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영웅이 MBC 수목드라마 ‘군주-가면의 주인’(이하 ‘군주’)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유승호에 대해 ‘든든한 동료’라고 극찬했다.
김영웅은 ‘군주’에서 양수청장 조태호 역을 맡아 활약했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연상케 하는 구불구불한 장발 머리와 악독하지만 어딘지 웃음이 나는 얄미운 연기로 강한 임팩트를 남겼다. 그는 “첫 사극이라 기대감이 컸는데, 좋은 선배님들, 후배들, 동료들을 만나 정말 행복한 촬영이었다”고 말했다.
“유난히 지금까지 사극과는 인연이 없었다. 말을 타거나 액션을 위해 액션스쿨을 다닌 경험은 이번 작품으로 처음 해봐서 더욱 특별했다. 작품도 좋았지만, 조태호라는 캐릭터 자체가 워낙 개성이 뚜렷하고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권력에 빌붙는’ 현실적인 인물이라 재밌었다. 좀 더 진중한 무게감을 뒀으면 어땠을까 연기적 아쉬움은 있지만 모든 게 좋았던 작품이었다.”
그가 맡은 조태호라는 인물은 편수회 대목(허준호 분)을 만나 동네건달에서 양수청장의 자리에 오르고, 끝 무렵에는 궁궐에 입성하기까지 하는 권력형 캐릭터다. 드라마에서 각종 옷을 다 입어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상상이나 했겠나”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끝 무렵에는 요즘으로 말하면 조폐공사 사장님까지 오르게 됐다. 조태호는 밑바닥에서부터 성공을 하는 캐릭터라 거기서 오는 매력이 있다. 분장부터 의상까지 점차 달라져가는 것도 재밌지 않나. 큰 배역은 아니라 깊이 있게 다뤄지진 않았지만 분명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조태호는 나쁜 짓을 많이 하지만 어딘지 미워할 수 없는 ‘얄미운’ 악역이었다. 진지한데 익살스러운 연기가 일품이었다고나 할까. 이 말을 듣자 김영웅은 “진지하게 연기하고 있는데 현장의 스태프들이 자꾸 피식거리더라”라며 이를 인정했다. 조태호를 마냥 악독해보이지만은 않는 묘한 매력을 가진 인물로 그려낸 건 온전히 김영웅의 공로였다.
“내가 진지하게 연기하는데 다들 웃으니까 감독님께 한 번은 여쭤봤다.(웃음) 그 때 감독님께서 ‘워낙 현실성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하더라. 조태호는 학교에서, 직장에서, 뉴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다. 그래서 보는 이가 더 쉽게 공감을 느끼고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않을까 싶었다. 처음부터 연기의 포인트가 그 부분이었다. 워낙 캐릭터가 뚜렷했기 때문에 사실 김영웅이 아니라 누구라도 표현할 수 있는 멋진 캐릭터였다.”
김영웅은 애써 이를 대본의 공로로 돌리는 겸손함을 보였다. 그는 “대신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을 한 끝에, 잔인할 땐 잔인하더라도, 현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비굴함을 잘 표현해서 사람들이 조태호를 마음껏 비웃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김영웅은 한참이나 어린 김소현의 뺨을 때리는 장면을 찍어야 하기도.
“연기는 연기일 뿐이다!(웃음) 리허설 때 미리 내가 어떻게 하겠다고 말해주면 슛이 들어갔을 때 그렇게 깜짝 놀라게 되지 않는다. 그래서 소현이에게 내가 어떻게 할지 미리 알려주지 않았고, 진짜 때리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풀스윙으로 손을 움직여서 소현이의 코끝을 스쳤다. 그래서 더 리얼하게 나온 것 같다. 큰딸이 중학생인데, 방송 다음날 큰딸 친구들이 ‘진짜 때린 거냐’며 항의 방문(?)을 오기도 했다. 그 장면이 꽤나 실감이 났나보다.(웃음)”
김영웅은 이선 역의 유승호와 남다른 인연이 있다. 이번 작품에서 두 사람은 대립각을 세우는 사이였고, 유승호의 전작 ‘리멤버-아들의 전쟁’에서 그는 유승호를 배신하는 곽한수 역할로 나왔기 때문이다. 이런 재미난 인연 때문에 네티즌 사이에서 그는 이미 ‘유승호 전담 악역’이라고 소문이 났다.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그는 “연기는 연기일 뿐이다. 실제로는 사이가 좋다. 늘 서로 의견을 나누는 사이”라고 웃음을 터뜨렸다.
“승호는 나이가 어린 친구이지만, 후배라기보다 정말 동료의 느낌이다. 예의 바르고, 든든하다. 그 친구가 가진 매력은 뭐랄까, 이상향 같다고 표현해야겠다. 승호의 연기에 나도 모르게 푹 빠지게 돼 내 타이밍을 놓친 적도 있다. 그만큼 순간몰입도가 대단한 친구다. 예의바름, 진중함을 지닌 친구여서 나이가 어린 느낌이 들지 않고 든든한 동료의 느낌이다.”
김영웅은 “사실 평소에는 여린 감성의 소유자”라며 악역을 맡아 자신을 오해하지 말아달라는 귀여운(?) 해명을 남겼다. 그런 김영웅은 “언젠가는 코믹 연기도 해보고 싶고, 동네 백수 같은 편안한 역할도 해보고 싶다”며 다양한 캐릭터를 맡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드러냈다.(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yjh0304@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