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my 무비] ‘박열’ 200만 #명불허전 이준익 #파격변신 이제훈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7.14 09: 25

 이준익 감독의 영화 ‘박열’이 13일을 기준으로 200만 5276명의 관객을 돌파했다. 어제(13일) 하루에만 3만 5490명이나 관람하며 개봉 16일차까지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박열’은 지금까지도 일본 정부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는 간토대학살 사건이 벌어졌던 1923년, 일제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했던 조선의 아나키스트 박열(이제훈 분)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가네코 후미코(최희서 분)의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관동대지진이 벌어졌을 때 일본 내각은 민란의 조짐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타고 폭동을 일으키려 한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린 후 계엄령을 선포했다. 이를 계기로 무고한 조선인 6천여 명이 학살당하는 ‘간토대학살’이 벌어졌다.

국제 사회의 비판을 피하기 위한 일본 내각은 독립운동 단체 불령사의 리더 박열을 폭동의 배후로 지목했고, 그들의 셈을 눈치 챈 박열은 스스로 황태자 암살 계획을 자백해 조선 최초 대역죄인으로서 사형까지 무릅쓴 공판을 시작한다.
박열과 후미코의 활약은 당시 아사히 신문을 비롯한 일본 신문들에서 대서특필했는데, 이준익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역사의 완벽한 고증을 위해 각 신문사에 연락해 사건이 일어났던 날짜의 기사를 모두 검토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영화 속 모든 사건이 영화적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픽션이 아닌 철저하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야기의 힘을 느끼게 해주는 이준익 감독은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그의 영화 역시 장르적인 장식보다는 이야기의 뚝심 속에 빛나는 경우가 많았다. 먼저 관객들의 귀를 열고 그 다음에 진심으로 마음이 열리게 하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믿고 보는 감독’인 것이다. 영화 ‘동주’ ‘사도’ ‘왕의 남자’ 등으로 유명한 이 감독의 이야기는 그의 성품과 성향을 단적으로 알려준다.
사실에 입각한 가슴 아픈 역사이지만 이준익 감독은 그 안에 나름의 유머코드를 녹여냈다. 실제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짓기보다 적재적소에 웃음이 빵빵 터지는 장면들이 많았다. 시대극의 틀을 깬 스타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 것이다. 더불어 실화가 주는 진정성 있는 감동도 극장으로 관객들을 불러 모으는 데 큰 몫을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박열을 연기한 이제훈의 파격 변신도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장르를 불문하고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과시하며 믿고 보는 연기자로 거듭난 이제훈은, 한 달여 간 쌀을 금식하며 감옥에서 야위어가는 박열을 지독하리만큼 사실적으로 재현해냈다.
이제훈은 자신의 연기적 해석으로 인해 박열이라는 인물이 왜곡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디테일하게 겉모습을 살렸고, 그의 사상과 가치관을 표현할 때에도 철저하게 자신을 배제했다. 육체적으로, 감정적으로 모든 것을 쏟아 부으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조선 청년 박열 그 자체로 분했던 이제훈의 인생 연기는 관객들에게 뜨거운 여운을 선사했다./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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