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군주' 김영웅 "날 일으켜준 문성근 선배에 감사해"
OSEN 유지혜 기자
발행 2017.07.13 09: 29

배우 김영웅이 연기를 지속할 수 있게 해준 배우 문성근과 김윤석에게 고마움을 드러냈다.
배우 김영웅은 MBC 수목드라마 ‘군주-가면의 주인’에서 양수청장 조태호 역을 맡아 활약을 펼쳤다. 어딘지 미워할 수 없고, 익살스럽기까지 한 김영웅의 연기는 많은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연달아 악역을 맡았기 때문에 분명 부담이 있을 터. 김영웅도 분명 부담감은 있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배우라면 내 속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래서 고민이 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너무 캐릭터에 치중하지 말고, 맡은 역할 안에서 또 다른 악역의 결을 보여주자 생각했다. ‘라스’트의 배중사는 잔인함, ‘군주’의 조태호는 비굴함으로 결을 보여주는 거다. 물론 다양한 역할에 대한 갈증은 있지만, 그 안에서도 계속 고민하며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김영웅은 대목 역의 허준호로부터 고민의 해답을 얻었다고 말했다. 진정성과 카리스마, 내공을 허준호를 보며 느끼게 됐다고. 그는 “평상시에는 더 없이 유연하고 후배들에 잘해주시는 선배”라고 말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허준호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제가 악역을 유난히 하게 된다고 말씀을 드린 적이 있다. 선배님께서 ‘지금 네가 가진 것들이 도드라지게 보이는 것이니 캐스팅이 되는 것이다. 분명 그 중에서 또 다른 결을 보는 감독님이 있을 것’이라고 조언해주셨다. 악역을 해도 그 속의 다른 결들을 보여주면 되는 거라고 말씀해주셨다. 허준호 선배님의 조언이 강박관념 같은 걸 풀어줬다.”
조태호라는 캐릭터에서는 비굴함과 또 다른 익살스러운 면이 엿보인다. 진지한데 어딘지 코믹한 매력이 있는 캐릭터였다. 김영웅에게 코믹 연기를 잘 할 것 같다고 말하니 금세 그는 “코믹 DNA가 좀 있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동네 백수 역할 같은 캐릭터는 자신 있다고 덧붙였다.
“제가 내성적이긴 하지만 툭 말하면 빵 터지는 그런 면이 있다. 연극하면서 특히 내 속에 코믹 모드가 있다는 걸 느꼈다. 코믹 연기를 하면 진짜 내 옷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이 있다. 배우라면 모든 걸 잘해야 하겠지만, 코믹 연기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연극할 때에는 곧잘 기회가 됐는데, 아직까지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코믹 연기를 보여줄 기회를 만나지 못해 아쉽다.”
내성적이고 여린 감성의 소유자라는 김영웅은 꽤나 연기 경력이 길다. 1988년부터 연기를 시작했고, 영화에서는 2007년부터 단역을 시작했고, 드라마는 2014년 JTBC ‘유나의 거리’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연극을 했던 그 또한 연기를 잠시 떠나있었던 적도 있었다. 그럴 때 힘이 되어준 것은 언제나 가족이었다고.
“부산에서 연극을 하다 28살에 결혼을 했는데, 생계를 위해 팬터마임을 하며 공연을 다녔다. 내친 김에 동료들을 모아 공연을 다니는 이벤트 회사를 했고, 야채가게도 해봤다. 그러다 ‘연기 아니면 안 돼’라는 생각에 2007년에 아내, 아이들과 무작정 상경했다. 어려운 결심을 해주고, 여태껏 버텨준 아내에게 고맙다. 사실 아내에겐 늘 ‘이번 작품만 잘 되면’이라는 거짓말을 했었다. 버팀은 거짓말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거짓말을 안 해도 된다는 것에 감사하다. 가족의 힘 덕분에 이렇게 할 수 있게 됐다.”
가족과 더불어 김영웅을 일으키게 해준 건 문성근과 김윤석 등 주변의 선배 배우들이었다. 그는 서울에 올라온 게 자신의 터닝포인트라고 말하며, “나 혼자의 힘으로는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 나를 바깥세상으로 꺼내준 분들이 있다”며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영화 ‘해무’에서 만난 문성근 선배님은 ‘유나의 거리’의 김운경 작가에게 나를 소개시켜 주셨고, 김윤석 선배님 덕분에 지금의 이 회사에 들어오게 됐다. 나의 애처로움을 알아봐준 거다. 그 위치에 계시면서도 ‘이리 와봐’라고 선뜻 내 손을 잡아주신 분들이라 정말 감사하다. ‘유나의 거리’ 임태우 감독님도 마찬가지다. 이런 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여태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김영웅은 “연기에는 어떻게 살아왔느냐가 다 들어있지 않나. 그동안 정말 다양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이를 보여주고 싶은 갈증은 분명 있다”고 말하며 어느 캐릭터든 가리지 않고 하고 싶다는 의욕을 드러냈다. 그런 김영웅에게 어떤 배우로 남고 싶느냐고 물었다. 그에게는 연기와 가족 두 가지가 전부인 듯 했다. 
 
“단문으로 대답하자면, ‘힘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제 속에 있는 희로애락을 시청자와 관객에게 전해줄 수 있었으면, 그로 인해 그들에게 자신의 인생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이왕 이렇게 배우란 직업을 가졌으니, 진짜 ‘힘있는 배우’가 돼 우리 아이들에게도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다.”/ yjh0304@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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