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인터뷰] '스승' 민문식 감독, "창식아, 야구 오래해야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7.19 05: 59

애제자를 향한 스승의 마음은 아쉬움보다 다행스러움이었다. 
지난 18일 청주구장. NC와 홈경기를 앞두고 한화는 이날 시구자로 민문식(56) 전 세광고 감독을 초청했다. 이날 청주 출신 투수 송창식(32)의 '플레이어스 데이'를 기획한 한화 구단은 일찌감치 민 전 감독을 섭외해 놓았다. 송창식이 시구자로 세광고 시절 은사인 민 전 감독을 추천했기 때문이었다. 
세광고 출신 투수로 지난 1986년 빙그레 창단 멤버였던 민 전 감독은 모처럼 청주구장 마운드에 올랐다. 제자 송창식의 31번이 적힌 한화 유니폼을 입고 생애 첫 시구를 했다. 그러나 민 전 감독을 추천한 송창식은 이날 경기장에 없었다. 지난 13일 휴식 차원에서 1군 엔트리에 빠져 2군으로 내려간 것이다.

그라운드에서 스승과 제자와 만남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민 전 감독은 전혀 서운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동안 고생해온 제자가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에 감사했다. 다음은 민 전 감독과 일문일답. 
- 모처럼 청주구장에서 공을 던졌는데 소감은. 
▲ 창식이 추천으로 처음 시구를 했다. 어깨 부상을 당한 이후 오랜만에 공을 던졌다. 생각대로 안 들어갔다. 1988년쯤 마지막으로 청주구장에서 던진 것 같다. 현역 시절 어깨를 다치고 난 뒤 공을 거의 던지지 않았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마음처럼 되진 않았다. 
- 정작 시구자로 추천한 송창식이 없었다. 
▲ 아쉬운 건 없다. 오히려 쉴 수 있을 때 쉬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창식이는 서원초-세광중 시절 전국대회 우승을 이끌 정도로 뛰어난 선수였다. 그때도 너무 많은 공을 던져 세광고 1학년 때는 일부러 공을 안 던지게 했다. 2학년 때부터 스스로 체력을 조절했고, 3학년 때는 150km 이상 던졌다. 프로에 들어가 첫 해 욕심을 냈는지 다시 부상(팔꿈치)을 당한 게 아쉬웠다. 
- 팔꿈치 부상 이후에는 손가락에 피가 통하지 않는 버거씨병으로 고생했다. 
▲ 버거씨병으로 임의탈퇴 됐을 때 '그냥 놓아 두면 안 되겠다' 싶어 창식이를 세광고 코치로 불렀다.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시간이 지나 병이 나으면 다시 공을 던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3년 가까이 코치로 지냈고, 그 시기 창식이가 힘들어하는 걸 많이 봤다. 8월이 되면 손을 펴질 못했다. 혈액순환이 안 되니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어야 했다. 그 어려운 시기를 딛고 일어선 제자라 더 특별하다.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치며 코치 역할도 잘했다. 스스로 배우는 것이 보였다. 그때 창식이는 어떻게든 프로에 다시 복귀할 것이라 확신을 가졌다. 그런 경험들이 지금 창식이를 만든 토대가 되지 않았나 싶다. 
- 유독 송창식을 아끼는 것 같은데 이유가 있다면. 
▲ 제자가 열심히 하겠다는데 도와주지 않을 스승이 어디 있나. 무엇보다 창식이 재능이 너무 아까웠다. 평생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느낀 것인데 그만한 선수 나오기 쉽지 않다. 또 워낙 성실하다. 꾀부리는 게 없고, '이걸 해야겠다' 싶은 것은 끝까지 한다. 한마디로 '진짜 열심히 하는 선수'라 아끼지 않을 수 없다. 요즘도 꾸준히 연락을 하며 안부를 물어온다. 가끔 청주까지 와서 만나겠다는 데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해주곤 한다. 
- 송창식에게 특별히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첫 번째는 부상 당하지 말라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이상 있으면 쉬어줘야 한다. 성적에 연연하면 다시 좋은 기회가 없어질 수 있지 않은가. 나 역시 선수 시절 (어깨) 부상으로 그만뒀기 때문에 그 마음을 잘 안다. 다쳐서 팀을 나오면 세상이 다 무너진 느낌이다. 창식이는 그런 시련을 한 번 겪었다. 그래서 더 절실하게 야구에 임하는 것이다. 다치지 말고 롱런하는 선수가 됐으면 한다. 지금 잠시 (1군에) 빠져있지만 무리하는 것보다 충분히 쉬고 오는 게 좋을 것 같다. 
- 송창식이 최근 몇 년간 많은 공을 던지며 혹사 논란에 시달렸다. 지켜보는 마음은 어땠나. 
▲ 안타까웠다. 투수는 많이 던지면 체력도 떨어지고, 공의 힘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TV 중계를 보다 창식이가 홈런을 맞을 때면 채널을 돌리곤 한다. 지금 창식이가 맞는 건 어쩔 수 없다. 성적이 나지 않는 팀 사정상 창식이를 안 쓸 수도 없을 것이다. 창식이 스스로 체력을 보완해가며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앞으로 선수 생활을 마칠 때까지 그런 책임감을 갖고 해야 할 것이다. 
- 한화를 이끄는 이상군 감독대행과도 1986년 입단 동기다. 
▲ 어릴 적 증평에서 같이 살았다. 청주우암초-청주중 시절 같이 야구한 친구 사이다. 빙그레에도 같이 들어왔다. 친구가 감독이다 보니 요즘 한화 경기에 더 관심을 갖고 본다. 상군이가 잘됐으면 좋겠다. 오늘 시구하러 왔지만 경기에 집중해야 할 때라 일부러 만나진 않았다. 창식이도 잘하고, 한화도 팀 성적이 잘 났으면 좋겠다. /waw@osen.co.kr
[사진] 민문식 전 세광고 감독. /한화 이글스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