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고민 안녕’ 다이아몬드, SK 운명 가른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7.19 06: 07

SK 외국인 투수 스캇 다이아몬드(31)는 최근 2경기에서 15⅓이닝을 던지며 4실점을 기록했다. LG와 두산을 만나 벌인 호투였다. SK가 다이아몬드를 영입할 당시 기대했던 모습이 그대로 나왔다.
사실 그 전에는 고전했다. 들쭉날쭉했다. 난타 당하는 경기도 있었고, 잘 던져도 이닝소화력이 떨어지는 경기도 있었다. 진짜 잘 던진 경기는 몇 없었다. 있다 해도 “상대 타선이 약해서 지켜봐야 한다”는 말이 따라다녔다. 그만큼 불안감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2경기 평가는 고무적이다. 대진이나 타구의 운을 떠나 기대할 만한 요소가 많이 보인다. 그 중 으뜸은 단연 체인지업이다.
다이아몬드는 공격적인 승부를 펼친다. 스스로도, 트레이 힐만 SK 감독도 “공격적으로 던질 때 가장 성과가 좋다”고 말한다. 그러나 초반에는 그렇지 못했다. 단조로운 구종 때문이다. 빠른 공, 커브 투피치만 활용했다. 미국에서 10% 남짓의 비율을 가져가던 체인지업은 사라졌다. 선수 스스로가 체인지업 활용에 대해 자신감을 갖지 못했다. 다소 안일하게 생각한 부분도 있었다.

“다이아몬드는 두 가지 구종밖에 없다”는 인식을 가진 타자들은 공을 골라내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헛스윙을 유도할 만한 압도적인 구위도 아니니 고전하는 것은 당연했다. 맞혀 잡더라도 투구수가 늘어났다. 벤치도, 구단도, 스스로도 합격점을 주지 못한 이유다. 하지만 최근 2경기에서는 체인지업이 돋보였다. 구사 비율, 완성도 모두 높아졌다.
다이아몬드는 11일 인천 LG전에서 체인지업을 커브보다 더 많이 던졌다. 18일 인천 두산전에서도 비슷한 비중이었다. 결정적으로 ‘잘 던졌다’. 체인지업은 상대의 허를 찌르며 스트라이크를 잡기도 했고, 혹은 낮게 떨어지는 유인구가 되기도 했다. 아직 체인지업에 대한 헛스윙률은 높지 않은 편. 그러나 “체인지업도 있다”는 생각은 빠른 공 대처를 어렵게 하기 마련이다. 18일에도 두산 타자들은 빠른 공에 무수한 땅볼을 쳤다. 타이밍이 늦었다.
이처럼 다이아몬드의 나아지는 투구 내용은 인상적이다. SK에는 긍정적이기도 하다. SK의 전반기를 생각하면 쉽다. SK의 성적과 가장 밀접한 상관계수를 가진 것은 홈런이 아니었다. 평범한 진리지만 선발이었다. 그래서 다이아몬드의 활약은 무조건 반갑다. 한편으로는 퇴출 위기를 넘긴 능력 과시이기도 했다. 어깨 부상 당시 최악의 상황, 즉 교체까지 염두에 뒀던 SK다. 그러나 근래 다이아몬드의 교체 계획을 칠판에서 지웠다.
SK는 홈런의 팀이다. 그러나 선발 없는 홈런은 없다. SK는 지난해에도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홈런을 쳤다. 하지만 그런 홈런 개수가 성적을 담보하지는 않았다. 선발과 마운드가 흔들렸다. 선발이 부진하면 홈런은 따라가는 점수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선발이 버텨주면 홈런은 상대의 기세를 꺾는 결승타가 될 수 있다. 같은 상황, 같은 이닝에 터진 홈런이라도 가치의 차이가 엄청나다는 의미다.
팀 내 선발진 사정도 그렇다. 외국인 선발 하나가 빠진 상황에서도 SK 선발진이 폭삭 주저앉지 않았던 것은 켈리 문승원 박종훈의 힘이었다. 그러나 고비 없이 시즌을 완주할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완벽한 상수는 켈리 하나 정도라고 봐야 한다. 여기에 다이아몬드가 반드시 가세해야 한다. 그래야 팀이 긴 연패를 당하지 않고, 연승을 이어갈 수 있다. 다이아몬드는 팀 내 선발투수 중 유일한 왼손이라는 점도 있다. 이제는 전면에 나설 때가 됐다. 가능성이 보인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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