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경기 후반 안정감이 생겼다. 그러나 이를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선 관리는 필수적이다. 관리와 운영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롯데는 지난 18일 울산 삼성전, 5-2로 승리를 거뒀다. 선발과 타선, 그리고 불펜의 3박자가 확실하게 조화된 경기였다.
롯데는 선발 브룩스 레일리가 7이닝 2실점으로 역투를 펼쳤고 타선이 7회말 집중력을 앞세워 3점을 뽑아내 리드를 잡았다, 그리고 불펜진이 나머지 2이닝을 틀어막으며 승리를 지켰다.
그동안 롯데는 마지막에 올라오는 마무리 손승락의 앞에 등판하는 투수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윤길현과 장시환이 주로 손승락 앞에 올라왔지만, 리드를 지키는 경우보다는 뺏기는 장면들이 많았다. 절대적인 수치를 환산하기에는 힘들지만 롯데가 역전패를 당하는 장면에 마운드에 올라 있는 투수는 대부분 윤길현과 장시환이었다. 7회와 8회에 대한 안정감이 현저히 떨어졌다.
그러나 윤길현과 장시환이 잇따른 부진으로 7월 초,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이후 롯데는 필승조를 새롭게 재편했다. 그 중심에는 7년 만에 1군 마운드에 올라온 조정훈이 있다. 조정훈은 현재 복귀 이후 4경기에서 4이닝을 소화하며 1피안타 3볼넷 3탈삼진 평균자책점 0을 기록 중이다. 조정훈은 복귀 이후 모두 8회에 등판했고, 자신에게 주어진 이닝을 책임감 있게 막아냈다.
특히 지난 18일 울산 삼성전은 필승조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첫 시험대였다. 5-2로 앞선, 홀드 요건이 갖춰진 8회초 마운드에 오른 조정훈은 삼진 1개 포함해 삼자범퇴로 돌려세우며 9회 마무리 손승락에게 공을 넘겼다. 그리고 조정훈은 2008년 이후 첫 홀드를 기록했다.
최근 롯데 경기에서 보기 힘들었던 8회의 안정감을 7년 만에 마운드에 복귀한 조정훈이 선사했다. 그동안 조정훈은 만약 건강하게 복귀하기만 한다면 마운드에서의 타자들을 상대하는 요령과 구위들은 흠잡을 것이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리고 그 기대를 조정훈은 몸소 보여주면서 자신의 클래스를 증명했다.
이제 조정훈이 올 시즌 남은 기간 동안 등판하는 상황은 지난 18일 경기와 같은 필승조가 투입될 상황이 대부분일 것이다. 조정훈은 7년의 공백이 무색할 만큼 현재까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모습을 마운드 위에서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조정훈은 모두가 알고 있듯이 3번의 팔꿈치 수술이라는 인고의 시간을 겪고 돌아온 선수다. 모두가 조심스럽다. 부상 재발이라는 위험이 그 어떤 투수보다 높은 상황이기에 관리에 대한 영역은 당분간 조정훈이 새롭게 만들어 나갈 커리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롯데의 고민은 시작된다. 롯데 불펜진에는 조정훈과 같은 안정감과 경험을 모두 보여준 선수가 현재 손승락을 제외하면 전무하다. 조정훈을 위급한 상황에서 연속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조정훈은 투구 이후 하루 휴식을 보장해야 하는 현실이다. 결국 관리와 불펜 운영에 대한 부분이 올 시즌 후반기 내내 상충이 될 것이다. 일단 조원우 감독은 18일 경기 후 구단 관계자를 통해 조정훈의 19일 경기 투입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조 감독 역시 성적을 위해서는 한시가 급한 후반기이지만 조정훈에 대한 관리를 외면할 수 없다.
결국 조정훈의 확실한 관리를 위해서, 그리고 원활한 불펜 운영을 위해서는 다른 불펜 투수들의 역할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배장호와 이정민으로 구성된 새로운 필승조가 조정훈의 부담을 덜어줘야 하고, 그에 준하는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 당분간 장시환은 필승조 투입 상황보다는 여유 있는 상황에서 등판할 것이고, 윤길현은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어깨 통증으로 재정비가 필요하다.
깊은 고민을 했던 경기 후반 불펜진에 대한 안정은 되찾았다. 그러나 이에 따른 관리와 운영의 딜레마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jhrae@osen.co.kr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