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쇼’ 백정현(삼성)과 ‘레형광’ 브룩스 레일리(롯데)의 눈부셨던 투수진이 울산의 밤하늘을 수놓았다. 그리고 승부는 경기 막판에 가서야 갈렸다.
18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롯데의 후반기 첫 경기. 삼성은 백정현을, 롯데는 레일리를 후반기 첫 경기 선봉에 내세웠다. 모두 최근 페이스가 좋았던 투수들이었다. 후반기 첫 경기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그리고 최근 페이스에 걸 맞는 눈부신 투구 내용들을 기록하며 투수전 양상을 이끌었다.
백정현은 이날 4회까지 산발 2안타 1볼넷으로 롯데 타선을 틀어막으며 깔끔한 투구 내용을 이어갔다. 하지만 5회말, 김문호와 신본기에 빗맞은 안타 2방으로 위기에 몰렸고 문규현에 희생플라이를 내줘 결국 선제 실점을 허용했다. 운이 따르지 않은 5회말이었다. 타선이 6회초 역전을 만들어준 뒤 맞이한 6회말. 백정현에게는 사실상 마지막 이닝이었다. 그러나 6회말 선두타자 이대호에 139km 빠른공을 던지다 좌월 솔로포를 얻어맞으면서 동점을 내줬다. 백정현에게 아쉬움이 남는 한 방이었다. 그러나 이후 흔들리지 않고 6회를 추가 위기 없이 틀어막으며 자신의 역할을 해냈다. 이날 백정현은 종전 자신의 한 경기 최다 투구수(109개, 2016년 9월27일 마산 NC전)와 개인 최다 탈삼진(7개, 2017년 5월6일 마산 NC전)을 모두 경신하는 역투를 펼쳤다. 6이닝 118구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8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고 7회부터 공을 김대우에게 넘겼다.
롯데 레일리 역시 백정현 못지않은 투구 내용을 기록했다. 초반 안정감은 백정현에 비해 떨어졌다. 1회초 제구에 애를 먹었고 포수 강민호와도 사인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볼넷과 사구, 포일로 1사 2,3루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중심 타선인 다린 러프를 삼진, 배영섭을 1루수 땅볼로 처리해 1회를 간신히 넘겼다. 1회 투구 수만 27개에 달했다.
그러나 이후 레일리는 공격적인 투구로 공의 개수를 급격하게 줄이며 이닝을 버텼다. 타선이 5회에 1점을 내면서 레일리에 힘을 불어넣었지만 6회초, 선두타자 정병곤에 몸에 맞는 공과 박해민에 기습 번트 안타를 내주며 위기에 몰렸다. 결국 구자욱에 2타점 역전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그러나 레일리는 이후 러프를 2루수 병살타로 솎아내 추가 실점을 막아냈다. 그리고 타선은 6회말 다시 동점을 만들며 레일리의 패전 요건을 지웠다.
레일리는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와 3타자를 모두 범타로 요리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7이닝 99구 3피안타 1볼넷 2사구 5탈삼진 2실점 역투. 최근 5경기 연속 7이닝 이상을 소화함과 동시에 4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펼친 상승세를 그대로 이었다.
백정현과 레일리 모두 승패 없이 물러날 수 있던 상황. 그러나 결국 승부는 경기 막판에 가서야 갈렸다. 백정현이 내려간 뒤 7회말 삼성 두 번째 투수 김대우가 롯데 타선을 이겨내지 못하고 3점을 헌납했다. 그리고 레일리는 타선의 도움에 힘입어 7승 기회를 얻었고 결국 롯데의 리드가 경기 끝까지 이어졌다. 백정현은 승패 없이 물러났지만 결국 레일리가 승리 투수가 되면서 레일리의 판정승으로 승부가 가려졌다.
메이저리그의 대표적 좌완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를 빗대어 호투를 펼치는 시기 ‘백쇼’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백정현, 그리고 롯데의 불세출 좌완 에이스 주형광에 비견되며 ‘레형광’이라는 별명을 얻은 레일리의 눈부신 투수전은 후반기 첫 경기의 마운드를 드높게 만들었다. /jhrae@osen.co.kr
[사진] 울산=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