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를 4위로 마친 넥센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넥센은 ‘2017시즌 타이어뱅크 KBO리그’ 전반기서 45승 40패 1무를 거두며 4위를 기록했다. 장정석 넥센 감독은 “전반기 선수들이 잘해줬다. +5~7승 정도를 달성한다면 자연스럽게 순위도 오르지 않을까. 근사치에 도달했다”고 전반기를 평가했다.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초보감독 : 장정석 감독의 첫 시즌
넥센은 비시즌 SK 단장으로 부임한 염경엽 전 감독을 대신해 운영팀장 출신 장정석 감독을 신임감독으로 선임했다. 파격적인 인사에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장 감독이 현역시절에도 스타출신이 아닌데다 지도자경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반면 넥센을 가장 잘 아는 장 감독이 적임자라는 분위기도 있었다.
장 감독의 첫 시즌은 출발부터 순탄치 않았다. 넥센은 개막 후 LG, 롯데와의 시리즈에서 전패를 당했다. 팬들 사이에서 벌써부터 장 감독 선임에 대한 비관론이 흘러나왔다. ‘프런트출신이 야구를 알겠냐?’는 비아냥부터 ‘이장석 대표의 바지감독’이라는 노골적 표현까지 있었다.
넥센은 4월 7일 잠실에서 두산을 7-3으로 꺾으며 6경기 만에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장 감독은 “생각대로 안 되는 것이 야구 아니겠나”라며 웃었다. 비로소 마음의 짐을 덜어낸 모양이었다.
감독으로서 선수단을 관리하고, 매일 취재진과 만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넥센은 시즌 초반 유난히 긴 연패와 연승을 반복했다. 연패가 길어지자 장 감독은 “죽겠다”며 농담조로 하소연을 했다. 그날 넥센 기사 대부분에 ‘장정석 감독 죽겠다’는 제목이 나갔다. 장 감독은 “그런 사소한 말이 전부 기사로 나갈 줄 몰랐다. 말을 더 신중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장정석 감독은 “감독으로서 판단을 잘못해서 진 경기도 몇 경기 된다. 그런 점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반대로 장 감독이 결정적인 판단을 내려 이긴 경기도 있다. 이택근의 9회말 역전 만루홈런으로 이겼던 5월 18일 한화전이 대표적. 이택근은 9회말 대타로 타석에 들어서 끝내기 만루포를 터트려 장 감독의 선택에 보답했다.
넥센은 2군에서 좋은 활약을 한 선수를 곧바로 1군에 올려 많은 재미를 봤다. 허정협, 김규민, 유재신, 김웅빈, 송성문, 윤영삼 등이 투타에서 깜짝 활약을 했다. 이들을 과감하게 기용한 배경에도 장 감독의 안목과 선택이 있었다.
#슈퍼루키 : ‘바람의 손자’ 이정후의 등장
이정후(19, 넥센) 세 글자로 넥센의 전반기는 대성공이다. 넥센의 체계적이고 과감한 유망주 육성정책이 또 하나의 작품을 만들었다. 넥센은 지난해 6월 2017 신인 1차 지명 선수로 휘문고 이정후를 지명했다. 당시만 해도 이정후의 실력보다 아버지가 이종범이란 사실에 더 관심이 모아졌다.
넥센은 유격수를 보던 이정후에게 외야를 맡겨 짐을 덜어줬다. ‘송구 트라우마’가 있는 이정후를 미국전지훈련까지 데려가 성장기회를 줬다. 과감하게 기회를 준 덕분에 이정후는 일찍 꽃을 피웠다.
개막전 1군에 합류한 이정후는 안타행진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넥센의 주전급 외야수로 자리매김했다. 시즌 중반 처음으로 타율이 2할대로 떨어지며 ‘한계가 왔다’는 평도 있었다. 이정후는 타순의 중압감까지 극복하며 넥센의 톱타자로 맹활약했다.
