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전도 '타고투저'였다. 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올스타전에선 드림 올스타가 13-8로 승리하면서 진기록들이 양산됐다. 한 경기 최다 홈런 신기록(8개), 한 경기 최다 득점 신기록(21점), 한 경기 최다 안타 신기록(32안타)이 쏟아졌다. 리그에서 손꼽히는 투수들이 전력으로 던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총 18명의 투수가 올스타 무대에 올랐다. 실점을 기록한 투수는 절반인 9명에 달했다. 후반기를 염두에 두고 전력 투구를 하지 않고, 평소보다 느린 구속으로 던진 결과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었다. 전력 투구로 진지하게 임한 투수들도 있었다.
드림 올스타의 선발 니퍼트(두산)는 이날 직구 최고 구속이 129km에 그쳤다. 이날 투수들 중 시즌 때와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 니퍼트는 1이닝 동안 안타 2개를 맞았지만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팀 타선이 터진 덕분에 역대 최고령 승리 신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역대 올스타 최연소 출장 기록을 세운 이정후(넥센)은 "강속구 투수인 니퍼트의 공이 너무 느리게 와 당황했다"고 했다.
나눔 올스타 선발 양현종(KIA)의 최고 구속은 137km였다. 슬라이더는 커브 구속과 다름없는 119km였다. 힘을 뺀 직구를 던진 양현종은 최정(131km 직구), 이대호(135km 직구)에게 연속 타자 홈런을 얻어맞았다. 그 여파로 양현종은 2015년에 이어 2년 만에 다시 패전 투수가 됐다. 올스타전 통산 최다패 공동 2위가 됐다.
#드림 올스타
선수 최고구속 변화구 투구 수
니퍼트 129km 121km 14개
켈리 144km 130km 11개
피어밴드 136km 120km 13개
레일리 140km 129km 15개
장필준 146km 126km 17개
심창민 140km 126km 26개
김재윤 144km 135km 25개
#나눔 올스타
선수 최고 변화구 투구 수
양현종 137km 119km 12개
임찬규 136km 119km 12개
배영수 129km 121km 25개
김진성 140km 125km 36개
원종현 148km 134km 21개
김윤동 145km 131km 20개
김상수 140km 126km 31개
정우람 139km 124km 11개
*기록 kbo 제공. 9회 등판한 투수(이현승, 박세웅, 임창민)는 미제공
나눔 올스타의 배영수(한화)는 직구 최고 구속이 129km로 니퍼트와 함께 공동 최저였다. 포크볼(121km) 구속과 큰 차이가 없었다.
배영수는 3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 동안 6피안타 3피홈런 5실점을 허용했다. 구자욱(포크 110km), 최정(포크 121km), 이대호(직구 124km)에게 홈런을 맞았다. 최정-이대호에게 '연타석 백투백' 홈런이라는 진기록을 선사했다.
더불어 3피홈런은 1982년 정순명, 2010년 금민철과 함께 올스타전 한 경기 최다 피홈런 타이 기록이다. 게다가 배영수는 통산 5피홈런으로 올스타전 최다 피홈런 투수가 됐다.
드림 올스타의 마무리로 나온 이현승(두산)은 9회 나성범에게 132km 직구, 이형종에게 131km 직구를 던졌다가 홈런 2방을 얻어맞았다. 이현승 덕분에 한 경기 최다 홈런 신기록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반면 공에 진정성을 듬뿍 담아 던진 투수들도 있었다. 원종현(NC)은 이날 가장 빠른 148km의 직구를 던졌다. 시즌 때 구속과 별 차이없다. 슬라이더도 134km까지 나왔다. 김윤동(KIA)도 최고 145km의 직구와 131km의 슬라이더를 던졌다. 1이닝 동안 볼넷 2개를 내줬지만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드림 올스타에선 켈리(SK), 장필준(삼성), 김재윤(kt)의 피칭이 눈길을 모았다. 켈리는 최고 구속 144km, 정교한 제구력으로 맞혀 잡은 덕분에 이날 유일하게 2이닝을 던졌다. 6타자를 퍼펙트로 막아냈고, 투구 수는 고작 11개였다. 2회 로사리오(초구), 이범호(초구), 김민식(2구)을 내야 범타로 처리했고, 3회에도 김선빈(3구), 이정후(초구), 김하성(3구) 상대로 타구가 내야를 벗어나지 않았다. 김하성은 3구 삼진. 우수투수상은 켈리가 당연했다.
장필준은 최고 146km의 직구를 던져, 원종현 다음 두 번째 빠른 구속을 보였다. 1이닝 동안 1피안타 무실점. 김재윤도 직구 144km, 슬라이더 135km 구속을 보여줬다. 슬라이더 구속은 이날 올스타전 투수들 중에서 가장 빨랐다. 8회 1사 1,2루에서 슬라이더(134km)가 한가운데로 몰리면서 최형우(KIA)에게 스리런 홈런을 허용했다.
원종현, 김윤동, 장필준, 김재윤은 생애 첫 올스타 출장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첫 출전의 영광에 전력투구로 보답한 것이다.
올스타전에 출장하는 투수들은 이제 1이닝 투구가 고착화됐다. 1이닝 전력 투구가 후반기 등판에 큰 악영향을 준다고 보기는 어렵다. 올스타전 이후로 최소 이틀 휴식이 있다. 투구 수도 적게는 15개 내외, 대부분 20개 남짓 던진다. 김진성(NC, 36개) 김상수(넥센, 31개)를 제외하곤 30개 이상 던진 투수는 없다. 후반기 첫 경기 선발로 나서는 투수라면 올스타전 1이닝이 선발을 앞두고 실시하는 불펜 피칭으로 삼으면 되지 않을까.
투수들이 전력투구로 좀 더 박진감 넘치는 올스타전을 팬들에게 선사한다면 더 멋진 올스타전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을 부러워하지 않을 것이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