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전반기가 전날(13일) 경기로 마무리됐다.
개막을 앞두고 국제 대회 부진을 이유로 흥행에 빨간불이 켜질 것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었지만 여전히 야구팬들은 열광했다. 올 시즌 전반기를 수놓은 10가지 이슈를 정리했다.
▲ '영건 선발'은 성장 중
매년 '세대교체가 더디다'는 말을 들었던 한국 야구. 그러나 올 시즌에는 젊은 선발투수들의 성장세가 뚜렷하다. 가장 돋보이는 건 박세웅(롯데)과 임기영(KIA)이다. 박세웅은 전반기 16경기에 선발등판해 99⅔이닝을 소화하며 9승2패, 평균자책점 2.44를 기록했다. 규정이닝을 채운 리그 선발투수 가운데 평균자책점 1위다. 임기영은 KIA 선두 질주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임기영은 올 시즌 전반기 14경기(11경기 선발)에 등판해 78⅓이닝을 소화하며 7승2패, 평균자책점 1.72로 호투했다. 한때 폐렴 증세로 결장했지만 돌아온 후에도 깔끔한 모습을 선보였다. 조금씩 컨디션을 끌어올리면 후반기 KIA 독주 체제에 기여할 전망이다. 이밖에도 한현희(넥센), 임찬규(LG), 함덕주(두산) 등의 성장도 반갑다.
▲ 트레이드 광풍
올 시즌 전반기를 한 단어로 요약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트레이드'다. 전반기에만 8건의 트레이드가 리그를 휘어감았다. 이미 지난해 이뤄진 트레이드(6건)를 넘어섰다. 수혜자는 단연 KIA다. KIA는 지난 4월 7일 SK와 4-4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이명기와 김민식 등이 KIA 유니폼을 입었고, 노수광과 이홍구 등이 SK로 향했다. 이명기는 전반기 타율 3할5푼3리(리그 5위)로 KIA 선두 독주에 앞장섰다. 포수 김민식도 공격력은 떨어지지만 안정감 있는 리드와 강한 어깨를 앞세워 마운드 안정에 힘을 보탰다. SK 역시 노수광과 이홍구를 쏠쏠히 활용하며 '윈윈 트레이드' 사례를 남겼다. kt도 4건의 트레이드를 통해 내야수 오태곤, 윤석민과 투수 강장산, 배제성 등을 데려오며 전력을 살찌웠다.
▲ KIA와 삼성, 명가의 엇갈린 행보
KBO리그를 대표하는 명가 KIA와 삼성. 둘의 전반기 행보는 극명히 달랐다. KIA는 올 시즌 타선의 압도적인 모습에 힘입어 리그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을 NC와 가졌는데 압도적인 힘을 과시하며 '스윕'으로 마쳤다. 2위와 승차는 어느덧 8경기. '세 경기를 좁히는 데 한 달이 걸린다'는 현장의 얘기에 비춰보면, KIA의 독주는 후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반면, 삼성은 싸늘한 봄을 보냈다. 삼성은 5월 14일 대구 넥센전을 4-5로 분패하며 시즌 7승28패2무, 승률 2할을 기록했다. 100패 이야기도 나올 정도로 페이스가 안 좋았다. 그러나 이후 50경기서 27승22패1무, 승률 5할5푼1리로 선전 중이다. 같은 기간 승률만 따지면 리그 5위다. 서서히 힘을 내고 있다.
▲ 쏟아지는 '효자 FA'
그간 FA(프리에이전트)는 '먹튀'의 대명사처럼 불렸다. 롯데로 이적해 맹활약했던 홍성흔 등 반례는 있지만 소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 전반기, 그 양상에 변화가 감지됐다. 단연 돋보이는 건 KIA 투타를 이끄는 최형우와 양현종이다. 올 시즌에 앞서 KIA와 4년 100억 원의 계약을 맺은 최형우는 84경기서 타율 3할7푼4리, 22홈런, 81타점으로 공격을 주도했다. 1년 계약으로 KIA에 남은 양현종도 18경기서 109⅔이닝을 소화하며 13승3패,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했다. 자신의 전반기 최다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투수 최고액인 4년 95억에 LG와 계약한 차우찬 역시 16경기서 7승5패, 평균자책점 3.07을 기록했다. 팀내 다승과 평균자책점 모두 1위다.
