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수 농사가 한 시즌을 좌우한다'는 문구는 격언처럼 쓰인다. KBO리그 팀들은 27명의 1군 엔트리 중 최대 3명까지 외국인 선수로 채울 수 있다. 지분은 11.1%에 불과하지만 그 존재감은 상상 이상이다.
때문에 각 구단들은 겨울이면 외국인 투수 영입에 심혈을 기울인다. 스카우트 팀의 역량에 시즌 결과가 달라진 사례는 수두룩하다. 전반기, 외국인 농사에 성공한 팀들이 어디인지 살펴봤다.
▲ 리그 최강 KIA…맨쉽 낙마했던 NC
외국인 투수 덕을 가장 많이 본 팀은 단연 KIA다. KIA 외국인 투수 헥터 노에시와 팻 딘은 전반기 34경기에 등판해 216⅓이닝을 던지며 19승5패, 평균자책점 3.95를 기록했다. 비록 외인 선발 평균자책점은 6위에 불과하지만 이닝과 승수가 1위에 달한다.
평균자책점이 다소 높은 것은 팻 딘의 부진 탓이다. 헥터는 올 시즌 17경기서 116⅔이닝을 던지며 14승 무패 평균자책점 3.16을 기록했다. 리그 다승과 이닝 소화 선두다. 올 시즌 전반기 최고의 외국인 선발투수였다. 그러나 팻 딘은 17경기에 등판해 99⅔이닝을 던져 5승5패, 평균자책점 4.88에 그쳤다. 특히 6월부터 7경기서 35⅔이닝을 던지며 1승3패, 평균자책점 8.07로 부진하고 있다. 리그 최강 KIA 선발진 옥에 티인 셈이다. 그러나 팻 딘의 부진에도 헥터가 굳건해 KIA는 미소지었다.
전반적인 성적만 놓고 보면 NC도 빼어나다. NC 외국인 투수 제프 맨쉽과 에릭 해커는 올 시즌 24경기서 151⅓이닝을 던지며 15승3패, 평균자책점 2.50을 합작했다. 그러나 경기와 이닝 모두 리그 중반에 그친다. 이는 맨쉽이 부상으로 낙마했기 때문이다. 맨쉽은 개막 7연승을 질주하다 팔꿈치 부상으로 두 달 넘게 휴업했다. 지난 12일 광주 KIA전서 복귀해 4⅔이닝 동안 3피안타 2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해커가 든든한 상황에서 맨쉽이 전반기 초반의 모습을 찾는다면 NC 선발진은 KIA에 전혀 밀리지 않는다.
▲ 후반기, 반등 필요한 팀
한화 역시 NC 못지 않게 부상으로 고전했다. 한화는 외인 원투펀치를 알렉시 오간도-카를로스 비야누에바로 꾸렸다. 두 선수의 몸값을 합치면 330만 달러(약 37억 원). KBO리그 최고 수준이자 보기 드물게 과감한 투자였다.
이들은 전반기 22경기서 129⅓이닝을 던지며 7승9패, 평균자책점 3.06을 기록했다. 이들, 특히 비야누에바는 등판한 경기 모습이 좋았으나 내구성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들이 후반기 건강함을 유지한다면 한화의 대약진도 가능하다.
롯데는 브룩스 레일리와 닉 애디튼 모두 고전했다. 그러나 레일리는 최근 4경기서 28이닝을 소화하며 3승무패, 평균자책점 2.25로 반등의 기미를 띄고 있다.
롯데는 최근 호투하던 애디튼을 과감히 웨이버 공시하며 조쉬 린드블럼을 데려왔다. 린드블럼이 2015년과 2016년 중 어디에 더 가깝냐에 따라 롯데의 가을 야구 여부도 달라질 전망이다.
SK는 스캇 다이아몬드와 메릴 켈리로 외인 엔트리를 꾸렸다. '켈스마일' 켈리는 전반기 18경기에 등판해 114⅔이닝을 던지며 11승4패, 평균자책점 3.69로 '에이스' 역할을 다했다. 다이아몬드는 11경기서 57⅓이닝을 던져 4승2패, 평균자책점 4.24로 호투했다. 역시 내구성이 아쉽지만 등판한 경기에서는 좋은 모습을 선보였다.
넥센은 앤디 밴헤켄과 제이크 브리검 모두 평균 이상의 모습을 보였다. 밴헤켄은 전반기 11경기서 60⅓이닝을 던져 5승4패, 평균자책점 3.88을 기록했다. 션 오설리반의 대체 외인 브리검 역시 10경기서 61⅔이닝을 책임지며 4승3패, 평균자책점 4.52를 기록했다. 조금 더 반등이 필요한 팀이다.
▲ '원맨쇼' 한 명이 고군분투한 팀
원맨쇼가 가장 극심한 팀은 kt다. kt는 올 시즌 '너클볼러' 라이언 피어밴드의 수혜를 받았다. 피어밴드는 전반기 16경기서 7승7패, 평균자책점 2.95를 기록했다. 최근 6경기서 승리없이 4패만을 기록하며 평균자책점 6점대로 부진한 점은 아쉽지만 전반기 최고 공신이다. 반면, 돈 로치는 16경기서 2승에 그치고 있다. 로치의 마지막 승리는 지난 4월 19일 수원 KIA전. 이후 11경기서 승리 없이 8패만을 기록 중이었다.
삼성은 재크 페트릭의 분전이 빛났다. 페트릭은 전반기 17경기서 97⅓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5.92를 기록했다. 썩 좋지는 않지만 3.05점의 득점 지원도 아쉬웠다. 페트릭의 파트너는 더욱 아쉬웠다. 반면 앤서니 레나도는 전반기 9경기서 40⅔이닝을 소화하며 2승2패, 평균자책점 7.08을 기록 중이다. 연이은 부진 속에 지난 9일 1군에서 말소됐다. 김한수 감독은 "레나도를 후반기에 바로 복귀시킬지 여부는 아직 미정이다. 팀과 동행하고 있다. 훈련 때 구위 등을 살펴본 뒤 콜업을 결정하겠다"라고 밝혔다.
'한 지붕 가족' LG와 두산도 원맨쇼에 울었다. LG는 데이비드 허프(10경기 3승4패, 평균자책점 3.38)의 분전에도 헨리 소사(17경기 6승6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4.22)가 아쉬웠다. 두산 역시 더스틴 니퍼트(17경기 9승6패, 평균자책점 3.41)가 분전했을뿐 마이클 보우덴(4경기 1승2패, 평균자책점 5.71)이 부상으로 전반기를 통째로 날린 수준이었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