이정후는 넥센의 전반기 경기에 모두 출전, 타율 3할2푼9리(리그 14위)를 기록했다. 선구안이 좋아 볼넷을 잘 얻고, 나쁜 공에 손을 대지 않는다. 이정후는 31타점 65득점 31볼넷을 더하며 리그 최정상급 실력을 보였다. 여기에 잘생긴 외모와 아버지의 후광이 더해져 ‘역대 최연소 올스타 베스트’ 이정후가 탄생했다.
장정석 감독은 “이정후의 활약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열심히 하길래 미국전지훈련에 데려가보자는 생각이었다. 고졸선수가 1군 무대에서 뛰는 것도 대단하다. 이제는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없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처음 출전한 올스타전에서도 이정후는 빛났다. 나눔올스타의 1번 타자로 출전한 그는 1회 니퍼트에게 좌전안타를 뽑아내 올스타전 최연소 안타의 주인공이 됐다. 처음 출전한 올스타전에서 위축되지 않고 바로 안타를 때리는 이정후는 그런 선수다. 이정후는 후반전에도 넥센 타선의 중심이다.
#외인잔혹사 : 오! 설레발과 대니돈
넥센은 비시즌 구단 역대최고액 110만 달러를 투자해 션 오설리반(31)을 영입했다. 보도자료에 ‘제1 선발감’이라고 명시될 정도로 구단의 기대가 컸다. 일본에서 치른 연습경기서 부진했지만 ‘낯선 아시아 무대’, ‘축발 부상경력’ 등으로 넘어갔다. 오설리반이 시범경기 평균자책점 1위에 올라 비판도 누그러졌다.
뚜껑을 열어보니 설레발이 맞았다. 오설리반은 3경기에 등판해 8이닝동안 43명의 타자를 상대하며 17피안타 3사사구 6탈삼진 2패 평균자책점 15.75를 기록했다. 본인 말로 150km/h 강속구를 뿌린다던 구속은 평범했다. 주자만 나가면 불안해하며 공이 가운데로 몰렸다.
큰 돈 들여 영입한 선수를 당장 내치기도 뭐했다. 장정석 감독은 “오설리반을 중간으로 돌려 적응 기회를 주겠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2군에서 내려 컨디션을 조절해봐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오설리반이 퇴출되고 제이크 브리검이 영입됐다.
브리검은 일본무대서 실패한 경험이 있는데다 2017시즌 실전투구가 전혀 없었다. 한국에 온 브리검은 “8가지 구종을 던질 줄 안다”며 말해 불안감을 키웠다. 넥센 팬들은 설레발에 이미 당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 첫 2경기서 불안했던 브리검은 이후 내리 3연승을 달려 선발로테이션에 순조롭게 진입했다.
브리검은 전반기 마지막 4경기서 24점을 줬다. 어떻게든 5이닝 이상은 책임져주고 있지만 안타를 너무 많이 맞고 있다. 그럼에도 오설리반이 줬던 충격이 너무 컸을까. 브리검은 연봉 25만 달러를 고려하면 나름 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넥센 팬들은 대니돈만 생각하면 뒷목이 당긴다. 올 시즌 대니돈은 부상 및 부진으로 2군에서 머문 시간이 훨씬 길다. 전반기 20경기에 나와 타율 1할4푼 7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어쩌면 대니돈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덕분에 허정협 등 유망주들이 더 뛰어 팀에 훨씬 큰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전반기 부진했던 외국인 타자는 대부분 잘리거나 반등했다. 대니돈처럼 끈질기고 편안하게 한국에서 돈을 벌어가는 외국선수는 없다. 대니돈은 6월 2일 두산전에서 시즌 첫 홈런을 때려 부활하나 싶었다. 하지만 또 부진해 2군에 내려가길 반복했다.
장정석 감독은 “대니돈이 타격과 수비 모두 부족하다. 자신감이 부족하다. 프로라면 본인이 이겨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넥센도 마냥 기다려줄 수 없다. 윤석민의 이적으로 확실한 1루수 자원이 없어졌다. 대니돈은 외국선수 교체 데드라인 7월 31일전에 교체될 것이 유력하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