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와 슈퍼루키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올스타전에서 만난다.
2017시즌 타이어뱅크 KBO리그 올스타전이 15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개최된다. 1995년 데뷔한 삼성의 프렌차이즈 스타 이승엽(41·삼성)은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이승엽은 팬 투표 104만3970표, 선수단 196표를 받아 드림올스타 최고점수로 베스트12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KBO는 14일 올스타전을 하루 앞두고 이승엽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만큼 이승엽은 삼성은 물론 프로야구 전체를 상징하는 슈퍼스타라는 의미다. 그 동안 이승엽은 팬들을 위해 묵묵히 활약했다. 이제는 구단과 팬들이 어떻게 그를 멋있게 보내주고 ,기억해야 할 것인지 숙제를 안게 됐다. 대구에서 갖는 이승엽의 마지막 올스타전은 그래서 특별하다.
이승엽은 “오랜만에 대구에서 하는 올스타전이다. 첫 올스타전도 대구에서 했고 홈런도 쳤다. 내일은 팀 배팅보다는 홈런스윙을 하겠다”며 오랜만에 홈런에 욕심을 냈다.
이승엽만큼 올스타전이 특별한 선수는 또 있다. 바로 ‘슈퍼루키’ 이정후(19·넥센)다. 이정후는 나눔올스타 외야수부문에서 팬투표 84만 8625표, 선수단 투표 117표를 얻어 총점 39.91점으로 최형우와 버나디나에 이어 당당히 3위에 올랐다.
처음 올스타전에 나서는 이정후는 마치 수학여행을 떠나는 소년 같이 들뜬 표정이다. 이정후는 “정말 재밌을 것 같다. 같이 야구하던 친구들이 ‘진짜 올스타가 됐냐?’면서 부러워하더라. 사실 처음에는 올스타 기간에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려고 했다. 올스타에 뽑혀서 여행은 갈 수 없게 됐다”면서 웃었다.
고졸신인인 이정후는 이승엽도 못했던 데뷔시즌 올스타가 됐다. 이승엽은 1995년 데뷔시즌 타율 2할8푼5리, 13홈런, 104안타, 73타점을 기록했다. 이정후는 전반기만 마친 현재 타율 3할2푼7리, 2홈런, 103안타, 31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타율과 안타수에서 이미 이정후는 이승엽의 데뷔시즌을 뛰어넘었다. 천하의 이승엽도 올스타가 되는데 3년이 걸렸지만, 이정후는 1년 만에 해냈다.
이승엽과 이정후는 각별한 인연이 있다. 이승엽은 선배 이종범 해설위원의 귀여운 아들을 조카처럼 귀여워했다. 이정후도 이승엽을 ‘삼촌’이라고 불렀다고. 이정후가 자라 함께 올스타전서 뛰리라고는 상상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승엽은 “내가 프로생활을 시작할 때 (이)정후(1998년생)는 태어나지도 않았더라. 정후는 정말 잘하고 있다. 야구 선배로서 자랑스럽다. 최고의 신인과 함께 뛰는 건 나 또한 영광이다. 넥센에서 최고가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선수가 되라고 말하고 싶다”며 덕담을 건넸다.
이승엽은 정규시즌 넥센전에서도 이정후를 만나 장난을 치는 등 각별한 사이를 자랑했다. 이정후는 “어렸을 때 아빠를 따라서 다니다 만났던 삼촌이다. 같이 뛰는 게 신기했다. 따로 야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시지는 않았다. 다른 형들의 방망이를 유심히 보는 편”이라며 이승엽을 우러러봤다.
삼촌과 조카뻘인 두 선수는 양 팀을 대표해 맞대결을 펼친다. 이승엽은 마지막 올스타전에서 MVP를 노리고 있다. 올스타전 MVP에게는 기아자동차의 최신형 차량 ‘스팅어’가 제공된다. 이정후는 운전면허를 땄지만, 아직 자가용이 없다. MVP에 충분히 동기부여가 될 전망이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