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손자’ 이정후(19·넥센)는 2017시즌 전반기 최고의 신상품이었다.
이정후는 신인왕 경쟁에서 독보적으로 앞서나가고 있다. 넥센은 지난해 6월 2017 신인 1차 지명 선수로 휘문고 이정후를 지명했다. 비시즌만 해도 이정후가 1군에서 뛴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이종범 해설위원의 아들로 더 화제를 모았다. 넥센이 미국전지훈련에 이정후를 데려간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장정석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정후는 결국 개막전 1군 입성에 성공했다.
원래 이정후는 유격수였다. 하지만 짧은 거리 송구에 대한 트라우마로 외야수 변신을 꾀한 것이 들어맞았다. 수비부담을 떨친 이정후는 초반부터 맹타를 휘둘렀다. 슈퍼루키는 당당히 주전자리까지 꿰차기 시작했다. 시즌 중반 살짝 슬럼프가 왔지만 이내 극복했다. 이제 넥센의 톱타자로 자리를 굳힌 이정후는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
이정후는 넥센의 전반기 경기에 모두 출전, 타율 3할2푼9리로 리그 14위에 올라있다. 31타점 65득점 31볼넷을 더하며 톱타자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 꾸준히 3할 타율을 유지한 이정후는 신인 중 유일하게 팬투표로 올스타에 선발되는 영광까지 누렸다. 고졸신인으로는 2009년 안치홍 이후 최초다.
장정석 감독은 “이정후는 너무 잘해주고 있다. 신인선수가 주전으로 뛰는 것도 놀라운데 톱타자 역할을 충실히 해주고 있다. 워낙 컨택능력이 좋고, 나쁜 공에 방망이가 나가지 않는다. 아버지처럼 타격센스를 타고 났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정후는 이미 전반기에 103개의 안타를 쳤다.
후반기에도 이정후의 강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그는 3할 타율, 전 경기 출전, 신인왕의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고 있다. 이정후의 유일한 걱정거리는 체력관리. 갑자기 너무 많은 경기를 뛰다보니 체력이 달리는 경우가 많다. 구단에서 세심한 관리를 해주고 있지만 적응이 필요하다.
이정후는 “구단에서 훈련을 쉬어주시는 등 관리를 잘해주신다. 시즌을 치르다보니 힘이 달린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형들처럼 웨이트트레이닝에 힘써 파워와 체중을 늘리는 것이 목표다. 신인왕이나 전경기 출전보다는 부상 없이 끝까지 시즌을 치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중고신인, 우리도 있다!
KBO에서 입단 5년 이내 선수 중 60타석 이하에 들어선 타자, 투구 이닝 30이닝 이하로 던진 투수들에게 신인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이정후의 동료 허정협은 중고신인 중 단연 돋보였다. 2015년 넥센의 육성선수로 데뷔한 허정협은 올 시즌 타율 2할6푼1리, 7홈런, 48안타, 31타점, 31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허정협은 시즌 중반만 해도 넥센의 팀내 홈런 1위에 오를 정도로 장타력을 인정받았다. 허정협은 4월에만 7홈런을 치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5월 이후 홈런이 하나도 없는 등 타격기복을 줄여야 하는 것이 숙제다.
넥센 김웅빈 역시 아직 중고신인이다. 그는 41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9푼7리, 27안타, 2홈런을 때렸다. 유격수 수비까지 보면서 공수에서 만능의 모습을 보였다. 역시 1,2군을 오가는 기복을 줄이는 것이 숙제다.
투수 중에서는 김원중이 단연 돋보인다. 지난해까지 28이닝만 던진 김원중은 올 시즌 13경기에 나와 4승5패 평균자책점 5.52를 기록하고 있다. 2012년 1라운드 5순위로 롯데에 지명된 그는 2015년 데뷔시즌 20⅓이닝을 던졌고, 2016년 7⅔이닝을 던져 아직 신인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김원중은 무너진 롯데의 선발 한 축을 담당하며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떠올랐다.
이밖에 두산의 신인투수들도 선전했다. 두산이 2라운드 20순위로 뽑은 김명신은 4월 8경기에 등판해 1승 평균자책점 7.02를 기록했다. 신인답지 않게 배짱 있는 투구로 주목받았다. 다만 김명신은 4월 25일 넥센전에서 김민성의 타구에 안면을 맞아 부상을 당했다. 현재 김명신은 재활 후 후반기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또 다른 신인 박치국은 19경기에 나와 1승1패 평균자책점 7.14를 기록했다. 아직 부족하지만 꾸준히 두산의 불펜에 힘을 보탰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