▲ 기록 풍년에 배부른 전반기
반환점을 돌았을 뿐이지만 대기록이 쏟아졌다. 눈에 띄는 건 역시 김태균(한화)이다. 김태균은 지난 2016년 8월 7일 대전 NC전부터 2017년 6월 3일 대전 SK전까지 301일 동안 86경기 연속 출루 기록을 세웠다. 김태균은 1994년 스즈키 이치로가 세운 일본 프로야구 최다 연속 출루 기록인 69경기와 1949년 미국 메이저리그 테드 윌리엄스가 기록한 84경기를 모두 넘어섰다. 한미일 최고 기록 보유자는 김태균이다. 헥터 노에시(KIA) 역시 눈에 띈다. 헥터는 개막 선발 14연승으로 2003년 정민태(당시 현대)의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아울러, 지난 시즌 포함 15연승으로 역대 외국인 투수 최다 연승 신기록을 작성했다.
▲ 야신의 퇴장
2015시즌을 앞두고 '야신' 김성근 감독이 한화 사령탑을 잡았다. 전임 김응용 감독 시절에도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던 한화 팬들은 쌍수를 들고 반겼다. 2000년대 중반 SK 왕조를 이끌었던 김성근 감독은 부임 초기 그야말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러나 혹사 논란이 겹치며 김성근 감독의 지지세도 한풀 꺾였다. 김성근 감독의 한화도 2015년 6위, 2016년 7위로 가을야구에 번번이 실패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부임한 박종훈 단장과 김 감독의 충돌이 미디어에 매일같이 노출됐다. 결국 김성근 감독은 5월 24일, 한화 감독직을 내려놓았다. '야신 신드롬'의 단꿈이 전부 사라친 채로. 이상군 대행이 올 시즌 종료까지 팀을 이끌게 됐다.
▲ 오락가락 S존. 성적은 춤췄다
대한민국 야구는 지난 3월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참패를 맛봤다. 지난해까지 지독한 타고투저 흐름이 리그를 지배했으나 타고는 허상, 투저만 남았다는 것이 드러났다. 대회 직후 KBO는 스트라이크존 확대를 천명했다. 실제로 시즌 초반만 해도 스트라이크존이 어느 정도 확대된 모양새였다. '역대급 타고투저'의 지난 몇년 양상이 바뀌는 듯했다. 그러나 5월을 지나며 스트라이크존은 다시 예년으로 돌아갔다. 결국 전반기 리그 평균자책점은 4.98, 리그 평균 타율은 2할8푼6리였다. 지난해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일관성 없는 스트라이크존이 연일 화두에 올랐다. 현장에서는 "확실히 시즌 초에 비해 존이 좁아졌다"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 비디오 판독 도입. 효과는 글쎄
올 시즌을 앞두고 KBO가 내건 변화는 스트라이크존 말고도 또 있었다. 바로 비디오 판독의 도입이다. 지난해까지 '합의판정'으로 불리던 '재심 요청'이 달라졌다. 심판이 경기장 안에서 사라져 중계 방송 영상을 보고 판독을 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KBO가 자체 설립한 비디오 판독 센터 제공 영상이 판단의 근거가 됐다. 인터컴을 쓰고 판독하는 심판들은 전반기 가장 달라진 풍경 중 하나였다. 그러나 실효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KBO는 이를 위해 '판독 시간 감축'을 선언했으나 경기 시간에는 큰 변화가 없다. 7분 이상 소요되는 장면도 있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비디오 판독으로 내린 결과조차 신뢰가 낮았다는 점이다. 중계화면의 느린 그림으로 살펴보면 비디오 판독 최종 결과와 다른 부분이 몇 차례 노출됐다.
▲ 논란속의 심판들
스트라이크존은 물론이고 비디오 판독까지. 심판을 향한 선수단과 팬들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다. KBO는 올 시즌을 앞두고 심판진이 선수단에게 '반말'을 하지 않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심판들은 지나친 권위 의식은 여전히 화두다. 4월 29일 잠실 두산-롯데전서 이대호에게 퇴장을 선언한 박종철 3루심, 6월 10일 울산 롯데-두산전서 오재원에게 퇴장을 선언한 문승훈 구심 모두 팬들의 도마에 올랐다.
▲ 심판 불법 금전 거래와 음주 운전
거기에 전직 심판의 매수 논란까지 터졌다. 7월초 모 매체의 보도로 알려진 'A 전임 심판과 두산의 금전 거래' 사실은 팬들의 분노를 샀다. 그 실망이 사그라들기도 전에 윤지웅(LG)의 음주 운전이 적발됐다. 팀 선배 이병규의 은퇴식으로 잔잔함이 감돌았던 LG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사건이었다. 관중 수의 즉각적인 급락은 없었으나 팬들의 여론은 여전히 곱지 않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