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노트 FE, 재고떨이에서 효자모델 거듭나게 한 요소들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7.07.14 06: 09

"솔직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갤럭시 노트 FE(Fan Edition)에 대한 시장의 반응에 삼성전자 내부 직원들도 놀란 표정이었다.
13일 복수의 삼성전자 관계자는 "리퍼폰인 노트 FE의 인기가 이 정도일 줄은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실제 노트 FE는 지난 7일 출시되자마자 일부 온라인몰에서 일시적인 품절 사태가 벌어졌다. 특정 색상이 빠르게 팔려나가면서 품귀현상을 빚었기 때문이다.
노트 FE는 조용하던 이동통신 시장에도 활력이었다. 출시 당일 2만 190건, 다음날인 8일 2만 3972건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LG전자의 플래그십 G6가 출시 첫날(3월 10일)과 다음날 각각 1만 8252건, 2만 214건이었으니 노트 FE의 인기를 실감할 만 했다.
사실 노트 FE는 재고떨이용이었다. 실패한 노트7의 잔재를 무난하게 처리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전량 폐기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 등 재활용을 외치며 폐기처분 반대 목소리도 높았다.
그런데 이제 노트 FE는 효자모델이 됐다. 지난해 노트7에 대한 손실을 털어낸 만큼 노트 FE는 대부분 삼성전자의 수익으로 연결되고 있다. 더구나 노트7의 악몽까지 지워내는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과연 노트 FE의 어떤 점이 소비자의 마음을 끌었을까. 재고털이에서 효자모델로 화려하게 변신한 요소는 무엇일까.
▲ 노트7 강제 반납자들의 호응
한 이통사 관계자는 "갤럭시 노트 FE를 구입한 사람들의 절반 정도가 기존 갤럭시 노트7을 사용하다 강제로 반납했던 사람들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노트7은 출시 두달도 채 되지 않아 단종됐다. 잇딴 폭발사고 때문에 두 차례나 리콜 사태를 빚었다. 이 때 삼성전자는 노트7 사용자들에게 기기를 교환 또는 환불하도록 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노트7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강제적인 펌웨어 업데이트로 배터리 충전용량을 0~15%가 제한하기도 했다.
이 때 노트7 사용자 대부분은 폭발을 경험하지 않았다. 때문에 노트7에 대한 아쉬움이 누구보다 진한 상태였다. 사실상 노트7의 분신이기도 한 노트 FE를 보면서 구매의욕이 생긴 셈이다.
▲ 역대급 노트7에 대한 그리움
폭발사태가 벌어지기 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노트7에 대해 상당히 후한 점수를 줬다. "역대급"이란 말이 붙을 정도로 마무리나 디스플레이가 뛰어나 역대 삼성전자 스마트폰 중 가장 잘 만들었다는 평가를 들었다. 
이는 사용자들도 마찬가지. 일부 폭발사태를 겪은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노트7 사용자들은 대부분 만족스러워 했다. 일부 노트7 사용자들은 폭발 우려에도 불구하고 교환이나 환불을 꺼렸다. 항공기 반입이 금지되거나 배터리 용량의 제한에도 불구, 계속 노트7을 쓰고 싶어했다. 
결국 노트 FE는 이런 노트7 사용자들의 허망함을 달랠 휴대폰인 셈이다. 노트 FE의 구매는 곧 노트7의 재구매라고 볼 수 있다. 리퍼비시폰(리퍼폰)이 미개봉 제품과 미사용 부품을 활용한 새 제품이라지만 노트 FE를 사실상 노트7로 받아들인 것이다. 
▲ 가격의 이중성 그리고 기대감
한 삼성관계자는 "노트 FE가 리퍼폰임에도 출시 가격대가 높고 노트7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도 완전히 가시지 않아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노트 FE이 인기가 높지만 솔직히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실제 삼성전자는 노트 FE 출시 전 출고가를 50만원 이하로 잡았다. 그러나 출시가 임박하면서 가격 기준이 높아졌다.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결국 69만 9600원에 나왔다. 
흥미로운 것은 노트 FE 출고가에 대한 인식이다. 리퍼폰이란 점에서 비싸게 책정됐다는 의견보다는 대부분 상대적으로 싸게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비교 대상은 흥미롭게도 노트7과 노트8이다. 
노트7 출고가는 98만 8900원이었다. 실제 노트7에 대해 좋은 경험을 가진 일부 소비자들은 30만 원의 차이가 싸게 느껴졌다고 했다. 싸지 않더라도 보여준 퍼포먼스를 떠올리면 적당한 가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오는 8월 23일 미국 뉴욕에서 공개될 것으로 보이는 노트8의 루머도 영향을 미쳤다. 우선 노트8은 1000~1100달러 정도의 가격표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노트 FE의 가격이 착시현상처럼 '착하게' 보일 수 있다. 또 유출된 디자인으로 볼 때 노트8은 갤럭시S8과 비교해 큰 차이나 혁신적인 기능이 없다. 이런 점들은 상대적으로 노트 FE를 찾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노트8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그 외 
그 외에도 노트 FE이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가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마지막 홈버튼이 달린 갤럭시 시리즈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노트 FE를 선택했다. 홈버튼에 익숙한 소비자들의 경우 갤럭시S8 시리즈처럼 홈버튼이 사라지고 후면에 지문인식 센서가 붙어 있는 것을 반기지 않고 있다. 
또 노트 FE가 40만대 한정이라는 점도 소비자의 마음을 끌었다. 노트7이 50만대 정도가 팔린 것으로 보이는 국내 시장에서 한정품이라는 단어는 사실상 구매의욕을 자극시킬 수 있다. 
또 다른 삼성관계자는 "회사 내부 직원몰 등에도 가끔 노트 FE 물량이 올라온다. 직원몰에는 공기계로 올라오고 가격도 50만원대가 훌쩍 넘지만 금발 팔린다"고 말했다.
한편 노트 FE에 대한 해외 출시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관계자는 "일단 재고가 한정돼 있다. 현재로서는 해외 출시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추후 바뀔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letmeout@osen.co.kr
[사진]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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