위 삼성은 5.80으로 자칫 6점대의 굴욕을 맛볼 수도 있다.
KBO는 지난해까지 극심했던 타고투저를 잡고자 스트라이크존 확대를 천명했으나 5월 즈음부터 다시 예년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점이 여전한 타고투저의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이밖에도 투수의 발전 속도가 타자의 발전 속도에 비해 늦다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타고투저의 홍수 속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발견할 수도 있다. 바로 선발투수와 구원투수 사이 평균자책점의 차이다. 최근 '세이버매트릭스 실험실'에는 한 가지 흥미로운 포스팅이 게재됐다. 이 포스팅은 2010년부터 올해까지 8시즌 동안 선발투수와 구원투수 평균자책점을 비교했다.
지난해까지 8시즌 동안 리그 평균자책점은 4.66. 세분화하면 선발투수들은 4.7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으나 불펜투수들이 4.61로 이를 끌어내렸다. '불펜야구'가 득세했다는 점이 기록으로 드러나는 셈이다.
연도별로 따져봐도 2015년을 제외한 매 시즌 선발투수의 평균자책점이 구원투수들보다 높았다. 2015시즌에도 선발투수(4.87)와 구원투수(4.92)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올 시즌 이러한 판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올 시즌 선발투수 평균자책점은 4.86. 반대로 구원투수의 평균자책점은 5.17이다. 최근 유례없이 큰 차이로 불펜이 무너지고 있다. 한국야구의 특징 중 하나였던 불펜야구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가장 쉽게 생각해 볼 변화는 선발진의 강세다. 올 시즌에는 임기영(KIA), 박세웅(롯데)을 필두로 '토종선발'진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지난해 전반기까지 2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했던 선발투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라이언 피어밴드(kt)와 박세웅, 에릭 해커(NC), 장원준(두산)이 규정이닝을 채우고도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반면 불펜진에는 새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마무리투수로 도약했던 '세이브왕' 김세현은 올 시즌 고전하고 있다. 결국 임창민(NC), 정우람(한화), 손승락(롯데) 등 기존 자원들이 팀의 마지막을 책임지고 있다. 물론 이들은 준수한 활약으로 경기를 틀어막고 있지만, 지난해까지 '영건'들이 불펜에서 먼저 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게감이 다소 떨어진다.
현장의 분석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수도권 A팀 감독은 "최근 몇 년간 괜찮은 신인이 나오면 선발보다는 불펜으로 썼다. 물론 불펜이 최적화된 선수도 있겠지만, 무조건 불펜으로 투입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며 "올 시즌 깜짝 선발투수로 변신한 선수들이 이를 증명한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 팀은 지난해까지 불펜투수였던 선수를 선발로 전환해 재미를 보고 있다.
최근 흐름은 마치 타고투저를 죄악처럼 묘사한다. 물론 매 경기 두 자릿수 득점이 뻥뻥 터지는 경기는 투수전의 매력과 마주할 기회 자체를 줄인다는 점에서 아쉽다. 그러나 그 흐름 속에서도 한국야구를 대표하던 불펜야구의 기조가 조금씩 옅어진다는 사실을 추론해볼 수 있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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